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고 불호인 추리소설 러버에게 덤벼보실 분
한 열 세 살쯤까지 나는 꽤 알아주는 다독이였다.
동네 어린이 도서관에서 매주 친구들과 정모를 하고
학교 도서관 서가 사이에 발라당 앉아버리는 걸 좋아하던.
그러나
중고등학교의 벽은 컸고 교과서와 문제집 외의 책은 사치였다. 특히 생기부에도 안 들어갈 소설책이란.
대신
이젠 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업적인 휴학생이 되어 남는 것은 시간이오, 필요한 것은 위로였다.
올해 1월 중순부터 약 세 달간 읽은 12권의 소설 중 특별히 8권을 소개하겠다. (두둥)
1/29. 하루만에 읽어버린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알츠하이머를 더 잘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눈 앞의 것들이 뒤죽박죽 열이 나는 것 같다. 자기만의 진리를 갖는다는 것은 힘이 나면서도 무서운 일이다. 그 속에 길을 잃을 때가 많다. 그래서 외면해야 하나. 나만의 진리가 있다면 나만의 벌도 있을 것.
결말은 예상 가능하지만 그래도 다시 읽어볼 것이다. 드라마를 다 보고 숨은 의미를 보려 유튜브 타임스탬프로 돌아가듯.
한 줄이 아니어서 당황하셨나요? 뒤로 갈수록 줄어듭니다 .<
2/12. 한 달이 지나서 뒤 늦게 인생책이 된 양귀자 작가의 '모순'
내이름은안진진. 나는 안진진처럼 살기 싫다는 걸 깨닫게 해 준, 피식 웃기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미가 없는 소설. 나영규랑 결혼함으로써 안진진은정말 그 지루한 삶을 원해서 선택한거라는 완벽한 결말. 이모가 자살함으로써 그 지루한 삶은 정말 원하지않는다는 완벽한 교훈.
그러나 이 말은 한 달 뒤에 다시 엎지른 물로 담아진다. 모순을 읽을 때만큼이나 행복했던 책이 있을까, 그만큼 나를 여유롭게 한 진진이가 있을까.
읽고 난 뒤 삶을 사는 것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위로가 되는 인생책
2/14. 트릭은 최고, 문장력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용의자 X의 헌신'과 '가면 산장 살인사건'
2/3 분량까지는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게 만드는 몰입력 그러나 그 이후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이렇게 길 필요가 없었단 것을. 참신한 트릭 그러나 납득불가능한 동기 때문에 아무것도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는다. 게이고야! 이거 글낭비야! 살인을 덮는 플롯과 출제의 반전은 인정한다.
게이고는 추리소설 트릭들의 천재지만 이번 책으로 문장력은 번역탓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결말이 궁금해 어떻게든 읽었다. 정말 반전만큼은, 그 반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가 준비한 세팅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큰 그림. 알아도 놀란다.
2/21. 누가 구원될 것인가, 유키 하루오 작가의 '방주'
완벽한 결말.
내가 원했던 추리소설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이런 재난과 밀실 특수한 상황의 조합.
3/1. 완전히 끌릴 수 밖에 없는 제목, 김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
흡입력있는 다시점,
그러나 예상가능한 결말.
너무 싸이코스러워 무서워.
교훈 의도는 알겠습니다 - 진정 행복한 행복의 키는 타인인 것 같다.
4/7. 누구에게나 있는 미아, 이소호의 '나의 미치광이 이웃'
공감가는 유리의 시기와 불충분한 연민 감정 묘사가 유려하다.
그치만 이런 단독편집책은 지루해.
4/8. 어른도 위한 동화, 루리의 '긴긴밤'
정체성을 어찌 이렇게 아름답게 담을 수 있을까
4/13. 평범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 김화진의 '동경'
그래도 남들은 넘겨짚는 것'보다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래도 항상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