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휴직의 이유들
아이는 하나지만 육아 휴직은 네 번째다. 회사가 휴직을 많이 줘서? 아니다. 12개월의 휴직을 부여받았고, 나는 그것을 3조각으로 잘게 나눠 사용했다. 더 이상의 분할도 잔여기간도 없었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정책이 바뀌었다. 배우자가 육아 휴직을 사용함으로써 내게 추가 6개월이 부여된 것이다. 그 6개월의 휴직을 지금 사용하고 있다. 이것도 다음 달이면 끝이 난다. 이제는 정말 잔여 휴직도 없고, 아이도 초등 4학년이 되어 육아 휴직에 해당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육아 휴직을 조각조각 쓰는 이유는 지속 가능한 워킹맘이 되기 위해서다. 쓰고 보니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사실 육아 휴직의 취지 중 하나도 그러할 거라 믿는다. 아이의 돌봄, 그리고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4조각의 휴직들은 대략 이러했다(생각할수록 조각 케이크 같은 휴직들이다.)
첫 번째 : 출산 휴가 후 바로 이어서 쓴 6개월의 휴직. 신생아 육아로 하루하루가 좌충우돌이었다. 아, 아니다! 이후 복직해서 맞이한 초보 워킹맘 시절이 훨씬 너덜너덜이었다. 아무튼 이때의 휴직은 휴직이라기보다는 한시적 이직에 가까웠다. 8시간 근무 대신 24시간 육아를 했으니 말이다. 이 휴직을 12개월 내리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후를 봤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그날을.
두 번째 :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3개월의 휴직을 냈다. 저녁 6시까지 유치원에 맡기던 때와 달리 학교는 1시면 끝났고, 이후 간식과 학원 일정들을 챙겨주기 위함이었다. 무엇보다 입학이라는 큰 변화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두 번째 휴직은 신생아 육아 시절과는 달리 햇살 같은 날들이었다. 아이와 도란도란 손잡고 학교를 오가고 놀이터를 다녔다. 오전에는 요가도 가고 동네 도서관도 다녔다. 글도 쓰고 공모전에 도전해 시인 등단도 해보았다. 아이를 돌보는 동시에 나를 채워보는 시간이었다. 이 때도 나는 3개월이라는 휴직 기간을 남겨두었다. 겨울방학이 무려 두 달이라는 말에.
세 번째 : 아이의 첫겨울 방학에 맞춰 2개월의 휴직을 냈다. 그런데 휴직을 하려니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도 방학이고, 나도 휴직인데, 우리 어디론가 떠나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베트남 나트랑 한 달 살기를 다녀왔다.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휴직이었다. 내겐 해당 없을 거라 여겼던 한 달 살기를 실행했고, 로망인 줄도 모르고 품고 있었던 일들을 낯선 곳에서 마음껏 펼쳐보았다. 그때의 이야기는 지금 에세이로 출간 준비 중에 있다.
네 번째 : 지금의 휴직이다. 바뀐 정책으로 인해 선물처럼 추가로 부여받은 6개월의 휴직이다. 아이가 만 9세가 되기 전에 개시해야 쓸 수 있어서 그 시기에 맞춰서 통 크게 신청해 버렸다. 사실 가장 고민이 컸던 휴직이기도 하다. '꼭 써야 할까, 또 써도 될까, 우리 집 경제는 괜찮을까…?' 하지만 이 기회를 꼭 붙잡고 싶었다. 그리고 앞선 경험으로 나는 자신이 있었다. 이 시간을 매우 잘 보낼 자신이. 때마침 남편도 창업과 박사 과정으로 바빠져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웠다. 남편에게 새로운 일에 몰입할 시간을 줘야겠다는 핑계도 생겼다. 그리고 아이의 초등학교 시기에 찐하게 붙어 있는 시간을 다시 한번 갖고 싶었다. 아직은 집에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이유들을 모아 휴직을 냈다. 진정 나의 마지막 육아 휴직을. 그 덕에 두 번째 한 달 살기도 다녀올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정책을 활용하여 휴직을 쓸 수 있는 데에는 회사와 동료들의 배려가 크다. 지금도 동료들을 생각하면 무척 미안하고, 복직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모든 상황과 사람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참 고맙다. 둘이 벌다, 혼자 벌다, 아무도 안 벌다 하는 시기를 마구 오가는 우리 집이지만 매번 나의 결정을 지지해주고 있다. 오히려 내가 휴직을 고민하고 있을 때 등을 떠밀어주었다. 꼭 쓰라고, 한 달 살기도 꼭 다녀오라고.
쓰고 보니 내가 복이 많다. 12+6개월의 휴직을 이렇게 마음껏, 알차게 쓰고 있으니 말이다. 한편 치밀하기도 했고, 치열하기도 했다. 이 시간들을 남겨두기 위해.
그리고 여러 차례의 휴직들 덕분에 나는 퇴사 고민이라는 큰 고비 없이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사실 벌어야 해서 고민을 할 수도 없지만, 퇴사 고비가 없는 것은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목표하던 대로 지속가능한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쓸 이야기는 그동안의 휴직에 대한 소회가 될 것이다. 직장인도 아니고, 전업맘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줄 위에 서 있는 휴직자의 삶. 출퇴근길의 어둡고 서늘한 내음만 맡다가 한낮의 햇살 속을 누빈 이야기. 언젠가는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균형을 잡아야 했던 날들. 그리고 매번 복직을 앞둘 때마다 어김없이 드는 생각, '내가 다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까지.
이 글들을 쓰며 남은 휴직 기간을 더 세심히 살아보려 한다. 이제 진짜 진짜 마지막 육아 휴직이니까. 작별을 준비하는 글이 되겠다, 이번 연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