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괴담 : 9번의 저주

추운 날을 더 춥게 만들어 줄 클래식 괴담

by 클래식 영업사원


클래식계에는 오래도록 전해 내려오는 괴담이 하나 있다. 바로 교향곡 9번의 저주다. 교향곡 9번을 작곡하고 나면 작곡가들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이런 괴담이 탄생했는데, 그 스타트는 베토벤이 끊었다. 베토벤의 그 유명한 9번, 합창 교향곡이 그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남은 후,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곡을 9곡 가까이 작곡하지도, 9곡 이상 작곡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현상이 목격된 것이다.

9번의 저주에 희생됐다고 흔히 언급되는 작곡가들은 슈베르트, 말러, 브루크너, 드보르자크 등이 있다. 이 작곡가들 모두 9번의 벽을 넘지 못하거나, 넘다 만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말러는 교향곡 8번에 교향곡 ~번이라는 제목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여 징크스를 피해 가려는 듯한 시도를 했지만, 결국 교향곡 10번을 쓰던 중 세상을 떠났다. 슈베르트 또한 열 번째 교향곡을 스케치하다가 사망했고, 브루크너는 곡 개수로는 11개를 달성했지만 정작 넘버링을 00번과 0번부터 시작하는 바람에(?) 9번 4악장을 작곡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또한 생전과 사후 출판된 작품 개수를 합하면 모두 9개다. 이외에도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곡 9번의 벽을 넘지 못했다.


도대체 왜, 이런 괴담이 생긴 것일까?


진실은…

교향곡은 베토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베토벤에 가려져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앞선 세대의 모차르트나 하이든은 몇십을 넘어 백개가 넘는 교향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고전시대의 교향곡은 귀족들을 위한 백그라운드 음악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작곡하는 대작과 같은 종류는 아니었다. 그러나 베토벤으로 인해서 교향곡은 작곡가의 모든 음악성과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은 일종의 대작으로 거듭났다. 영화로 비유하면 1시간 반짜리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3시간짜리 장편 예술영화 같은 느낌? 그런 이유로 교향곡 한 곡을 작곡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그래서 일생 동안 작곡할 수 있는 교향곡의 개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 유명한 작곡가 몇 명이 교향곡 9번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대중들 사이에선 ‘교향곡 9번의 저주’라는 괴담 또는 징크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https://youtu.be/acmy-daxIZk?si=DilMyTc-TTuj-N1c

L.V.Beethoven Symphony No.9 in d minor Op.125


사실 9번의 저주 따위 무시하고 제 갈 길 간 작곡가들도 꽤 있다. 그중 유명한 작곡가로는 러시아의 쇼스타코비치 D.Shostakovich 가 있다. 그는 15곡의 교향곡을 남겨, 대작곡가 중 거의 유일하게 9번 교향곡의 저주를 극복한 작곡가가 되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작곡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가 9번 교향곡을 발표한 후,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정치적 공격을 받아 그 스트레스로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만약 그때, 그가 정말로 마음을 먹었다면 우리는 9번의 저주에 희생된 작곡가 명단에서 쇼스타코비치를 발견하게 될 뻔했다. 다행히 스탈린 사망 후, 기다렸다는 듯 교향곡 10번을 발표하는 데 성공했고, 그 후로도 오래 살며 5개의 교향곡을 더 남겼다.


https://youtu.be/N0iZGMXpquQ?si=sdxjmlCN6hRw5K4e

D.Shostakovich Symphony No.15 in A Major Op.141


현대 작곡가 중 9번의 저주를 돌파한 작곡가로는 필립 글래스 Philip Glass 가 있다.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그는 14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심지어 2026년에는 교향곡 15번의 초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9번의 저주 따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핀란드의 지휘자 겸 작곡가 레이프 세게르스탐 Leif Segerstam (1944~2024)은 사망 당시까지 총 371곡의 교향곡을 발표하여 기네스 세계 기록에도 등재됐다! 양산형 찍어내기식 작곡이라는 비판도 듣지만, 좌우지간 대단하기는 하다.




시대가 바뀌고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도 바뀐다. 교향곡의 형식 또한 옛날보다 더 가볍고, 짧아지는 추세이다. 이제 교향곡 9번의 저주는 서서히 풀려갈 것이다.


그러나 혹시 모른다, 언젠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같은 대작 스타일의 교향곡 유행이 다시 부활한다면, 9번의 저주 또한 다시 부활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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