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꿈이란 필요한가

괌 바다 위로 떠오르는 것들

by 클로드


따뜻한 나라로 가고 싶었다.

갑자기 괌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공항에서 '데미안'을 샀다.

괌에서의 생활은 아주 단조로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는 해변에 가서 안 되는 실력으로도 스노클링을 하고 해가 질무렵에는 호텔 야외 수영장에 나와 데미안을 읽었다. 춤을 추며 노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괌에서의 셋째날, 나는 나와의 약속을 어겼다. '쉬기'만 하기로 한 여행에서 두 가지 일을 하고 만다. 처음에는 줌으로 봉사단체 미팅을 했다. 여러 명이 모이는 정기미팅이니 빠지기 싫은 마음에서였다. 줌 미팅을 하고나니 글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결국 탁상에 앉아 패드를 열고 구글독스에 들어가 쓰던 단편을 마무리지었다. 그때 오랫동안 고민하던 결말이 떠올랐다. 하여 마지막엔 성공적인 일탈이었다.


이제 반년 정도 지난 이 일을 나는 왜 지금 회상하는가..



문득 일기장 뒷면에 눌린 글 자국들을 보고 내가 글을 정말 아름답다고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여다보면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어젯밤에 쓴 한탄이 한가득이다.

꿈도 목표도 없는 대신 묻고 따지기도 없이 해야 하는 일들만 많은 요즈음이다. 누가 꿈을 물으면 해외에 별장을 갖는 것이라 답하는데, 돈만 보고 일할 성격은 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야망은 많아서 직업으로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 하니 꿈을 고르는데 신중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목표만을 쫓는게 아니라 과정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배웠는데, 목표가 일단 뭐라도 있어야 과정도 존재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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