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저는 당황했습니다. 변기에 물 내리는 버튼이 없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요. '어라, 물을 어떻게 내리지?' '여기가 나의 조국인 한국인데, 왜 이리 어렵냐' 한국에서의 첫날밤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 달여 동안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10년 만에 찾은 한국은 실로 어메이징 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내려서 숙소로 갔는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전등을 어떻게 꺼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벽에 표시된 숫자를 아무리 눌러대도 전등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변기를 내리는 것이 이리도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물 내리는 곳이 없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씨름을 해보다가 방 키를 벽에서 빼서 불을 끄고, 변기의 물도 내리지 못한 채 잠을 잤습니다. 다음날 동생이 숙소로 찾아와서 해결(?) 해 주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숙소에서 내어준 키로 태그를 해도 문이 열리지 않아 그 앞에서 한 시간 가까이 끙끙대기도 했습니다. 결국 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문을 열고, 전등을 켜고 끄는 것, 화장실 변기 물 내리는 것이 이리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너무도 발전한 테크놀로지 앞에서 어쩔 줄 몰라했던 것에 자존심이 상하기까지 했습니다. 어쩌면 캐나다에서 10년을 지내는 동안 바보 같아진 제 자신에 대한 속상함, 화난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네요.
한국의 편리성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테크놀로지에 너무 놀라고 감탄했습니다. 특히 서양인들이 놀라는 점은 깨끗한 화장실과 비데입니다. 한국에 다녀온 캐나다 지인들이 한결같이 화장실, 비데, 그리고 지하철의 편리함과 한국 음식, 한국 화장품에 대해서 칭찬합니다. 또한 한국인들의 친절함과 근면성에 대해서도 감동받았다고 합니다.
한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어마어마합니다. 버스도착시간이 전광판에 나오고, 지하철과 상호 환승도 잘되고, 안내도 아주 잘 되어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대중교통이 연결되지 않는 곳 거의 없습니다. 차가 없어도, 아니 차가 없어야 더 편한 사회입니다.
반면, 캐나다는 아직도 모든 면에서 예전의 올드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관문에도 대부분 예전처럼 열쇠를 그대로 쓰고 있고, 화장실에 비데가 있는 집도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캐나다의 내셔널 파크나 도시에서 떨어진 곳을 여행하다 보면 아웃도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여기는 심지어 한국에 옛날 푸세식 화장실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냄새도 덤으로 오지요.
코로나 시기에 휴지 사재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의아하다가 휴지 사는 사람들 속에 서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속으로 웃기도 했습니다. 은행 거래를 할 때 아직도 예전부터 사용하던 방식인 체크(수표)로 월급을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수표에 돈의 액수를 써서 주는 것도 신기합니다. 그저 자동이체로 쉽게 하면 될 것을 이들은 아직도 예전 방식을 고수합니다.
또 관공서나 우체국, 병원에서 일을 보는 것도 하루 종일 걸립니다. 오죽하면 '하루에 한 가지만 처리되면 정말 다행이다'라는 말이 있을까요? 무슨 일이든 급하게 처리하기보다 그저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예전에 다른 차가 잘못해서 저희 차를 박았는데, 보험회사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고 그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보험회사에서 바로 견인해 가서 일주일 안에 고쳐다 갖다 주는 시스템이 당연한데, 이곳은 사람들이 보채는 법이 없습니다. 찌그러진 차를 그냥 타다가 2년 안에 클레임을 하면 고쳐준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뭐든지 빨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으로서 캐나다의 느린 시스템에 정말 답답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십 년 이곳에서 살다 보니 이제는 낯선 불편함이 저에게도 스며들고 있더라고요. 느리게 살아가니 스트레스도 적어지는 느낌입니다. 파란 하늘, 숨이 멎을 듯 예쁘게 반짝이는 별, 놀랍도록 눈부시긴 빛나는 쌓여있는 하얀 눈을 보면서 '나에게 보석은 바로 이 자연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네요.
익숙한 편리함도 좋지만, 낯선 불편함이 저의 생활에 자리 잡으면서 저는 점점 촌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