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시대의
홀로서기 (2021.02.14.일)

by clavecin

* 코로나 시대의 홀로서기 (2021.02.14.일) *


2011학년도에 남학생반을 처음 맡았었다. 아마 17기 일 것이다. 올해의 아이들과 딱 10년 차이가 나니, 지금쯤 그 녀석들은 벌써 27살이 되어 있겠다. 이전에 내가 쓴 글들에서 많이 언급을 했었지만, 내가 남학생반을 처음 맡는다는 것을 알았던 그 녀석들은 나를 정말 잘 따랐고 정말 즐겁고 재미있게, 나의 일생에 뚜렷이 기억이 될 만한 족적을 남긴 기수가 되었다. (1-14)이었고, 지금의 (1-10) 교실이었다. 1학년이었던 2011학년도 뿐만 아니라 학교 다니던 3년 내내, 2014년 2월에 졸업을 한 이후에도, 지금까지도 늘 연락하고 소식을 전해 오는 아이들이다.


대학교 붙은 것도, 재수하는 것도, 그래서 대학교 붙은 것도, 군대 가는 것도, 취직 준비하는 것도 늘 알려오더니, 언젠가부터는 취직했다는 연락을 보내온다. 내가 나이드는 것은 생각지 못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깨닫게 된다.


연휴 며칠 전 17기 K녀석에게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 저는 회사에 입사한지 한 달 조금 넘어 열심히 적응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벌써 첫 월급으로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께 용돈도 드려봤습니다~~


~~ 저의 고등학교 생활을 떠올려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이 선생님이십니다. 의지할 곳이 많이 없었던 저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중학교까지는 관심도 없던 음악 수업에서 음악 반장으로 열심히 참여도 하고, 콘서트콰이어에도 가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 다음에 찾아뵐 때는 회사 자기소개서에 선생님에 대해 썼던 이야기도 꼭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대학교 자소서에 내 이야기를 쓰는 경우는 보았지만, 회사 자기소개서에 내 이야기를 썼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았다. 얼마나 감격적이고 기뻤던지! 대학교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보다 더 충격적이었고 감동이었고 감사했다.


그리고 나의 교직생활이 더 소중해졌다.


이틀 뒤에는 또 S에게서 중등임용고시 음악교사에 합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 ~~ 면접 공부할 때 선생님께 배웠던 것들 생각하면서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앞으로 차근차근 본받겠습니다♥ ~~


내가 좀더 열정적이었을 때 나를 보고 음악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똑똑한 S가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에 합격한 것이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재작년에 우리 반 교생으로도 왔었던 S의 합격소식은, 정말 내가 합격한 것 같은 기쁨을 주었다. 워커홀릭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내 손을 거쳐간 아이들의 이런 소식들은 나의 삶이 의미있다고 말해주는 어떤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작년부터의 코로나로 인해 교육계에 허락된 가장 획기적인 일이라면, 교내 노트북에서 일명 카O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안 문제로 인해서, 개인 이메일 계정도 쓸 수 없어 공무원 이메일 계정만 사용 가능했고 카O은 당연히 절대 사용 불가였다. 연결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허락된 것이고, 올해부터는 무선 인터넷도 된다고 하니, 학교의 인터넷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 직접 얼굴을 보기도 전에 집에서 밤 9시에 ZOOM 으로 상담을 했고, 선생님들과도 회의실에 모여서 회의하지 않고 ZOOM 으로 연수를 했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잠깐 들어왔던 아이가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니 ZOOM으로 인사를 하기도 했다.


얼굴을 보고 만나던 정기적인 모임들이 줄어들었고, 그러다보니 수많은 모임의 채팅방이 만들어져서 전달을 하고 파일을 보내고 의견을 소통하고 있다. 원래 이런저런 답글 다는 것이 짧았는데 채팅방이 많아지다보니 아예 읽기만 한다. 아마 다들 나와 같은건지, 너무 많은 채팅방에 무덤덤해진 사람들이 글을 읽기만 하고 답장이 없다. 글을 이리저리 쓰는 것보다는 이런저런 이모티콘으로 전하는 것을 일삼기도 했다.



어떤 모임은 일에 집중할 수 없게 글들이 쏟아져서 읽는 것을 멈춘 모임도 있다. 또 1명이 나가면 1초도 안되서 1명이 들어오는, 최대 1,500명이 멤버인 어떤 교육 채팅방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우선 올해 상반기는 작년과 같이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격주로 이루어지는 추세이고 백신을 맞고 나서도 예전과 같은 일상적인 만남은 하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10대부터 하던 주일날 교회 활동이 작년 처음으로 달라졌다. 오전 10시부터 하던 성가연습, 오후 1시부터 하던 성가연습, 집에 오면 4시였던 주일날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성가대 활동 자체가 없어졌으니 연습이 없고 오직 주일날 예배 반주만 하고 12시에 집에 오는 생활을 1년 하다 보니, 주일날이 정말 길었고 쉴 수 있었으며 진짜 휴일이었다. 앞으로 예전처럼 성가대 연습을 하고 주일날 교회에서 오래 보내게 되는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감정을 쏟아내고 힘을 얻는 사람들은 아마도 앞으로의 시대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렸고 경험을 했고 벌써 익숙해져 버렸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힘들어지는 요즘,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혼자 있어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힘을 얻고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될 것 같다.


학교도, 교회도,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모두다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앞으로의 시대.. 이 시기를 통과하면서 우리 모두다 그래도 무언가 새로운 ‘함께’로 묶여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돌아보면, 항상 ‘옛날이 좋았지’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더 즐겁고 재미있게 무엇이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의미의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옛날 제자들의 소식을 기뻐하며, 점점 그 의미가 흐려지는 제자들과의 관계를 아쉬워하며, 새롭게 만날 아이들과의 관계, 각자 홀로서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 내가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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