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너무 모르고

20170910

by 도대영

궁금한 게 있다. 과연 양치질을 좋아하는 지연이 또래의 아이들이 있을까? 우리 딸내미는 양치질을 싫어한다. 아무리 부드럽다고 해도 제법 뻣뻣한 칫솔모가 입 안에 들어오는 게 좋을 리 없다. 칫솔도 자주 바꾸고 재미있는 놀이처럼 시도도 해봤다. 그 덕에 그래도 칫솔을 물고 다니게 되었다. 물론 치약을 먹으며 장난치는 수준이기에 마지막은 항상 안해나 나의 강제집행으로 끝난다.(feat. 또지의 눈물)

그런데 요 며칠 이상했다. 유독 양치질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물론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장난을 치기 위해 ‘이~~~’하며 스스로 칫솔을 달라고 하던 아이였는데, ‘치카치카할까?’라고 하면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뽀로로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부부의 원칙이라 힘으로 잡은 뒤 양치질을 했다. 딸내미는 엄청나게 울었다.

“혹시 피났어?”

예전에 내가 잘못해서 설소대 수술한 부분이 터져 피가 난 적이 있다. 겁이 난 나는 안해에게 물었다.

“아니, 안 났는데?”

“그럼 왜 그러지? 구내염인가?”

“아냐. 아기들은 구내염에 걸리면 열이 나.”

“이상하네……”

찝찝한 마음을 안고 딸내미를 달랬다. 함께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자 다행히 금세 기분이 풀렸나 보다.

다음 날 저녁,

“지연아, 치카치카 하자.”

“아아아아아!!!”

어제보다 더 극렬하게 저항했다. 이번에도 뽀로로 조차 소용이 없었다.

“안 되겠다. 여보 잡아.”

“응.”


그렇게 내가 지연이의 팔을 잡고 안해가 칫솔질을 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딸내미는 마치 거대한 가물치처럼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지연아, 지연아!”

“안 돼, 해야 돼. 조금만 참아!”

그 어떤 말도 소용이 없었다. 아니, 딸내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초점이 안 맞는 듯한 눈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세차게 머리를 휘젓는 것은 처음 봤다.

“이리 와봐.”

급기야 안해가 지연이를 안았다. 어떻게든 달래 보려 안방으로 향한 후 얼마 뒤였다.

“아야! 아 씨!”

들어가 보니 안해는 손으로 입을 잡고 있었고 딸내미는 침대에서 자지러지고 있었다. 딸내미가 고개를 휘젓다 안해의 입에 머리를 부딪힌 것이었다. 치아에 민감한 안해는 아프기도 하고 순간 화가 나 침대에 딸내미를 놓았다. 아비규환이었다.

얼마 뒤 겨우 진정이 된 딸내미는 안해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이상하네, 요새 왜 이러지?”

“그러게, 얘가 이유 없이 이럴 애는 아닌데, 내일 병원에 한 번 가볼까?”

“그러자.”

다음 날 우리는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입 안을 살펴보시더니 말씀하셨다.

“구내염이네요. 목 안쪽이랑 잇몸 뒤쪽에 있어요. 아팠겠는데요?”

아, 그랬구나. 딸내미는 구내염 때문에 칫솔질이 아팠던 것이었다. 특히 치약이 통증을 더했으리라. 그러고 보니 ‘엘롱 엘롱(맵다는 뜻의 표현)’하던 지연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무너무 미안했다. 그토록 딸내미와 소통하고 마음을 읽으려 노력했는데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그토록 아픈데 엄마 아빠가 강제로 이를 닦일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니 슬프고 속상했다.

“열이 안 나서 구내염이 아닌 줄 알았더니…..”

“그러게, 이런 경우도 있나 봐.”

우리의 얕은 상식과 단호함이 낳은 비극이었다.

“지연아, 지연이가 입 안이 아픈데 그것도 모르고 엄마 아빠가 억지로 양치질시켰네? 아팠겠다.”

“앙.”

“미안해, 몰랐어. 용서해줄 수 있을까?”

“앙!”

기특한 우리 딸은 고맙게도 엄마 아빠를 용서해주었다. 마음 한켠이 쓰라렸다.

긍정의 훈육에서는 아이의 건강하지 못한 바람에 휘둘리지 말고 부모가 필요를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동의한다. 하지만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아이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감이다. ‘내가 옳다.’고 판단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아이의 입장 속으로 들어가 무엇을 보고 느끼는 지 상상해야 한다. 그 이해가 없다면 단호함을 가장한 독선적인 부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긍정의 훈육을 고민한다는 내가 저지른 뼈 아픈 실수를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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