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시대의 학교
(2021.02.07.일) *

by clavecin

* 코로나 시대의 학교 (2021.02.07.일) *


2020년은 길고 긴 세계의 역사에서, 그리 길지 않은 우리의 생애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모든 것의 ‘멈춤’과 그로 인한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일상생활의 변화는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했던 미래를 생각보다도 빨리 한껏 당겨놓았다고 할 수 있다.


작년 내내 내가 했던 것은, 음악 원격수업 영상을 만드는 일이었다. 2주 동안 원격수업 내용을 구상하고 콘티를 짜고 들어갈 악보 자료를 만들고 본격적인 영상을 제작, 3번의 동영상 편집을 해서 타이틀까지 입혀서 다시 하나의 동영상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고 힘들었다. 특히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앞부분에는 에피타이저 식의 음악내용을 넣었는데 그것을 고르는 것이 오래 걸렸고, 앞뒤 시작음악과 배경사진 선정도 오래 걸렸다. 물론 배경사진은 우리반 아이들 사진이었다. 본격적인 수업 녹화를 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보니, 수업 녹화는 늘 새벽이었고 새벽 2-3시 시간이 그대로 동영상에 나타나니 나를 걱정해 주는 아이들이 댓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타이틀 배경 색상을 고르는 일이었다. 타이틀 배경 색상을 넣는다는 것은, 이제 작업이 다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었고 따뜻하고 온화한 색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색상을 고르는 작업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ZOOM 화면에서 2012년부터 사용하던 아이패드2 화면을 공유하여 사용하다가 내 노트북이 아이패드 미러링 신호를 못잡아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작년 5월에는 8년 동안 사용하던 아이패드를 Air로 바꾸었다. 또 실컷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들어보니, 소리가 들어가지 않았던 일, DVD 화면을 잘라서 넣었는데 아이패드에서는 소리가 안나오던 일 등등, 1차시 수업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모른다.


등교해서 하던 50분 수업에서는 하다 말다 하는 것들이 많아서 원하는 분량을 못끝내고 아쉽게 마치곤 하던 음악수업이었기에, 원격수업을 만들 때는, 장점을 마음껏 활용하고자, 분량을 한껏 잡아서 1시간40분 분량을 만들기도 했었다. 원격수업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과제를 부여해야 했는데 과제량이 많아져서 아이들은 과제하느라 고생, 나는 그것을 체크하느라 고생, 정말 힘든 한해였다. 주말마다 과제를 체크하면서 과제를 하지 않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늘 했었다.


나름 정성을 들이던 수업 제작이기에 중간에 어설프게 바꿀 수도 없어서 올해 1월 마지막까지 이 방법을 고수했다.


- 최선을 다해서 동영상 만들기


실시간 수업을 하는 것은 초등학교, 중학교에는 좀더 맞지만, 고등학교에는 약간 맞지 않는 시스템임에도,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제대로 참여하게끔 하기 위해서 앞으로 실시간 수업을 지향한다고 한다.


아이들과는 카톡을 하지 않는 내가 작년에는 오픈 채팅방을 만들 수 밖에 없었고 가장 중요한 전달 수단이 되었다. 새벽 6시에 자가진단 메시지 보내기, 아침 8시40분에 ZOOM으로 조회하기, 계속 전달사항 공지하기, 오후 4시30분에 ZOOM으로 종례하기, 저녁7시부터 ZOOM 자율학습 하기 등등,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일들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음악시간에 노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노래를 할 수가 없는지... 참고 참다가 10월 마지막 주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렀다. ‘누가 신고해도 어쩔 수 없지’ 라는 생각으로 음악실 문을 열어놓고 학교에 울려퍼지게 했는데, 그 노래를 들은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다.


- 학교에 노래가 울리니 너무 좋다~~~~


그래도 1학기에 부르는 ‘할렐루야’ 가창은, 원격수업의 반복수업 덕분인지, 아이들의 완성도가 아주 높았다. 특히 남학생들은 지금까지의 어느 해 보다도 가장 잘 부른 가창이었다. 전교생이 함께 불렀으면 정말 멋있었을텐데...


학교 채플도, 신입생 수련회도, 동산큰잔치도 하지 못했고, 자율학습은 2일 정도 했다. 1,2학년이 서로 다르게 등교하는 바람에, 짝선배 · 짝후배 연결도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6월에서야 학교에 오게 된 아이들은, 춘추복을 입어보지도 못하고 하복을 입고 등교했고, 음악수업은, 처음 만나는 날에 논술시험을 보았다.....


여러 가지 중에 가장가장 아쉬운 것은, 마스크를 끼고 내내 지내다 보니, 아이들의 얼굴을 익히기 쉽지 않았고 서로가 그렇게 지내다 보니, 친밀함이 덜하다고나 할까...


어떤 선생님께서 마스크를 내내 쓰고 수업하다가 어느 날 깜빡하고 그냥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못알아보더란다.


아이들 : 누구세요??

선생님 : 나야 나~

아이들 : 누구시지??

선생님 : 아? (마스크 안 한 것을 깨닫고 교무실에 가서 마스크를 다시 하고 온 뒤) 이제 알겠지?

아이들 : 아~~~~


또 어떤 선생님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자기가 웃고 있는 것을 애들이 모른다고, 마스크를 낀 채로 눈웃음 치는 것을 연습한다고 하셨다.


1년에 아이들의 수업일수가 보통 193일 정도 나왔던 것 같은데, 올해 우리 학교 1학년 아이들의 원격수업일수가 108일 이었다. 즉, 학교에 나온 날이 90일도 안되는 것이다. 3달 정도...


아침 8시40분에 독서실에서 ZOOM 으로 조회에 참석하는 아이들, 원격수업을 몰아서 듣는 아이들, 매일 학교에 나오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 방학이 계속 되는 느낌에 젖어있는 아이들, ZOOM 화면을 꺼놓는 아이들, 화면을 켜놓고 다른 공부 하는 아이들, 아예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정시 공부 하는 아이들, 가정학습을 쓴다고 학교에 오지 않는 고3 아이들, 직접 만나기 전 3월에 ZOOM으로 상담했던 아이들 등등...


작년에 맞이하게 된 아이들의 모습이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들이 학교를 변화시키게 될까.. 아, 올해부터 학교에 무선 인터넷이 된다고 하니 새로운 수업 모습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이번 주에 온라인 졸업식을 했다. 상을 받는 아이들 몇 명만 학교에 오고 온라인으로 진행된 졸업식.. 작년에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올해도 이렇게 진행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겠지..


졸업식 시즌에는 고3 아이들이 1, 2학년 교무실에도 들러서 개인적으로 인사를 하고 간다. 나의 경우, 공부를 잘한 녀석들이 들리는 경우보다, 속을 많이 썩여서 나와의 스토리가 많았던 아이들이 잘 들린다. 이번에도 역시 신입생 초기 여러 가지 일로 학생부와 친하게 지냈던 녀석들 공OO, 곽OO 등이 들렀다. 얼마나 반갑던지.. 예년보다 찾아오거나 연락하는 아이들이 줄은 것은 역시나 코로나 핑계겠지..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마스크는 계속 쓸 것이라고, 원격수업 시스템이 활용될거라고, 다시는 옛날로 돌아가지는 못할거라고들 말한다. 지나고 나면 냠는 것은 결국 아이들과의 관계, 제자들인데, 이제는 점점 학교 건물만 남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공식적인 2020학년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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