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by 윤인선

지난 토요일 오 년 삼 개월 동안 동고동락한 벗과 영원히 이별했다.

사람으로 치면 노인이라고 했다.

작년부터 유난히 떨어뜨려서 상처가 나고 깨졌는데도

무던히 살아남더니

지난 토요일 주차를 하고 내리는데 후루룩 떨어지더니

툭, 퍽이 아닌 짝 소리가 났다.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직감했다.

아! 오늘 드디어 사망이구나.

내려서 보니 시커먼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망연자실해서 우두커니 내려다보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살짝 들어서 뒤집어보니 이미 위 부분에 금이 커다랗게 세 개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래 오른쪽 부분이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켜보니 생명은 붙어있어 제 할 일은 할 수 있어 보였다.

마음을 굳게 먹고 폰가게에 갔다.

예상대로 유리를 바꾸느니 폰을 바꾸는 게 낫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곁에서 일상을 함께 한 벗을 보내고

새 벗을 맞이했다.

모든 정보를 옮기고

말 그대로 껍데기만 남은 오래된 벗은

아직 배터리가 남아 있어서 알림이 울리면 마지막 힘을 다해 울려준다.

차마 끄지 못하고 식탁 위에 두고 있다.

곧 영원히 이별이다.


세상 누구와도 무엇과도 이별을 해야 한다.

이제 만남보다 이별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별을 잘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하는데

불시에 닥치거나

준비를 한다 해도 막상 닥치면 준비가 무용지물이 되어서

한동안 마음을 물 위에 뜬 배처럼

물결이 움직이는 대로 두어야 한다.

저절로 추슬러질 때까지.


요즘 막 미워지는 사람이 있으면

언젠가는 저 사람과 이별을 할 텐데

미워지는 마음일 때 이별이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돌려먹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복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