저 페달은 장식이야?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의 페달에 대하여.

by 클래식 영업사원


피아노에는 세 개의 페달이 있다. 맨 오른쪽 페달을 누르면 소리가 왕왕 울린다. 밋밋하고 딱딱한 내 연주를 감성 있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페달이다. 근데 가운데 페달은 무슨 용도일까…? 그 옆 페달은…? 오늘은 피아노의 페달에 대한 설명을 해보려고 한다.



그랜드 피아노


그랜드 피아노의 페달과 업라이트 피아노의 페달은 역할이 다르다. 우선 그랜드 피아노의 페달부터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랜드 피아노의 페달은 왼쪽부터 각각 우나 코르다 (una corda), 소스테누토(Sostenuto), 서스테인(Sustain)이라고 불린다. 맨 오른쪽에 위치한 서스테인 페달은 흔히 ‘왕왕’ 울리는,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누른 음이 지속되게 하는 페달이다. 이 페달의 원리를 알기 위해선 댐퍼(Damper)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현 위에 얹혀있는 물체들이 바로 댐퍼의 일부분이다. 출처 : Google


이 댐퍼라는 장치는 현 위에 내려앉아 있다. 댐퍼가 현과 닿아 있으면 현은 진동하지(소리 내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운데 도’라는 건반을 누른다면, 정확히 ‘가운데 도’에 해당하는 현 위의 댐퍼가 들려 올라가면서 현이 맘껏 진동하게 된다. 건반에서 손을 떼면 댐퍼는 다시 내려오고 음은 멈춘다.

출처:Pianote


서스테인 페달을 밟으면 현 위에 걸쳐 있던 모든 댐퍼가 올라가면서, 현이 계속 울리고 음들이 서로 섞이게 되며, 페달을 떼면 모든 댐퍼가 일제히 내려가며 현의 진동을 멈추게 만든다. 이 페달은 피아노 연주에 필수불가결한 장치나 다름없다.


소스테누토(Sostenuto) 페달은 이 페달을 밟기 직전에 누른 음을 지속시키는 페달이다. (페달을 밟는 순간에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 직전에 ‘가운데 도’를 눌렀다면 ‘가운데 도’에 해당하는 현 위의 댐퍼는 올라가 있을 것이다. 이 페달은 올라가 있는 댐퍼를 그대로 고정시켜, 그 음만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실 이 페달은 자주 쓰이는 페달은 아니다. 성부가 복잡하거나, 간격이 넓은 화음들로 이루어졌거나, 한음만 오래 유지해야 하는 몇몇 특별한 곡들을 연주할 때 종종 쓰인다.

나는 전공을 시작한 지 6년쯤 되던 해에 이 페달을 처음으로 써보았다. 정말! 정신없었다. 애초에 연주할 때 이 페달을 써야 할 정도면 구조적으로 복잡한 곡이라는 뜻인데, 발로 세 개의 페달을 번갈아가며 밟아대자니 자아가 분열될 지경이었다.


제일 왼쪽에 위치한 우나 코르다(una corda) 페달은 소리를 약하게 하고 음색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페달이다.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피아노의 저음역대는 보통 한 음당 1~2개의 현이 담당하지만, 중간~고음역대는 한 음당 세 개의 현이 한 세트로 묶여 있다.


세 줄이 곧 하나! 출처 : Google


우나 코르다는 건반과, 건반에 연결된 액션부를 통째로 오른쪽으로 옮겨 버린다. (피아노 건반 전체가 오른쪽으로 살짝 움직인다!) 그러면 건반과 연결된 해머는 평소처럼 현 세 개를 동시에 때리지 못하고 현 두 개씩만을 때리게 된다. 피아노의 음색 또한 미묘하게 달라진다. 보통 이 페달은 무척 작게 소리내야 하거나, 속삭이거나, 음색을 급작스럽게 바꿀 때 쓴다.


업라이트 피아노


업라이트의 서스테인 페달은 다행히도 그랜드 피아노와 역할이 같다. 그러나 가운데 페달부터는 역할이 조금 달라지는데, 이 페달은 소스테누토 페달이 아닌 머플러 페달(Muffler Pedal), 혹은 연습페달이라고 불린다.(전공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살면서 머플러 페달이라고 불러 본 적 한 번도 없다. 그냥 연습페달로 불렀다. 아파트 같은 주거공간에서 이 페달을 밟고 연습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업라이트 피아노를 뜯어보면 현과 해머 사이에 네모난 펠트 조각들이 커튼처럼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장치를 머플러 펠트(Muffler Felt)라고 한다.


출처 : Coach House Pianos


머플러 페달을 밟으면 이 장치가 밑으로 내려가 현을 덮어버리고, 우리가 건반을 누르면 해머는 현이 아닌, 현을 덮고 있는 펠트를 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페달을 밟으면 먹먹하고 자그마한 소리가 나게 된다. 또 특별한 점이 하나 있는데, 이 페달을 눌러 밟은 상태에서 왼쪽으로 밀면 상태가 고정되어 계속 밟고 있을 필요가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페달이 음색을 너무 헤친다고 생각해 왔다. 클래식 연주에 필요하지도 않고 타건감도 이상해진다. 그러나 조사해 본 바로는 다른 장르의 음악에서 이 페달을 사용한 음색이 종종 필요하다고 한다. (몰랐어…)


맨 왼쪽 페달은 소프트 페달(Soft Pedal)로, 사실 역할은 그랜드 피아노와 똑같다. 하지만 원리가 조금 다르다! 그랜드 피아노는 건반과 액션부를 옆으로 움직여 현의 일부분만 때리게 하는 방식이었다면, 업라이트는 오히려 해머와 현을 가까이 붙여, 타현거리를 줄이는 원리이다. 가까이서 조금만 때리니 소리가 약하게 난다.


페달 표기


(그랜드 피아노 기준)

보통 작곡가들이 악보에 표시해 놓는 페달은 서스테인 페달이다. 보통 Ped. 이라는 줄임말로 표기하며, 가끔 Pedal 이라고 쓰기도 한다. 페달을 떼라는 표기는 별 표시를 주로 하며, 아예 페달의 시작점과 끝을 선으로 이어서 표기하기도 한다.


동글동글한 양처럼 생겼다.


우나 코르다는 작곡가들이 종종 U.C로 표기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도 가끔이고, 우나 코르다나 소스테누토 페달은 연주자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곡이나 음색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사용할 수도 있고, 본인의 핸디캡이나 부족한 점 등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연습을 위한 Tip


서스테인 페달을 밟으면 소리가 ‘아름다워’ 지고 ‘감성 있게’ 변한다. 또 마냥 딱딱하기만 하던 나의 연주를 ‘부드럽게’ 바꿔 준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페달인가…!

서스테인 페달의 폐단이 바로 이것이다. 곡의 작곡 배경이나 시대상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혹은 곡을 얼마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 가는 대로 이 페달을 밟아 버리면 실력이 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곡 자체를 망친다. 바로크나 고전에서는 페달 사용을 최대한 자중하는 것을 권장드리며, 곡이 충분히 손에 익지 않은 상태라면 페달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한 후 페달을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페달의 타이밍은 예민한 귀와 연습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연주 중에 페달을 밟으면 일정 시간 후 음들이 너무 겹쳐서 어수선하게 들리는 순간이 있다. 이러면 안 된다! 음악의 흐름과 손의 움직임을 고려해서 적당한 타이밍에 페달을 신속하게 갈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악보에 페달을 밟고 뗄 위치를 자세하게 표시하고 외우는 것을 추천한다.



cover image : Giraffe piano by Julian Maszynski (1890)





keyword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