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수업 (2021.03.13.토) *
이번 주에 올해 처음으로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작년에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2주일, 과제 체크에 매주말, 정말정말 힘들었었기에 올해는 어떻게든 실시간으로 해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사실 작년에 실시간으로 했었지만, 모두들 알 듯이, 음악 수업이 실시간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전문적인 카메라와 음향 시스템이 있는 스튜디오라면, 실제 수업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지만, 노트북 카메라, 아이패드의 앱만으로는 실시간 수업에 제약이 많았다. 무엇보다 노트북과 아이패드의 자료를 화면공유 하면서 아이들의 얼굴도 같이 보면서 진행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또 ZOOM에서 아이패드의 미러링을 잡는 것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그럼에도 올해는 실시간으로 해보자는 다짐으로 월요일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금요일까지의 모든 수업이 끝난 뒤, 나는 정말 행.복.했.다. 원래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나면 풀리는 스타일이라, ‘아이들이 비타민’이라고 말하던 나인데, 이번 주 수업을 하고 나서는, ‘아이들이 귀엽고 예쁘다’라는 말을 하면서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작년에 실시간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들이 수업이 끝나고 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은, ‘담임 선생님 시간인데도 OO가 안들어왔다’ ‘OO, OO 가 늦게 들어왔다’ ‘계속 안들어오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들이 대답을 안하니 나 혼자서 뭐하는지 모르겠다’ ‘ 아이들이 카메라를 켜지 않는다’ ‘카메라를 켜지만 다른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등등 어려움을 토로하는 말들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초반부터 ‘강력하게’ 출결체크를 한다는 학교의 방침이 있었고 아이들에게도 전달이 되었지만 설마 했었다. 그런데 이번 주 내 수업을 포함해서 다른 선생님들 수업에도, 1학년 아이들이 잘 들어왔고 수업에도 잘 참여했다고 한다.
수업은 50분이지만, 시작하기 20분 전부터 접속을 해 놓았고, 아이들도 수업 시작 10분 전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접속하는 것이 좀 늦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잘 들어왔고 가능하면 수업 끝나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끝내려고 노력을 했다. 나는 질문을 많이 하고 아이들이 대답하는 것을 들어야 ‘힘이 나는’ 스타일이라, 아이들에게 마이크를 다 켜 놓으라고 했다. 아이들은 대답도 잘 했고 잘 웃기도 했고 재미있었다. ‘교복을 입고 앉아있으면 좋겠다’고 저번 주에 공지를 하기는 했지만 ‘설마?’하고 생각했는데, 거의 99%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서 수업을 들었다.
무엇보다, 나름 내 이미지가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엄격하고 무서운 선생님, 조심해야 하는 선생님’ 으로 알려져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활달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이들이 수업에서 쫄아있으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이었는데 이건 웬걸, 아이들은 역시 요즘 아이들이다. 반마다 특색이 있었지만 가장 특이한 것은, 배경화면을 독특하게 하거나 캐릭터를 재미있게 하여서 참여한 아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정말 귀여웠고 신기했고 놀라웠다.
물론 아이들에게 내 목소리가 안들릴까봐 거의 소리지르듯이 말하고 양 손을 흔들며 표현을 하고, 접속이 안될까봐 걱정하고 하는 등,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서 힘들기는 했지만, 아이들과 소통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얻었다고나 할까...
월요일부터 5일 동안 오후 5시경까지 매일 7교시까지 수업을, 책상 위의 노트북, 컴퓨터, 태블릿 PC 또는 작은 핸드폰을 쳐다보며, 처음이라 일찍 들어오려고 애쓰고 열심히 참여해보려고 애쓰고 다른 짓 안해 보려고 낑낑거렸을, 17살의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화면 안에 있는 아이들을 지겹지 않게 하려고 방학동안 온갖 연수를 받고 나름대로의 모든 수업 스킬을 준비해서 작년과는 또다른 모습의 본인을 보여주신 선생님들에게도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
(에피소드)
1. 수업을 끝내고 오신 어떤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 일.
수업을 듣고 있는 어떤 아이 뒤로 어머니께서 오셔서 등짝을 세게 때리시며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셨다고 한다.
- 너, 수업 안듣고 채팅만 할거야!!!
선생님과 수업 듣던 아이들이 모두 함께 보았던 장면이란다.
2. 1학년 각 학급 대화방에 같은 내용을 물어보았고 답변을 준 학급에 내가 읽었다는 표시로 ‘딸기 이모티콘’을 주었더니 (1-OO) 어떤 녀석이 이렇게 답변을 했다.
- 감사합니다 아껴먹겠습니다
작년 우리 반 녀석들과의 대화 중에 내가 자주 사용하던 이모티콘이었는데,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귀여워서 하나를 더 주었다. 그랬더니,
- 앗 ㅠㅠㅠㅠ 선생님 두개나 주시다니,,,, !!! 내일 배탈날거같습니다 흑흑
이런 녀석들!
3. 원격수업에 재미있는 배경화면으로 재미있게 해 준 아이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몇 개를 학생들의 허락을 받아 올린다. 귀여운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