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사이
잠이 쉬이 오지 않는 여름밤, 다시 불을 켜고 책을 펼쳤다. 이내 편안해지는 마음 위로 창밖 바람이 문득 서늘하다. 닫으려던 창문을 붙잡고 나는 멈춰서 버렸다. 자정, 아파트 바깥 풍경, 도로를 밝히는 가로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듯 조용히 빛나는 횡단보도. 차 한 대가 스르륵 우회전하며 아파트로 들어간다. 자정에 귀가하는 마음은 어떨까. 깜빡이는 주황 점멸등이 마치 어느 박동 같다. 저것이 심장의 박동이라면 지금 빨리 뛰는 걸까, 느리게 뛰는 걸까. 그때 같은 길로 작고 둥근 뒷모습의 차 한 대가 스르륵 아파트로 들어간다. 정직한 우회전 깜빡이를 깜빡이며. 근방에 다른 차 한 대 없건만. 그 정직함에 나는 미소를 올리고서 창을 떠날 수 있었다. 내가 찾던 건 이런 안도감, 어쩌면 희망, 혹은 내가 우직히 가야 할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