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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Dec 09. 2023

* 오래도록 변치 않는 (2023.12.09.토) *

오래도록 변치 않는 (2023.12.09.) *     


 - A와 B가 결국 이혼을….     


   출근한 뒤 거의 정형화된 나의 루틴은 방석을 털고 앉아서 기도하고 노트북을 켜는 일이다. 가장 마지막에 하는 일도 노트북을 끄고 가방에 넣어서 보관하는 곳에 놓는 일이고. 이런 나를 보고 언젠가 C가 말했었다.     

 - 노트북을 왜 넣어 놓는 거야? 그냥 책상 위에 놓고 다녀~     


   선생님 대부분은 노트북을 책상 위에 놓고 다니시고 심지어 노트북의 뚜껑도 덮지 않고 전원만 꺼 놓으신다. 놓고 다니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노트북을 덮지 않는 것은, 나의 습성에는 잘 맞지 않는 일이다. 회의 때문에 잠깐 자리를 비우게 되더라도 노트북 덮개를 덮어놓는데 하물며 퇴근할 때는 당연히 덮어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정리 정돈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노트북은 가방에 넣어 놓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다. 그래서 C에게 말했었다.     


 - 저는 노트북을 넣어 놓아야 마음이 편안해요….     


   이런 말을 하는 나를 C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보았었고 나 또한, 이런 내가 이해되지 않지만 어떻게 하겠느냐는 뜻으로 웃었었다.     


   하루 내내 노트북을 사용하지만, 그 하루 동안에 인터넷 기사를 클릭해서 보지 않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중요기사들도 선생님들께서 소리 내서 말씀하시면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주말에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나의 귀에 요즘 자주 들려오는 단어가 ‘이혼’이라는 단어다.     


 - D와 E가 이혼을 했대요….

 - 진짜요??? 아니 잉꼬부부 아니었어요??

 - 쇼윈도 부부였나 봐요.     


   왜 이렇게도 이혼하는 사람들, 연예인이 많은 걸까.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이혼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더 놀라운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사는 부부로 알려져 있었던 사람들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별거 중이었다는 등의 말이었다.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할까…. F가 말했었다.     


 - 그래서 연예인들이 TV에 나와서 금슬을 자랑할 때는 좀 다르게 보아야 하는 것 같아요….  

   

   리포터 G의 이야기를 읽었다.     


 - 진짜 좋아하는 연예인을 직접 인터뷰하고 나서 실망하지 않았을 때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 내가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어떤 연예인은 인터뷰하지 않기도 했어요.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요.     


   G의 이야기를 들었던 H가 이렇게 말했다.     


 - 리포터 G는 드라마나 영화 속의 이미지를 좋아했으니까 실망을 한 거죠. 그 사람에 대해서는 직접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한 거니까….     


   25년 동안 각별한 친구로 지내고 있는 I와 J의 이야기를 읽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우정을 이어올 수 있는지에 대한 리포터의 질문에 I가 이렇게 답했다.     


 -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없는 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가 없다.

 - 대신 존중만 있다.

 - 보통 친해지면 '나랑 왜 안 맞는 생각을 하지?'라며 자꾸 나에게 맞춰주길 기대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저 사람의 생각은 저거고 나는 나다.

 - 우리는 서로의 작업을 너무 존중하고 응원한다.

 - 우리는 존댓말을 섞어서 사용한다. 문자를 할 때도 존댓말로 한다.   

       

   사회학자 K와 L이 쓴 책, <모든 것은 빛난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 인간이란 어떤 경우에서건 자기가 얻을 수 있는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결국에는 낮추거나, 적어도 전환시켜야 한다. 행복은 결코 지성이나 상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심장, 침대, 식탁, 안장, 난롯가 그리고 전원 등에 있는 것이다.

 - 표면에 머무르며 사는 능력을 키워라.

 - 우리의 행복이 저 높은 곳에 있지 않다.

 - 일상 속에 감추어진 목적을 찾는 대신 그것이 선사하는 의미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워라.

 -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행복의 기대치를 낮추고 삶의 일상에서 경이를 느끼며 매사에 감사하는 일이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보통 3년 정도라고 한다. 왜 사랑이 영원하지 않을까…. 왜 변하게 되는 걸까…. 고작 3년의 불꽃이라니….     


   환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 대해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G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것을 멈춰야 하는 걸까…. 서로에 대해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서로의 보호막을 씌워두고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I와 J의 관계가 부러우면서도 그 관계가 진정한 관계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진정으로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걸까….    

 

   3년이 지나서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면서 더 실망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넘어서는 관계를 이루어내는 것이 진짜가 아닐까….     


   오해하고 싸우고 사과하고 다시 오해하고 싸우고 사과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서로에 대해 진짜로 이해하게 되는 거 아닐까….     


   오래도록 변치 않는 그런 사랑이 어디 없을까….

     

**********************     


  *** 행복은 ‘깊이’에 있지 않고 ‘빈도’에 있기에, 한 번의 강렬한 행복감보다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꼈을 때 더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나 또한 책상 위의 꽃 한 송이, 핑크빛 책갈피와 어렴풋한 눈웃음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기에 큰 것보다 작은 것들에 좀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     


 -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면 좋을 텐데….     


   이미 10월 말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던 우리 집이기에, 학교에서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기를 바라서 우리 교무실의 젊은 피, M과 N 선생님과 계속 의논을 했었다. 주제는 이것이었다.     


 - 가성비 최고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두 선생님께서 어제 교무실에 무언가를 설치하셨다. 정말 내가 바라던 분위기!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빛이 나지 않을, 크리스마스 시즌이기에 더욱 빛이 날, 크리스마스를 나타내는 작은 불빛들!     


   이 작은 변화가, 우리 교무실 선생님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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