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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Oct 21. 2023

* 나에게 사과해! (2023.10.21.토) *

나에게 사과해! (2023.10.21.) *     


 - 나에게 사과해!     


  학교에 100여 분의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매일 얼굴을 보는 사람은 같은 교무실의 12분 정도다. 총 7개의 교무실에 계시는 선생님 중 1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분도 계시고 오다가다 얼굴을 보더라도 이야기도 하지 못하는 분들이 수두룩하다. 하긴 같은 교무실에 있어도 어떤 때는 하루 내내 서로 한마디도 못 하는 분도 계시니까.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 내기 바쁘니까….     


   언젠가는 거의 1년 만에 처음 만나는 A 선생님을 식당에서 뵙고는 이런 대화를 했다.     


 - 아?? 출근하고 계셨어요?? 그만두신 줄!

 - 가끔 와!*^_^*….     


   B 선생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이렇게 말해 주었다.     


 - 같은 교무실에 있는 선생님들과 잘 지내면 되지 뭐….     


   매년 새롭게 바뀌는 선생님들과 같은 교무실에 있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 왜 1년씩만 교제해야 하는 걸까??

 - 이유가 뭘까??     


   아마도 새로운 기운이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또는 나의 역동성과 창의력이 새로운 선생님들에게 더 맞았던 걸까, 나와 그분들의 삶에 이 만남이 필요했던 것이겠지, 서로의 삶에 좋은 경험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에게 연락하기 위해서는 주로 교내 메신저를 이용하지만, 즉각적인 답변을 위해서는 교내 전화를 이용한다. 하지만 부탁의 경중에 따라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수업과 업무에 치이다 보면 내가 시간이 있을 때 그분이 계시지 않거나 서로 시간이 안 맞거나 생각만 하고 적어놓지 않아서 그냥 놓쳐버리고 미뤄지다가 잊혀지는 일도 많다.     


   그런데 나에게 최근 이런 일들이 있었다. C라는 일을 부탁해야 할 듯 해서 D 선생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는데 시간표가 맞지 않거나 자리에 없거나 하는 일이 많아서 계속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다시 C 프로젝트가 떠올랐고 더 늦기 전에 D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는데, 그다음 날 아침 출근하는 내 앞으로 D 선생님이 걸어오고 있었던 것! 나는 깜짝 놀라서 내 두 눈을 의심했고 속으로 외마디를 외쳤다.     


 - 아! D다!     


   어떻게 해도 만나지 못하던 D를 출근 시간에 만나면서 내가 생각했던 C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이 경험은 나를 무척 깜.짝. 놀라게 했다.      


   몇 주 뒤 이런 경험을 또 했다. E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F를 만나려고 했으나 계속 만나지지 않았다. 내가 자리에 있으면 그가 자리에 없었고 그가 자리에 있을 때는 내가 연락하는 것을 잊었던 것. 짧지 않은 출퇴근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늘 학교 생각을 하는데, 학교에서 놓쳤던 E 프로젝트가 생각이 나면서 내일은 F를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잠자는 사이 E와 F에 관계된 일을 당.연.히. 잊은 내 앞으로 F가 걸어오고 있었고, 나는 정말 깜.짝. 놀라며 E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 아! F야!     


   F에게 말했다.     


 - F! 선생님 만나기를 간절히 원했는데 이렇게 만난 거 있죠!

 - 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함….*^_^*….)     


   며칠 뒤에는 또 다른 일이 있었다. G 프로젝트에 맞는 사람으로 H와 I가 떠올랐는데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적당할까 기도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일 H를 만나서 물어보고 안되면 I에게….     


   다음 날 아침 평상시에 주차하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주차했는데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끈 내 차 앞으로 H가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아…. 뭐지…. H야….     


   H에게 말했다.     


 - H! 어젯밤부터 선생님 생각만 했는데 오늘 선생님이 내 앞으로 걸어와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 네??? (역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함….*^_^*….)     


  대학교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 누가 이렇게 기도했다고 해요. 사귀는 사람이 버스 타는 곳까지 나를 바래다주면 그 사람과 계속 사귀고, 바래다주지 않으면 헤어지기로 했대요.

 - 아…. 어떻게 되었어요??

 - 바래다주지 않아서 헤어졌대요.

 - 진짜요??     


   지금 들으면 ‘그 무슨 어리석은 결정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렸던 그 시절에는 그 결정이 굉장히 대단해 보였었다. 사실 앞에 적었던 만남들도 나는 이렇게 기도했었다.     


 - 하나님, D를 (F를, H를) 만나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할게요….

 - 하나님, D가 (F가, H가) 이렇게 말하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할게요….     


   그들을 만난 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모두 내가 기도한 대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경험들은 나에게 놀라운 일들이었다.     


 -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면 만나게 되는 건가….

 - 이게 가능한 일이야??     


   오래전 J프로젝트를 결정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번복하던 내가 또다시 수정한 내용을 밤늦게 알렸을 때 K가 말했다.     


 - 나에게 사과해!     


   나는 말했다.     


 - 아…. 무얼 사과해야 하는 거죠…. 밤늦게 문자로…. 죄송합니다….


   물론 K는 그 말에 어이없어하며 웃었던 것 같다. 사과할 내용은 그게 아니지 않냐는 듯이…. 물론 나는 J프로젝트의 결정을 다시금 번복했고 그때까지 복잡하고 머리 아프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마음 상태가 신기하게도 안정되었다. 이게 하나님의 뜻이었던 건가….     


  언젠가 L이 말했다.     


 - 기도를 해야지!

 - 기도했는데요??

 - 사람을 놓고 기도하면 어떻게 해!

 - 그럼 어떻게 기도해요??     


   간절히 만나기를 원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마치 ‘운명처럼’ 내 앞에 나타났던 것처럼, 인생의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 앞에 직면했을 때, ‘자연스럽게’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누구를 만났건, 어떤 선택을 했건 그게 나에게 가장 좋은 만남과 선택이었다는 것을 믿으면 되는 걸까….     


   **********************     


*** 모두 처음 살아보는 삶이 어렵지 않게, 복잡하지 않게 술술 잘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어렵고 복잡하고 잘 풀리지 않았던 (첫) 인생을 살아 낸, 인생 선배들의 조언이 많이 있는 것 같다.     


   1학년 남학생 학급 게시판에 붙어있던, 담임선생님께서 매일 적어 주신다는 글귀 중 하나….     


#apologize  #사과  #만남  #기도  #간절히_원하면  #자연스럽게  #운명처럼  #선택  #삶  #인생  #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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