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기적 그런 내게만 무심 것들

교보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by 클로드



법도 도에 희망 희,

밝을 희

기쁠 희


신문사를 다니시던 할아버지는 작명소에 가 한지 한 장을 받아오셨다.


법관의 수장이 되어 국민에게 희망이 되어라,

쇠 금자 성까지 합쳐져 이름은 내게 어떤 사생활도 허락하지 않았다.


딱 한 달간 다닌 정신과에서 안경쓴 공부만 한 것 같은 단단한 의사가 내게 말했다. 이제 이펙사는 뺄게요. 그가 인생에 대해 무얼 알까. 내게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공감한 적 있었나. 그는 나와 기꺼이 삶을 바꾸려고 할까. 내 쪽에서 거절이지만.


26년 3월은 지나치게 이상한 달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남자애는 내게 달이 밝다면서 소원을 빌라고 했다. 내 소원은…


다섯 학기 만에 복학한 학교는 너무나도 싱그러웠고 도망치듯 떠난 뉴잉글랜드의 기억을 깔끔히 지워주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나는 재잘댔으며 캘린더는 하루에 13개씩 알림을 울려댔으나, 나는 그 소리마저 석탑 ‘파랑새야-’ 노래마치 들렸다.


어제가 만우절이었는데 중짜 대신 죽짜, 죽을 먹었다. 자몽살구클럽 책을 받치고 죽의 겨우 살아남은 쌀알갱이들을 씹어 누르며 그 남자애에게 물었다. 너는 고삼때 죽고 싶었던 적 있어? 답은 궁금하지 않았고 나는 내 얘기를 쏟아냈다.

줄없번(줄 없는 번지점프)라는 말이 유행할 때

야자하다가 친구가 찬 공기 좀 쐬고 싶다고 할 때

아빠의 외도사실을 내가 실수로 엄마에게 얘기해버렸을 때

그리고 지금,


4월의 첫날은 날씨가 좋았다. 햇살은 부족했지만 선글라스는 마저 꼈다. 눈물 대신 아무것도 모르는 너의 눈빛을 가리려고.


내 이름이 겨우 복숭아 도에 기쁠 희였으면 좋았을텐데. 선악과 나무에서 복숭아를 따 먹고 그저 기뻐하던 하와 선배의 삶을 살았다면 좋았을텐데. 이젠 아무렴 늦었으려나,



다음주 금요일에 병원에 간다. 악몽을 안 꾸게 해주는 약도 없애주실까. 나는 그를 계속 보고 싶다. 어쩌면 영원히 안부를 묻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어.


*이펙사: 항우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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