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편지 (2021.03.20.토) *
항상 학급 담임을 맡으면서 하던 것은 학급 카페와 학부모 카페 운영이었다. 학교에서의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그냥 잊혀지는 것이 아쉬워서 우리 반 학급 카페에 탑재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또 나 혼자만 보는 것이 정말, 너무도 너무도 아까워서 학부모 카페를 만들어 같이 탑재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의 아이들 모습을 전혀 모르는 학부모들은 본인의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고마워했다.
작년에는 6월 3일에 26기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하던 <조회>와 <종례>를 학급 카페와 학부모 카페에도 올렸고, 이런저런 전달사항에 내가 느끼는 다양한 것들도 함께 적었었는데, 그 글들을 무척 기다리셨고 좋아해 주셨다. 나는 깜짝 놀랐다. 오전 10시 경, 오후 5시경 올리는 글들이 조금 늦기만 해도, 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왜 글이 안올라오는지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올해 1학년 부장을 맡게 되면서 새롭게 구상한 것들이 있었는데, 학년 카페와 전체 1학년 학부모 카페로 확대하였고, 학년 인스타그램, 학년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운영을 하면서 보니 아이들보다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더 뜨겁고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성적으로 ‘아부’나 ‘낯 간지러운 말’을 잘 못하는 편이다. 아니 못한다기보다, 정말정말 싫어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곧바로 얼굴에 드러나는 편이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이 ‘성숙’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고,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내 모습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놀랄 수도 있다.
(죄송한 말이지만) 누군가에게 굳이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없었으니 이런 내 모습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약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강한 편이다. 그리고 이런 솔직한 내 모습이 좋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니 아이들과는 나름 어렵지 않게 잘 지내는데 학부모님들이 문제였다. 특히나 그래도 수준 있는 학생들이 모인 곳인데 가끔, 아주 가끔은, 학년 교무실에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항상 언급이 되는 ‘이상한 학부모님’이 출연한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크다보니, 온갖 비판과 민원으로 어느 ‘선을 넘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경우, 학년이 올라갈 때 신담임선생님께 미리 말씀을 드리기도 한다. 놀라지 말고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그래서, 학교에는 이런 말이 있다.
-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 가까이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는 관계
바로 학부모와의 관계를 일컫는다. 가까이 해서도, 멀리 해서도 안되는 관계인데, 가까이 하는 것보다 차라리 먼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대부분 좋은 분들이었고, 가장 좋았던 것은, 아이를 맡고 있을 때 나에게 잘 하시는 것보다, 아이를 올려보냈고 이미 졸업도 했는데, 그 이후에 감사 인사를 해 오는 경우였다. 더 이상 담임 선생님께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 때에야 더 본격적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는 그것이 더 좋았다. 정말고 감사하는 마음이 느껴졌으니까...
김영란법이 있으니 서로 인사를 하기도 인사를 받기도 어려운 시대이지만, 그래서 더 진심을 느끼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나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자기 자녀와 전혀 상관없는 아이들을 위해 떡을 돌리기도 하시고 간식을 주기도 하시고 간간이 안부 인사를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학년을 위한 여러 가지를 늘 생각하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주말 편지>다. 3월이라 워낙 많은 공지와 제출할 것들이 많아서 함께 적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어서, 일주일 동안의 학교 생활을 말해주고 다음에 준비해 와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간간이 나의 생각도 적었고. 이번 주에는 <추천 음악>도 적어 보았다.
그런데 보통 읽기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글인데, 요즘 분들은 확실히 이런 매체에 익숙한 것 같다. 많이 좋아하고 그 감정을 적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놀랄 뿐이다.
- 아이와 함께 온가족 둘러앉아 선생님의 주말편지 읽으면서 학교에 잘 적응중입니다.
잘 챙겨주시는 정성에 감동받습니다.
선생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 대단하십니다 선생님
여러 업무로 바쁘실텐데...
어느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내용들로 안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말편지를 기다리는 주말이 되네요
좋다고 하시니 정말 감사한데, 기다리신다고까지 하시니 얼떨떨할 뿐이다. 벌써부터 다음 주 어떤 추천음악을 적어야 할지 고민이다.
바라기는, 방법과 생각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지만 27기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한 사랑의 마음은 동일하니, 서로를 신뢰하고 믿어주는 성숙한 마음이 이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을 하고 더 성장하기까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올해 교사 기도제목에 내가 제출한 내용 중 일부분이다.
- 27기 학생들에게는 지혜를, 27기 학부모들에게는 감사를, 선생님들에게는 열정을 주세요.
* 이번 주 <주말편지-3>에 추천했던 음악 중 한 곡
함께 노래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