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창은 눈이다.
눈이 매달렸다
거대한 시멘트에 주렁주렁
노란 눈 주황 눈 빨간 눈 그리고 흰 눈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다.
안에 있는 눈이
밖에 있는 나를 가두었다
눈의 감옥에 갇혔다.
거대한 시멘트에 끼어 있는
작은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
먼저 나오려고 아귀다툼하다
서로에게 압사당한다.
비어져 나오는 웃음 흘리다
올려다본 검은 하늘에
눈물 하나 박혔다.
며칠 전 밤하늘이 좋아서 산책을 나섰다. 10시 무렵이었다.
산책을 할 때면 발 길 닿는 대로 걷기도 하고,
정해놓은 코스대로 걷기도 한다.
정해놓은 코스는 짧은 코스, 중간 코스, 긴 코스가 있다.
밤이라 짧은 코스로 걸었다.
짧은 코스는 주변 아파트와 도로를 끼고 걷는 삼사십 분 정도의 코스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늦은 밤인데도 여기저기에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혼자 걷고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라서 심심하지 않았다.
기분 좋게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우뚝 서 있는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늘 보던 것들인데 유난하고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온 것은 아파트들이 아니라 아파트 창들이었다.
작은 네모 칸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 채로 아파트 벽에 촘촘히 박혀있었다.
아파트 벽에 달린 수많은 눈 같았다.
수많은 눈이 어둠을 가로질러 걷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눈 천지였다.
촘촘하게 박혀있는 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