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행복

by 윤인선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의 도착점은 행복이다.

무엇을 해도, 그것은 행복해지기 위한 것들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에 했던 놀이, 먹는 것, 읽기를 좋아해서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위인전과 소설책과 만화책, 마루에 누워 빈둥거렸던 것들 모두, 해서 즐거워지는 것들이었다. 즐거움의 끝에는 행복이 있었다.

사소하고도 가벼운 행복이었다.

더 자라서 본격적인 학업의 길로 들어서며 사소하고도 가벼운 행복 대신 성적으로 결과를 내야 하는 무거운 행복을 짊어졌다. 성적이 잘 나오면 그것 또한 행복이었다. 다만 인풋만큼 아웃풋이 있고 미래가 걸려있었다.

무겁고 힘겨운 행복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남들보다 한걸음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애썼다. 그냥 하는 것은 없었다. 하는 모든 것에 목표가 있었다.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갈 때마다 만족과 행복을 느꼈다. 그것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모르고. 쉴 때조차 머릿속에는 다음에 해야 할 일로 가득했다.

숨 가쁜 행복이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일을 해도, 육아와 집안일까지, 심지어 봉사활동도 탱크처럼 했다.

열심이다, 성실하다는 칭찬을 받으면 뿌듯했다. 그것이 행복인 줄 알았다.

이제와 보니, 참 수고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냥 있을 때가 많다. 말 그대로 그냥 있다.

드라마도 보고, 좋아하는 사우나에 가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책도 읽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가족 외에는 며칠 씩 누구도 안 만나고, 이런 일들을 그냥 다 한다.

누군가 왜? 라고 물으면 그냥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

올여름은 더웠지만 햇빛과 햇볕이 좋은 날이 많았다.

아침에 베란다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면 소파에 누워서 밖을 바라보았다.

쨍쨍한 태양이 있고,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나무가 있고, 새소리가 들렸다.

그런 날들을 하루하루 늘려갔다.

어린 시절의 사소하고도 가벼운 행복이 하루치씩 내게로 왔다.

별로 내세울 것 없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