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o 서울
내게 파리는 혁명이다. 고독한 중세시대의 수행의 흔적이 아닌 새 시대를 연 19세기 인상주의 작가들의 모임. 슈퍼 하나 안 나올 것 같은 로마시대 거리가 아닌 오스만 스타일의 거리에서 벌어진 프랑스 대혁명.
그 적당한 옛스러움, 그리고 아름다움과 정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현대의 겹사. 그런 걸 숭배하는 여행자에겐 지하철파업도 환경 시위행진도 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만 같다. 파리라는 도시 위에서.
런던, 파리, 도쿄, 뉴욕, 보스턴, 바르셀로나 등등을 다 가봐도 서울같은 도시가 있을까.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배달이 아니라 배리에이션이다. 나는 서울의 여러 일명 핫플에 가는 것을 즐긴다. 그렇게 많은 쇼핑지구를 소유한 도시는 없는데 그 동네들이 모두 다른 느낌을 타겟팅하고 끌어온다. 서촌은 한옥과 깔끔한 편집샵, 북촌은 구불구불한 길과 소품샵, 성수는 일자골목과 공장힙, 한남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뷰, 압구정은 하이엔드, 여의도는 영패션과 팝업. 이 모든게 파리에선 마레지구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리볼리 가의 빈티지, 삼대백화점으로 압축된다니, 앰플과 배리에이션의 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