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지 않아 다행이야
2023년 3월 2일, 우리 아이가 드디어, 벌써, 어느새...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나는 왜 이 문장을 쓰면서 이리도 갈팡질팡 했을까. 아이의 입학에 대한 감정이 한 가지만으로 표현이 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입학 전날 밤, 잘 챙겨놓은 분홍 책가방과 어느새 곤히 잠든 아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그때 들은 생각은 '다행이다'였다.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으며 잠든 아이를 보며 안도했기 때문이다. 그 안도감 뒤에는 입학 전날 잠 못 이루던 나의 여덟 살이 있었다.
30년 전쯤 그날 밤, 나는 입학 첫날부터 미술 준비물이 필요할까 봐 크레파스며 스케치북을 머리맡에 챙겨두고 잤던 기억이 난다. 행여나 빠트린 게 있으면 어쩌나 누워서도 걱정이었다. 빨간색의 각 잡히게 네모진 피노키오 책가방은 어쩐지 두근거리고 경직된 내 마음을 닮아 있었다.
그랬던 나의 어린 모습과 다르게 아이는 책가방에 엄마가 무얼 넣는지 크게 관심이 없었다. 자려고 누워서는 내일 학교 가는 게 기대된다며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세상 편안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 나의 근심 걱정을 닮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학교에 들어가는 마음에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커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편안해 보이는 아이 덕분인지 아니면 요새 많은 일정들로 정신없이 보내던 탓인지 엄마인 나도 생각보다 큰 긴장감 없이 입학 전날을 보냈다. 꼼꼼히 준비물을 살피고 싸인펜 하나하나 뚜껑까지 모두 이름 스티커를 붙이는 것 말고는 달리 준비할 것도 없었다.
아, 급하게 동네 꽃집에 작은 꽃다발을 예약해 놓은 일도 있었구나. 사실 입학식에 꽃다발이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다 동네 인터넷 카페 게시글에 입학 꽃다발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그 글을 읽은 나와 같은 예비 학부형들은 급 분주해졌다. 모두 다 안 하면 모를까, 우리 아이만 꽃다발이 없는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질세라 서둘러 꽃집에 예약을 해두었다.
그렇게 평소와 다르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어제를 보냈고, 오늘 우리 세 식구는 입학식에 참석했다. 책가방을 매고 저만치 앞서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유독 반짝여 보이는 아침이었다. 한걸음 더 넓은 세상으로 뛰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론 대견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부디 두려움보다는 천진스러운 설렘으로
오늘처럼 팔짝팔짝 세상을 향해 경쾌히 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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