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원정대

20171022

by 도대영

주말은 가족의 시간이다. 즐거운 나들이도 할 수 있고 여러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한가함을 만끽하기도 한다. 그리고 빼먹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집안일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평일에 집안일을 덜 하게 되는 나는 주말이 찬스다.

“여보, 나 재활용 쓰레기 버리고 올게.”

다용도실 문을 열며 안해에게 말했다. 그때 딸내미 소리가 들렸다.

“아가 아가 아가!”

“지연이도 같이 가고 싶다고?”

“네!”

아빠가 나선 대니 딸내미도 같이 가고 싶은 모양이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럼 지연아, 날씨가 추워졌으니 옷 입고 따뜻하게 가자.”

두꺼운 옷을 입히고 외투를 입히고 양말을 신겼다. 그리고 운동화를 신으려는 순간 안해가 말했다.

“잠깐만, 그럼 지연이한테 엄마가 이거 부탁해도 될까?”

안해의 손에는 비닐을 모아 둔 재활용 쓰레기가 들려 있었다.

“네!”

딸내미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이내 비닐을 들었다.

“그럼 잘 부탁해.”

안해는 지연이에게 큰 임무라도 맡기느냐 진지하게 부탁을 했다. 딸내미 얼굴에는 왠지 긴장감이 도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 쓰레기 원정대는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지연아, 무겁지 않아?”

“아이야 아이야.”

딸내미는 무겁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파트 바로 앞 쓰레기장이었지만 지연이에게는 꽤나 먼 원정길이었다. 쌩쌩 부는 바람을 헤치며 우리는 쓰레기장에 도달했다.

“우와, 다 왔다. 지연아, 그럼 쓰레기 주세요. 아버지가 여기 넣을게.”

“아이야 아이야. 아가 아가.”

딸내미는 직접 넣고 싶어 했다.

“아, 지연이가 넣고 싶다고? 그래.”

나는 딸내미를 안아서 올려주었다. 그러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비닐 쓰레기를 버리는 포대에 정확히 쓰레기를 버렸다.

“우와, 성공.”

“우와~”

우리는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엄마, 지연이가 쓰레기 직접 버렸어요.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도 않았어요.”

“우와, 정말? 지연이가 버렸어?”

“네!”

딸내미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렇게 쓰레기 원정대의 원정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요즘 딸내미가 할 수 있는 게 급격하게 늘고 있다. 말도 제법 단어를 조합해서 말하고 달리기와 방향 전환도 잘한다. 손을 꼼지락대며 작은 것도 들 수 있고 젓가락질 연습도 시작했다. 점차 ‘아기’가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이 집에서의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중 한 방법이 역할을 주는 것이다.

PD(긍정의 훈육)에서 의미 있는 역할은 해야 할 것을 함께 생각한 뒤 자발적으로 맡아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딸내미는 아직 어리기에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다. 대신 본인이 할 수 있는 수준의 역할을 하나둘씩 맡기고 있다. 이런 건 안해가 참 잘한다. 그걸 해내면서 딸내미는 자연스럽게 본인도 이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낀다. 높아지는 자존감과 성취감은 덤이다. 이때 부모로서 중요한 게 있다. 맡겼으면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맡은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지 못해서, 실수할까 봐 부모가 ‘어, 잠깐만. 엄마가 할게.’라고 나서면 아이는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모가 뒷정리를 해야 하더라도 오롯이 아이가 혼자 부딪힐 시간을 줘야 한다. 아이에게 중요한 건 ‘성공적인 결과’가 아니라 ‘혼자만의 도전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도와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먼저 나서서 돕지 않는다. 그건 기회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딸내미는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할 것이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하겠다고 덤비는 그 표정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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