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성부 음악이 진짜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작곡된 데오 그라티아스 Deo gratia à 36라는 작품은, 무려 36 성부의 합창곡이다. 물론 동시에 36 성부를 노래하지는 않는다. 9 성부의 선율 4개를 중첩시켜, 한 시점에 36 성부 전체가 울리지 않고 최대 18 성부 정도가 동시에 소리 내도록 구성되어 있다. (만약 동시에 불렀다면 감당하기 힘든 종류의 소리가 났을 것이다. )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성부란 뭘까?
오늘은 성부에 대한 이야기다.
음악 전공을 하다 보면 레슨 선생님이 -윗소리! 윗소리 들어야지!-라거나 -베이스! 가운데도 듣고!-라고 외치실 때가 많다. 윗소리가 뭘까? 윗소리는 다른 말로는 윗 성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밑에서부터) 도미솔도 로 쌓인 화음이 있다고 치자. 맨 위의 도가 바로 윗소리다. 그렇다면 ‘윗소리를 들어라’는 말은…? 윗소리를 최대한 살리라는 뜻이다. 보통 오른손 윗소리는 곡의 멜로디 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윗소리를 잘 듣고 신경 쓰면서 멜로디를 살리라는 것이다.
베이스는 짐작 가능하겠지만 제일 밑 소리다. 주로 왼손을 두고 얘기하는데, 맨 밑의 음은 말 그대로 음악의 베이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베이스 음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지나간다면, 음악이 상당히 비어 보이거나 가벼워 보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대중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코러스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다. 단선율의 가창에 여러 겹의 코러스가 들어가면 듣는 이로 하여금 더 풍성한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러나 주 멜로디를 빼고 코러스만 들어본다면, 살짝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짱짱하던 노래의 주 멜로디는 온데간데없고, 아예 음형이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성부의 중요성이다. 성부는 노래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지만, 각자의 존재감이 달라야 한다.
바흐의 인벤션과 신포니아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music;episode> 1회에서 다룬 바 있지만, 오늘은 성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보도록 하겠다.
우선 2성으로 작곡된 바흐의 인벤션을 살펴보자.
인벤션 1번의 악보.
이 작품은 2 성이다. 오른손 멜로디 한 개, 왼손 멜로디 한 개. 멜로디 라인이 딱 두 개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3성으로 작곡된 신포니아를 살펴보자.
위는 das Meer가 직접 필기한 신포니아 1번 악보이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음들이 제일 꼭대기, 소프라노 성부다. 가운데 핑크색 음들은 알토 성부이고, 그 아래 노란색 음들은 베이스 성부가 된다.
위 악보를 보면 소프라노 성부의 음들 사이에 파란 이음줄 같은 걸 그려놨다. 저 이음줄은 멜로디가 이어진다는 의미로 표시했다. 성부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하나의 멜로디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예시는 간단한 곡들 위주였고, 이제는 좀 더 복잡한 곡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이 곡은 리스트의 사랑의 꿈 1번이다. 이 곡을 보면 성부가 거의 4개 가까이 된다. 그리고 8번째 마디를 보면 소프라노 성부와 알토 성부가 겹치는 음들이 있다. 이렇게 복잡한 곡들을 연주할 땐 어떤 성부를 살리며 연주해야 할까?
사실 정답은 모든 성부를 다 잘 살려야 한다 -이다. 갑자기 무슨 엉뚱한 소리냐, 할 수 있지만, 다 이유가 있다.
우선 가장 살려야 하는 성부는 파란색, 제일 위의 소프라노 성부이다. 하지만 가운데의 핑크색 알토 성부와 노란색 테너 성부 또한 이 곡의 핵심 파트이기에, 소프라노 성부보다는 작지만 신경 써서 두 성부를 살려야 한다. 만약 이 곡이 파란색 소프라노 성부와 빨간색 베이스 성부로만 이루어져 있었다면 텅 빈, 무척 심심한 곡이 되었을 것이다.
악보를 보며 음악을 함께 들어보자.
https://youtu.be/D-N_uY6Npmk?si=p7kj-ePy7UU_Kj47
36 성부 음악은 악보가 어떻게 생겼을까?
요하네스 오케겜 Johannes Ockeghem이 작곡했다고 전해지는 Deo Gratias à 36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성부가 제목 그대로 36개나 된다. 이 곡의 악보를 보면 그 클래스가 체감된다.
https://youtu.be/1bYGmISF3ME?si=zNqD2ZGGzihmq0mE
(이 곡은 진정 요하네스 오케겜의 작품이 맞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곡이 16세기부터 요하네스 오케겜 작품집에 실렸다고 알고 있기에, 요하네스 오케겜의 작품으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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