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어린이집에 가다

20170914

by 도대영

학교에서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나다닐 때 보면 작기만 했던 어린이집 가방이 저렇게 컸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삶이라는 추를 달아준 것 같아 미안함마저 느꼈다. 그렇게 딸내미는 사회로 한 발 내디뎠다.

어린이집은 안해의 복지에 맞춰 내년 3월부터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녹록하지 않았다. 젊은 부부가 많고 신규 입주 아파트가 가득한 동네의 특성상 어린이집 입소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국공립이나 괜찮다는 어린이집은 대기가 200명을 넘었다. 부랴부랴 아이사랑포털을 뒤지고 여기저기 카페와 블로그 등을 살펴 입소대기를 했다. 그 와중에 아파트 단지 내에 처음으로 가정 어린이집이 생긴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에 언제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기에 여기라도 보내야 했다. 다행히 클릭 전장에서 승리했고 입소를 하게 되었다.

자기 몸만큼이나 큰 가방을 메고 신이 난 딸내미를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찡했다. 딸내미에게는 새로운 도전인데 부모에게는 낯선 시련이었다.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딸내미는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지연이 어린이집 한 번 가볼래?”

저녁에 안해가 물었다. 마침 원장님에게 전할 서류도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응, 가자!”

라고 말했다. 매사에 느긋한 내가 서두르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안해는 눈을 껌뻑이며 나를 보았다.

어린이집은 깨끗하고 아담했다. 가정 어린이집에 처음 와봤는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이렇게 활용되는 걸 보니 신기했다. 곳곳에 놓인 형형색색의 교구들과 아기자기한 꾸밈새가 귀여웠다. 신축 아파트다 보니 깔끔했고 아직 교구나 장난감이 다 들어오지 않아 더 넓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눈물을 흘리셨다고 들었는데 와서 보시니 괜찮으세요?”

“네? 아, 네……”

내가 눈물이 핑 돌았던 걸 안해가 그새 원장님과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말했단다. 흘겨보는 내 눈을 안해는 웃음으로 무마했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원래 딸 바보로 유명해요. 좀 유별나죠.”


안해는 살갑게 원장님에게 말했다. ‘유별나다’라. 내 삶에서 가장 관련이 없는 단어 중 하나였는데. 물론 ‘튄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살아왔지만 어떤 위치나 역할에서 ‘유별나다’고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마치 극성 학부모가 된 듯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부끄럽거나 싫지 않았다.

“전혀 걱정 안 했어요. 그냥 한 번 보고 싶어서 늦은 시간에 실례를 무릅쓰고 왔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아버님, 잘 오셨어요.”

어느새 나는 학부모 상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만났던 수많은 학부모들의 모습을 나에게서 찾으며 놀랐다. 그렇게 나도 진짜 부모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진짜 과제 분리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안해보다는 내가 더 수월할 테지만 그럼에도 이 가슴 떨림과 걱정을 이겨내야 한다. 홀로 세워야 아이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아는 것을 행동하고 유지해야 한다. 딸내미의 어린이집 생활이 시작됐다.

복잡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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