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각부터 어둠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가슴은 울렁거린다.
좋아하는 연인을 만나는 시각이 다가올 때처럼 심장이 미세하게 떨리며 두근두근한다.
해가 툭 떨어지고 어둠이 깔리면 사방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리들이 낮게 요란하다.
그 소리들도 잦아들면서 본격적인 어둠이 펼쳐진다.
나의 하루 중 후반전도 시작이다.
에너지를 다 소모해서 방전되어 잠들기 전까지의 소중한 시간이다.
낮 동안 머릿속에 흩어진 생각들을 모아 정리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늦은 귀가를 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낮과 밤은 하나이면서도 둘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낮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가령 낮의 빛에 가려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가로등 불빛에 모습이 드러나는 것들이다.
나뭇잎을 이루는 線이 그렇다.
낮의 환한 빛으로 나뭇잎의 색을 본다면 밤을 밝히는 가로등에는 나뭇잎의 선이 보인다.
낮에는 각자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 드러난다면 밤에는 다 같아진다.
누운 자리가 각자의 체격만큼인 것은 다 같다.
아무리 팔다리를 휘저어도 자기 체격만큼의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밤은 밀도가 높다.
낮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린다.
이웃의 소리가 어둠을 타고 낮고 가늘게 들린다.
바람이 어딘가에 스치는 소리, 밤고양이가 담 타는 소리, 밤벌레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밤은 밤이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