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도중 악보를 까먹었다

짧은 클래식 이야기

by 클래식 영업사원


블랙아웃. 눈앞이 캄캄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단어다.

블랙아웃은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꽤나 위협적인 존재다. 연습을 수없이 해도, 연주 중 순간적으로 블랙아웃이 찾아오면 그 후로는 순전히 연주자 개인의 역량에 기대어 해결할 수밖에 없다. 만약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날 연주는 망할 수밖에 없다.

하루에 6시간 이상씩, 몇 달에 걸쳐 연습한 곡인데. 암기력 이슈 따위 있지도 않았건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나도 무대 위에서 블랙아웃이 온 적이 있다. 심지어 중요한 콩쿠르 본선 무대였는데, 순간 아찔- 하더니 머릿속이 텅 비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무서운 순간이었다. 몇 마디를 뛰어넘어 기억이 나는 부분으로 넘어가 짐짓 자연스럽게 연주를 이어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상은 받지 못했다.)


블랙아웃이 아예 안 오게 만들 수 있는 훈련법은 없다. 그저 대처하는 법을 익힐 뿐이다. 순간 머릿속이 텅 비고 무슨 음을 쳐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면, 더듬더듬 맞는 음을 찾아가지 말고 근처의 다른 마디로 빠르게 건너뛰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시작하기 좋을 만한 부분들을 골라두면 좋다. 음악적으로도 자연스럽고, 손에도 잘 붙어서 절대 잊어버릴 걱정이 없는 부분이면 더 좋다.


그리고 연주가 끝난 후에는, 심하게 좌절하지 말자. 음악을 전공하다 보면 이런저런 실수들을 하게 된다. 무대 위에서 블랙아웃이 찾아오는 상황보다 더 심각한 상황들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속상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습실에 들어가서, 오늘 실수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시 연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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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