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가다!

by 윤인선

새벽까지 뭔가를 하다가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출에서 돌아와서 샤워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샤워를 할까 말까 하다 아무래도 하고 자는 게 개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수면 바지를 입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 바지를 입으려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오른발을 오른쪽 바짓가랑이에 넣으려고 했다.

순간 내 몸이 기우뚱, 균형을 잃는다, 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얼마 전 지인이 양말을 서서 신다가 바닥에 쿵하고 주저앉아서

몹시 아프고 멍이 심하게 들었다는 생각이 났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다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움직였나?

스텝이 꼬였는지 오른발이 바닥을 딛고 있던 왼발을 쳤다.

분명히 우지직 소리가 났다.

왼발이 몹시 아팠다.

순간 골절인가 싶어 왼발가락들을 움직여 보았다.

잘 움직였다.

통증이 사그라질 때까지 왼발을 노려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조금 있으니 아픔이 서서히 가셨다.

왼발을 여기저기 만져 보았다.

아프지 않았다.

음, 골절은 아니군! 하고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왼발을 보았다.

발가락도 잘 움직이고 통증도 별로 없었다.

다만 새끼발가락 아래쪽에서 발등으로 반달 모양의 멍이 있었다.

일어서서 걸어 보았다.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체국도 다녀오고 오전 일도 했다.

그리고 정형외과에 갔다.

이런! 뼈에 멍이 들었고 곧 골절로 이어질 수 있는 금이 갔다고 했다.

단단히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방법은 걷지 말든가, 외출을 꼭 해야겠으면 보호대나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암담, 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볼썽사납지만 내 뼈를 보호하기 위해서 보호대를 할 수밖에!!

오른발을 혼내줄 수도 없고.


사람과의 관계도 금이 간다.

그럴 때는 완전히 깨지지 않도록 보호대를 착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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