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이라기엔 이토록 바쁜, 하지만 행복한
지난주 아이의 유치원 졸업, 초등학교 입학에 이어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등교의 첫 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휴직맘으로서의 첫 주도 동시에 전개되었다. 한 주를 돌아보며 내려보는 한 줄 평은 "바쁘다 바빠"이다.
휴직을 계획할 때는 이 시간이 제법 여유로울 줄 알았다. 우아하게 책 읽고 글 쓰며 동네 산책도 다니고 평온하게 보낼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하루 6000보 이상은 거뜬히 넘길 만큼 하루에 집 밖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하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닐 때는 내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그 긴 시간 동안을 기관 안에서 보냈다. 7살에는 유치원 건물에 있는 다양한 학원을 다녔지만 건물 내에서 선생님들이 인솔해 주셔서 부모의 손이 갈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학교는 다르다. 9시에 등교해서 12시 반이면 마치고 나온다. 하루에 두 군데씩 다니는 학원을 그때그때 시간 맞춰 보내고 마중 나간다. 하교 후 놀이터에서 놀다가 피아노 학원을 가기도 한다. 이 모든 스케줄에 엄마의 손이 필요하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양말을 신었다 벗었다 반복한다.
오늘의 일정을 곱씹어보면 이렇다.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며 오전 시간을 보낸다. 집에 돌아와 빨래를 돌려놓고 후다닥 점심을 먹은 뒤 다시 나가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마치고 나온 아이를 학교 바로 옆 태권도장에 데려다주고는 과일가게로 가서 간단히 과일과 채소를 사 온다. 30분 정도 집에 있다가 다시 태권도장에 아이를 데리러 간다. 집에서 오후 간식을 먹이고 그다음 스케줄인 인라인 학원에 보낸다. 그 사이 청소기를 밀고 잠시 글을 써보지만 완성할 만큼의 시간은 없다. 다시 아이 마중을 나가고, 저녁 준비를 해서 함께 식사를 하고, 설거지, 놀이, 씻기기. 여기까지 싸이클을 돌아야 엄마로서의 일과가 끝난다. 이 모든 일들을 시간 딱딱 맞춰 진행해야 해서 늘 시계를 보며 항시 대기 상태로 지내고 있다.
잔잔하게 많은 일들을 챙겨야 하고, 혹시라도 아이 데리러 가는 시간에 늦을까 봐 무엇 하나 마음 편히 몰두하지 못하는 오후를 보낸다. 그러다 보니 아까는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았다. '우아... 바빠다 바빠. 아... 정신없어' 머릿속으로 외치며 발은 분주하게 집 안팎을 오간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든다. '나도 이렇게 새로운 스케줄에 정신이 없는데, 아이는 괜찮을까? 적응이 힘들거나 스케줄이 무리가 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를 조심히 살피며 이야기한다. 힘들면 언제든 그만두거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으니 꼭 말해달라고.
다행히 아이는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몸으로 움직이는 활동도 즐겨해서 재미있다고 말하며 다닌다. 학교에 들어가도 피아노와 인라인은 꼭 시켜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다. 학교생활도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겁내지 않고 나름의 스타일로 침착하고 씩씩하게 해내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에게 너무나 큰 변화이니 혹여나 힘든 부분이 있지 않은지 열심히 살펴야겠다.
이렇듯 나는 휴직이라기보다는 업을 전환한 듯 갓 학부형이자 전업맘이 된 삶을 살고 있다. 불과 2주 전까지 매일 아침 화장하고 출근하던 내가 화장은커녕 머리만 겨우 빗고 실내복과 외출복 사이쯤 어딘가의 옷으로 하루종일 동네를 몇 번씩 돌아다닌다. 새로운 생활 패턴이 아직은 낯설고 여러모로 서툴다.
하지만 이토록 종종 돌아다니고 정신없지만, 나는 지금 너무도 행복하다. 아이에게 아침밥을 챙겨줄 수 있고, 교문 안 들어가는 뒷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어둔 저녁이 아닌 환한 낮에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이가 종일 한 곳에 있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를 만나며 대화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내가 집을 들락날락하는 그 숱한 횟수만큼 아이 손을 잡고 걷는 시간이 많아서 참 소중하다. 아이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반찬 한 가지라도 내 손으로 만들어 볼 수 있어서 뿌듯하다.
바쁜 첫 주, 아이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잘 보낸 것 같다. 차차 적응하고 익숙해지다 보면 마냥 바쁘기보다는 여유도 더 생기겠지. 이번 주말은 아이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실컷 칭찬해 주고 신나게 놀며 즐겁게 보내야지.
우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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