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기 (2021.02.20.토) *

by clavecin

* 말하기 (2021.02.20.토) *

정기 고사를 앞둔 시점에, 수업을 마치면서 주로 하는 유머가 있다.


- 얘들아, 다음 주에 시험인데, 너무 열심히 공부하지 말고 드라마도 보고 그래.. 그래야 우리 반이 1등 하지.

- 네?? (웃음)

-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가 뭐지??



이렇게 질문하면, 드라마 제목을 말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 아예 TV가 없다거나, 공부하느라 바빠서 못본다거나... 물론, 드라마 마니아들도 있지만 말이다.


작년에 우리 반과 전체 1등을 놓고 경쟁(?)을 하던 여학생 학급과의 대화 내용..


- 얘들아, 요즘 ‘싸OO지만 괜OO’ 드라마가 재미있대.. 그거 봐...공부하지 말고..


유머로 던진 말이었건만, 그 반 담임 선생님께서 어떤 녀석이 음악선생님께서 권하셨다고, 주말 내내 이 드라마에 빠져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다음 시험 때 그 학급 녀석들에게 또 말했다.


- 얘들아, 너무 열심히 공부하지 말고 드라마도 보라니깐...



저번 시험에서도 1등을 했던 그 반 아이들이 (거의 발광을 하며) 이렇게 반응했다.


- 선생님, 저희 이번 시험도 1등 할 거예요. 드라마는 선생님이 보세요~

- (어이 없어 하며) 뭐야~ 너희가 봐야지~~

- 저희는 공부할 거예요~

-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가 뭔데??

- 요즘 ‘펜OOOO’가 재미있대요~


이 이야기를 우리 반 녀석들에게 했더니, 모두들 '우~~' 들고 일어나며, 무슨 말이냐, 우리도 공부하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과의 유쾌한 일상들이다. 이 에피소드를 생각하며 길고 긴 퇴근 시간을 버텼던 기억이 있다.


여학생 반의 권유로 보았던 ‘펜OOOO’드라마는 입시, 부동산 등의 소재와 자극적인 전개로 언론에서 말이 많던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일명 ‘센 언니’들로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말하기’ 였다.


모두들 겉모습은 화려하고 전문직이며 부자들인 상류층이지만, 말하는 것은 아주 ‘그악스러운 – 사납고 모진’ 그들의 모습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그들의 위선적인 삶의 모습 그대로 였다.

그런 그들 속에서 눈에 띄는 한 캐릭터가 있었는데, 자신의 싫은 감정을 직설법으로 말하지 않고 에둘러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떻게 저렇게 돌리고 돌려서 자기의 감정을 잘 나타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을 잘했다. 직설법을 쓰는 나로서는 절대로 되지 않는 말하기 였다.


-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이) 참말인가, 필요한 말인가, 친절한 말인가


말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조건이라고 한다.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필요한 말을 하려면 친절하게 해야 할텐데... 잘 안된다.


사람의 생각이 쌓여서 말이나 글로 나타나는 것인데, 적어 놓은 글을 수정이 가능하지만, 말하는 것은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의도적으로라도) 좋은 생각을 하도록 연습을 하여 습관을 만들고,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 중에 좋은 언어로 친절하게 나오도록 해야겠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 주에도 수없이 많은 대화창에 나의 의견과 감정을 나타내었고 조급해하며 인내해 보았고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테스트 해 보았다. 내 감정을 나타내서 후회한 경우도 있고 나타내지 않아서 안타까웠던 경우도 있다.


조금은 천천히, 늦게 반응하는 것이 말하기의 후회함을 덜 갖게 하는 지혜가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 본다.

자, 요즘은 어떤 드라마가 유행인지???


- 싸OOOO 괜OO에 나왔던 김수현..


버스 광고판에 붙여 있던 이 배우의 얼굴을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는..

김수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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