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학교 생활 맛보기

by 클래식 영업사원


예중 예고 생활이 궁금하신가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이 글은 제가 다닌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고달픈 입시를 끝마치고 합격을 한 당신은, 이제 예술학교 학생으로 거듭났다. 이제 등교를 해야 하는데, 등교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지원 가능한 전국지원 학교이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 경우 등굣길은 고행길과 다름없게 되어버린다. 최소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고속버스나 기차, KTX, 지하철 등등을 타고 몇 시간을 이동만 해야 한다. 참고로 나도 경기도민이었기 때문에, 아침 등굣길이 정말 험난했던 기억이 난다. tmi지만, 캄캄한 겨울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매일 아슬아슬하게 일어나 허둥거렸었다.


학교에 안전히 도착했다면, 이제 수업이 시작된다. 다른 학교와 똑같이, 국어, 수학, 영어 등등의 학과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이틀~사흘 정도, 본격적인 전공수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중 하루는 향상음악회, 다른 날은 시창, 청음 수업, 음악이론 수업, 합창 수업 또는 합주 수업( 피아노, 성악, 작곡은 합창수업에 주로 투입된다)으로 구성되는 편이다.

향상음악회는 모든 음악과 학생이 한 학기에 한 번씩, 같음 음악과 학생들 앞에서 연주를 선보이는 시간이다. 친구들 앞에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게 되는 편이며, 전공선생님들 또한 같이 듣고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여러모로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무대다.

예중에서 예고로 올라가면, 연주 전에 스스로 마이크를 들고 곡 해설을 해야 한다. 곡을 잘 연주하려면 곡에 대한 이해도와 해석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 곡 해설도 열심히 준비하고 외워야 한다.


시창, 청음 수업에서는 악보를 보고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선율을 듣고 정확하게 악보로 옮기는 연습을 한다. 청음 실력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꽤 있기 때문에, 실력별로 반을 나누어 수업을 했었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절대음감이면 청음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것도 무조건이라는 것은 아니다. 상대음감인 친구들도 많고, 그중에서 청음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도 많다.


음악이론 수업은 말 그대로 음악이론을 배우는 수업이다. 음악이론은 조성, 기보법, 음정 계산 등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사실 이 ‘음정 계산’이 정말 익히기 어렵다. 한번 익히면 계산하기 수월해지지만, 잘 모를 때에는 머리가 터질 수 있다. 음정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방법은 그저, 반복연습뿐이다.


만약 당신의 전공이 피아노, 작곡, 성악 중 하나라면 주로 합창수업을, 전공이 기악과라면 주로 합주수업을 하게 될 것이다. 예중에서는 그렇고, 예고에서는 조금 더 세부전공끼리 모여 따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피아노의 경우 과제곡을 무대 위에서 연주하거나, 두 명끼리 투(Two) 피아노 합주를 하거나, 유명 음악가의 마스터클래스 등등을 참관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 내부 곳곳에는 미술과 학생들의 작품이 가득하고, 무용과 학생들이 점프하며 발생하는 진동이 학교에 웅웅 울린다. 한국무용과 학생들이 북 치는 소리도 어렴풋이 들리고, 연습실이 있는 구역으로 가보면 여러 악기소리가 어지럽게 섞여 울리고 있다.


학기 중에는 다른 학교와 다름없이 중간, 기말고사를 보며, 고등학교의 경우 모의고사도 똑같이 진행한다. 그리고 학기 말에는 전공실기시험이 있는데, 이 시험이 정말 중요하다. 한 학기 내내 이 실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레슨을 다니고, 열심히 연습한다.

예중에서는 심사하시는 선생님들 바로 앞에서 연주를 해야 했고, 예고에서는 대입 시험 대비를 위해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막을 치고 진행했다. 건조한 음향의 작은 전공교실에서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잦기에, 페달이나 다이내믹에 더 신경을 써서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다닌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는 미션스쿨이었다. 그 말인즉슨, 일주일에 한 번씩 예배 시간과 종교 수업이 있다는 뜻이다. 예원과 예고 두 학교는 1년에 한 번 성가경연대회를 대대적으로 연다. 학년별, 반별로 경쟁하는 대회이며, 특히 음악과 반의 경우 학생들의 음악성을 몽땅 끌어모아 여느 합창단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연주를 해내곤 한다. 이 대회를 위해 큰 교회의 예배당을 통째로 빌리기까지 하므로, 성가경연대회가 얼마나 크고 유서 깊은 대회인지 체감할 수 있다.


한 반에 몇 명이 있길래 이런 웅장한 합창대회를 할 수 있는 걸까?

예원 예고는 기본적으로 한 반의 학생수가 30명을 초과한다. 정말 바글바글하다. 심지어 반 개수도 10개 가까이 된다.

그리고 여초다. 거의 여중, 여고나 다름없다. 그나마 음악과에 남자가 여러 명 있는 정도? 웃긴 tmi를 하나 풀자면, 반별로 합창을 준비할 때 남학생이 너무 없어서 다른 반 성악과 남학생을 빌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성악과 남학생은 거의 모든 반의 합창에 참여했던 것 같다.

여학생인 나로서는 꽤 편안한 학교였다.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이 모여있고, 그것도 여초라서, 마음 터놓고 수다 떨기에도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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