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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Oct 22. 2022

* 교복 패션 (2022.10.22.토) *

교복 패션 (2022.10.22.) *      


 - 선생님~~~ 눈이 너무 예쁜데요???

 - 감사합니다~~

 - 속눈썹 붙이신건가요??

 - 아뇨~~

 - 그런데 이렇게 예쁘다고요???

 

   유독 젊은 선생님들이 많은 올해, 교무실에서 저런 대화를 했었다. 교직생활 중 한 번도 나누지 않았던 대화 내용... 마스카라와 속눈썹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물론 미모까지 갖춘 선생님들을 따라서 할 엄두는 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따라했다고 해도 비스무리하게 되지도 않을테니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매일 보면서 생각한다.     


 - 진짜 예쁘다.....     


   요즘에는 뛰어난 실력은 기본이고, 출중한 외모와 잘 꾸밀 줄 아는 감각까지 갖춘 대단한 인재들이 진짜 많다. 거기에 따뜻한 인성과 신실한 신앙까지 가지고 있는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에는 많이 계신다. 늘 감탄할 뿐이다.          



   눈인사만 나누던 A선생님과 식당에서 처음 마주 앉았다. 선생님께서 질문하셨다.     


 - 선생님...늘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데...머리가 예뻐요..

 - 아....진짜요?? 고맙습니다!!!

 - 머리에 뭘 바르나요??

 - 네~~~

 - 어디서 머리하세요??     


   선생님의 구체적인 질문에 많이 당황했지만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 네....20년 동안 다니는 곳이고요...~~~ (블라블라~~)     


   놀라시는 선생님을 보니까 더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B선생님께서 나에게 찾아오셔서 질문하셨다.

     

 - 선생님... A선생님께서 선생님 머리에 바르는 제품 이름이랑 디자이너 전화번호를 알고 싶으시대요...     


   어제보다 더 구체적인 질문에 또 깜짝 놀랐지만 브랜드와 제품명과 전화번호까지 다 말씀드렸다. 며칠 뒤 다시 만난 A선생님께서 머리를 흔들면서 자랑하듯 나에게 말씀하셨다.     


 - 선생님~~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제품 주문해서 오늘 발랐어요~~

 - 아....예쁜데요???

 - 선생님들이 달라졌다고들 하시네요~~*^_^*..     


   알고 싶고 궁금한 것들이 많지만 꾸욱 참고 차마 물어보지 못한 채 지내는 나와 달리, 솔직하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시는 A선생님이 신기했고 재미있었고 부러웠다. 역시 나는 쫓아도 가지 못할, 진짜로 대단한 패셔니스타 중 한 분...



   이번 주 금요일 아침, 채플을 드리고 있는데 내 앞자리에 졸업생들이 우루루 들어와 앉았다. 가만히 보니 올해 졸업한 25기 남학생들.. 고등학교 때는 자유로운 패션이었는데 입고 온 사복들이 딱 대학교 1학년생들처럼 입고 왔다. 맨날 체육복만 입고 교복도 제대로 입지 않았던, 그래도 내가 예뻐했던 우리 반 C도 있었다. 곱게 다린 베이지색 남방을 입은 C를 보며 생각했다.     


 - 작년에는 패셔니스타였는데..???          



   아주 오랜만에 현관에서 복장지도를 했다. 새벽부터 나오느라 나의 생명줄인 ‘아침밥’을 먹지 못했지만 50분 동안의 지도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말이 ‘지도’이지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고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다시 확인되는, 감사한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3학년들, 작년에 나의 모든 것이었던 2학년들, 올해 나를 꽉 채우고 있는 1학년들까지, 마스크로 가린 모습이었어도 얼마나 반갑고 예뻤던지! ‘츤데레 – 쌀쌀맞지만 실제로는 다정한..’인 내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과 짧은 대화를 하며 생각지도 않았던 웃음으로 가득 찼던 아침이었다.     


   복장지도의 핵심은, ‘교복 제대로 갖추어 입기’였는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교복을 잘 입은 아이들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교복 하나로 통일되던 옛 시절과 달리 생활복까지 들어와서 사실 혼합된 복장이 많았고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도 많아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50분 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니 유행이 확 보였는데, 남학생은 발목이 보이는 짧은 길이의 바지를 입거나 남방 단추 하나를 풀고 넥타이를 하지 않거나 안에 목티를 입은 학생이 많았고, 여학생은 확 짧아진 치마길이와 귀걸이가 눈에 띄었다. 거기에 속눈썹과 마스카라까지 한 친구들도 있었고... 컷트부터 허리까지 오는 길이의 머리와 간간이 파마도 보였다.     


   눈에 띄는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장난스럽게’ 물었다.     


 - 오늘 동아리도 없는데..??



   사실 ‘교복’과 ‘교칙’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면 멋진 패션들이었다. 회색 계열의 교복 정장으로 멋을 낼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고나 할까... 격식을 갖추어서 입어야 하는 교복을 나름 이렇게 변형시켜서 입고서 거울을 봤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 짜식들....     


   아마도 거울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겠지..     


 - 흠...멋있군...

 - 흠...오늘, 괜찮은데..???     


   물론 나와 입씨름을 했던 D도 있었다.     


 - 이게 잘못된 건가요..?? 교칙에 나와 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훨씬 좋았던 아이들과의 복장지도 시간이었다. 아이들 얼굴을 보니 너무 좋았다. 복장 지도는 단지 핑계였을 뿐...



   여름이었다가 가을이었다가 급 한겨울까지, 날씨 변덕이 심한 요즘, 점심시간에 선생님들과 나눈 대화 중 일부..     


 - 오늘 겨울옷 입으셨네요..

 - 날씨가 추워졌어요...

 - 가을옷 입어야 하는데...갑자기 날씨가..

 - 저는 아침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옷을 입고 올 때가 많아요..

 - 저도요...

 - 그래서 저는 저녁에 어떤 옷을 입을지 생각해 놓죠..

 - 아...그래요..??

 - 그래서 저는, 선생님들도 교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그쵸....*^_^*...

 -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서 좋을텐데...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건 누구나 똑같은 것 같다. 날씨가 차가워지니 입어야 하는 옷 종류도 많아져서 시간이 더 들어간다. 그래서 그 고민을 하느니 ‘차라리 정해진 교복을 입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어른들은 ‘교복을 입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교복을 입지 않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는 게 재미있다.     


   고작 3년 입는 이 교복이 얼마나 예쁜지, 회색, 블랙의 무채색 계통이 얼마나 멋진 칼라인지, 짧아지고 가벼워진 유행 속에서 길고 묵직한 스타일이 얼마나 눈길을 끄는 빛남인지,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미니를 입은 E에게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     


 - 대학교 합격하고서 내년에 이렇게 초미니 입고 나타나~

 - 넵!!!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작 대학교에 간 다음에는 어설픈 청바지 패션으로 나타난다는 것... 늘 생각하지만, 다 큰 것같이 행동하는 아이들이 내 눈에는 아직 아기들같이 작게 보인다.      


   아이들에게 말해 본다.     


 - 왜 (어설픈) 어른처럼 하고 다니려고 해...

 - 너희 아직, 귀엽거든?????     


************************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진정, 가을이 없이 곧바로 겨울로 직행한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옷은 봄여름가을겨울이다.

 반팔부터 패딩과 털 머플러까지...     


 - 교복 이외의 옷은 무릎 위에 덮어 놓으세요~~   

  

 이렇게 말하고 아이들의 옷을 봤는데 맨 앞에 앉은 F의 옷이 여름 생활복이다. 그런데 겉옷은 털옷이었던 것.

     

 - 옷을 왜 이렇게 입었나요?

 - 추워서요..

 - 추운데 반팔이라뇨..

 - (모두들 웃는다) 하하하하~~

 - 왜 긴 팔을 안입었나요..

 - 귀찮아서요..

 - 무엇이 귀찮다는 건가요..

 - 남방 단추 끼우는 거요..

 - (모두들 웃는다) 와아~~~~*^_^*..

 - 남방 단추가 몇 개 인데요...

 - (아이들이 자기 남방 단추를 센다)

 - 7개요~~~

 - 7개의 남방 단추라...많기는 하네요..

 - 너무 많아요...     


 남방에 있는 7개의 단추를 끼우기가 귀찮아서 반팔 옷을 입고 있다는 F..     


 아이들이 말한다.     


 - 이번 주 에피소드에 올라가겠다!!! *^_^*..          


 - 25기 졸업생이 보내온 교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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