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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Dec 16. 2023

* 반짝반짝 작은별 (2023.12.16.토) *

반짝반짝 작은별 (2023.12.16.) *     


 - 아직 후유증이 남아 있는 것으로….     


   언젠가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던 중 A가 아기 때 폐렴을 앓았었다고 하자 B가 응수한 이 말에 빵 터졌었다. 심각한 내용으로 이야기하던 중이었는데 말이다. 다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중간중간 장난꾸러기 B가 말했다.     


 -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 있다니까….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지만, 아기 때의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 A가 지금도 어리바리하다는 말 때문에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던 그 일은 지금도 생각나서 가끔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하고 있다. 이렇게 되뇌면서….     


 - 뭐야…. 폐렴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라니….*^_^*….     


   2024년 예산을 논의하기 위해 C, D 선생님과 티룸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보는 D 선생님이 얼마나 우스웠던지 나는 계속 일명 ‘물개박수’를 치면서 회의했다. (나는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좋아서 물개박수를 ‘막’ 친다) 3명이 하는 회의가 얼마나 시끄러웠던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손뼉을 얼마나 많이 쳤던지,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단다.     


 - E 선생님(내 이름)이 계속 물개박수만 치고 있네요….

 - 저런 것 처음 보는데요….     


   하루에 기본 10시간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 얼마나 많이 웃을까…. 대부분은 교실에서 학생들과의 수업 시간에, 또는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의 대화 속에서 웃을 일들이 생겨난다. 아마도 일반 직장인들보다 학교에 있는 교사가 좀 더 많이 웃지 않을까….     


   하지만 코로나 이후 학교 현장은 쉽지 않다. 코로나가 있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3년 동안 제대로 학교생활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기에 예전 세대와 확실하게 다르다. 가끔 등교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부터 선생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교칙은 지켜야 하는 것인지 등등 제대로 경험하고 배워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할 일…. 그래서 지금 학교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일들투성이다.     


    학교에서는 늘 이런 이야기가 들려온다.     


 - 어떤 녀석이 어느 선생님에게 이렇게 대들었대요.

 - 졸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는 이 수업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네요….

 - 어떤 학부모가 이렇게 저렇게 수업해달라고 전화했다네요….     


   학교 교칙에 대해서, 선생님에 대해서, 학교라는 곳에 대해서, 예전과 다른 관점과 태도를 보이는 학생과 학부모로 가득 차 있다. 일단은 ‘대학입시’라는 것에 모든 것의 성패를 걸고 있으니, 그 외의 것을 이야기하고 가르치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면 진로에 유익한지를 듣기 원하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들을 때는 고개가 숙여지고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경험한다. 교복, 친구 관계, 예의 등의 이야기가 허공에 퍼지는 것을 보며, F에게 학교에 왜 다니고 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 일단은, 졸업장이 필요해서요….     


   아이들은 학교 수업보다 학원 강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교칙을 지키는 사람보다 1점이라도 더 잘 받아서 의대에 가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나는, 점수 올리는 방법보다, ‘이렇게 저렇게 사는 건 어떨까’를 더 말하는 사람인데….     


   인생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눈빛이 반짝이는 아이들과의 교감을 경험한 교사로서, 예전과 다른 학생과 학부모를 어떻게 대하며 지내야 할까…. 찬란했던 옛날을 그리워하며 지내야 할까…. 학생이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지금, 나의 미래를 생각하며 가볍게 직장생활을 하면 되는 걸까….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며 찡그리면서 나의 시간을 채우고 싶지 않다는 것. 온갖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눈길을 끄는 작고 예쁜 것들이 있다는 것. 그건 바로 때때로 나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아이들의 ‘아이들다움’이었다. 문제아나 반항아의 모습을 띤 10대들이지만, 어이없는 모습으로 또 가끔은 순진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나의 직장생활을 독특한 색감으로 덧입혀주고 있었다.     


   이번 주에 새로운 책 2권이 발간되었다. <반짝반짝 작은별 2021>과 <반짝반짝 작은별 2022>. (2021년 – 27기) (2022년 – 28기)의 학생들과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2021년부터 작성하던 주말 편지에 매주의 학교 소식만 넣다가, 아이들과의 이야기도 넣으면 좋겠다는 ‘아주 작은 생각’으로 매주 몇 편씩 넣었었는데, 학교 소식은 읽지 않더라도, 에피소드만 보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기준은 단 하나, 재미있고 웃길 것!     


   수업 중에 또는 복도에서 나를 박장대소하게 했던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책상에 앉으면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이 너무도 아쉬워서, 노트에 소재만 간단히 적어놓게 되었고, 그 노트를 펼쳐보며 매주 에피소드를 몇 편씩 작성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생각 없이 작성하던 것들이, 올해에는 매주 7편씩 작성해도 에피소드가 넘쳐서 내년 2023년의 책은 훨씬 더 두꺼워질 예정이다.     


   올해 여름방학에 2년 치의 에피소드를 정리하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 애들이 너무 웃겨….

 - 선생님들이 너무 재미있어….

 - 그때 웃겼던 그 일이 뭐였더라…. 기록해 놓았어야 했는데….     


   학교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교사가 가장 힘든 일이어서 교사 지망생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런데도 내가 했던 선택 중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교사를 하고 있다는 것….     


   나에게 웃음을 주었던 아이들과의 에피소드가 내 인생에 있어서 그때 그 시절, 2021년과 2022년이 행복했었다는 것을 기록하며, 지금도 계속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작은 별들에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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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반짝 작은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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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반짝 작은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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