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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Nov 04. 2023

* 하루하루의 삶을 사는 거야(2023.11.04.토)

하루하루의 삶을 사는 거야 (2023.11.04.) * 

    

 - 하루하루의 삶을 사는 거야….     


   화요일까지 10월이었는데 수요일부터 11월로 바뀌었던 이번 주, 느낌이 이상했다. 10월이라고 하면 무언가 아직 한참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11월이라고 하니, 무언가 끝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 10월이었던 화요일과 11월인 수요일, 하루 사이의 느낌이 이렇게 다르다니….     


   11월에 대해 노래한 나태주의 시가 있다.     


 -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습니다.     


   이번 주에 수업하면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았어!

 - 아직 끝이 아니야!

 - 아직 늦지 않았어!

 - 그러니 무언가를 해!     


   아이들의 눈이 빤짝이는 것을 발견한 것은 오히려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아마 아이들도 저 말이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라는 말을….     


   언젠가 설교 중에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 저는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삶이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늘 실망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하루하루의 삶에 성실하려고 합니다…. 하루하루의 삶에 성실할 때, 삶의 기쁨이 있지 않을까요….     


   오래전 A에게 이 말을 했더니 이렇게 답했었다.     


 -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잖아. 좀 느린 것 같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답답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거야.      


   학기 말을 향해 가고 있는 요즘, 대부분은 정리하는 시점이지만, 1학년의 경우, 학년말 프로그램과 함께 신입생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무척 바쁘다. 그런데 새내기인 B가 나에게 말했다.     


   - 선생님~~ 그동안 바쁘셨는데 이제 조금 한가해지시는 거죠??     


   나는 웃으며 말했다.     


 - 아…. 아뇨. 선생님…. 이제부터가 진짜 본격적인 일들의 시작이에요….

 - 아…. 그런가요???     


   진짜 그랬다. C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C~~~, 일단, 학년말 프로그램 3개와 내년 1월 초 신입생 프로그램 1개‘만 ’하면 되어요…. 예산을 잘 배분해 보도록 하죠….     


   1월에는 신입생연수 프로그램 1개를 진행하면 되지만, 입학하자마자 진행되는 수련회까지 지금 준비해야 해서 이번 주에 드디어 (2024) 폴더를 새로 만들었다. 저장 파일 중 맨 위에 있는 (2023) 폴더 위에 (2024)를 만들면서 생각했다.     


 - 벌써 2024라니….     


   시간이 멈추어있지 않고 흘러간다는 것이 감사하다. 나의 삶을 채웠던 좋았던 일들이 영원히 머물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속상했던 일들 또한 스쳐 지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어느새 2023년의 마지막에 가까운 11월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나의 삶이 더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지 않을까….



********************     


*** 학교에서 학생 자료 관리를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어 개인정보를 변경해야 했다. 로그인을 하고 비밀번호 변경을 한 뒤 마지막 저장을 하려는 순간, 밑에 보이는 화면에 화들짝 놀라며 5초 정도 머뭇거렸다. ‘꿈’을 적는 칸이 있었기 때문….     


   학생들에게 묻는 것이었고, 그에 따른 희망 학과를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이 빈칸을 보고 왜 깜.짝. 놀랐을까…. 그 빈칸은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 너의 꿈은 무엇이지???     


   정말 나의 꿈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이 칸을 바라보며 무엇이라고 쓸까….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하루를 (힘겹게) 살아 내고 있을 모든 사람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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