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기 입학식 (2021.03.06.토) *

by clavecin

* 27기 입학식 (2021.03.06.토) *


‘아...아이들이 몰려온다’


학교 행사가 끝난 뒤 비전홀에서 빠져 나오는 아이들을 교무실에서 내려다 보며 선생님들이 외치는 말이다.

3월1일 저녁에 초등학교 교감인 동생과 나는 저 말을 다시 한번 했다.


- 아...아이들이 몰려온다


새해가 시작되고 한 달여의 겨울방학이 있지만, 늘 이전 기수 아이들의 생활기록부 정리에 2월 초까지 시간을 보내던 예전의 내 생활과 달리, 올해 겨울방학은 작년 2020년 10월 말부터 근 4달 동안 준비해 오던 27기를 위한 막바지 일들로 무척 무척 바쁜 겨울방학이었다. 아직 만나지도 않은 ‘27기’ 아이들을 위한 온갖 일들을 하다보니 이 아이들을 마치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27’이라는 숫자가 너무도 정겹다고나 할까.


학년 카페, 음악수업 카페와 학부모 카페 가입으로 인해 아이들의 이름을 계속 확인하여 승인하고 거절하는 일을 내내 하다 보니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을 먼저 외워버린 아이들이 많았다. 특이한 점이라면 성경 인물 이름이 많았고 독특하고 예쁜 이름들이 많았다. 또 여학생반인데 남자 같은 이름, 남학생반인데 여자 같은 이름들도 꽤 있었다. 이름이 4글자인 아이들도 있었다.


학번과 이름으로만 알던 아이들을 직접 만나게 된 이번 주 4일은, 오랫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서인지 더 반갑고 설레고 기다려지던, 그래서 힘들었지만 아쉽기도 한 일주일이었다.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눈비가 와서 날씨가 궂었던 3월1일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 출근길까지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아이들은 의외로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고 처음 온 아이들답지 않게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듯 보였다. 신입생 연수 때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입학식을 무사히 끝내고 처음 맞는 4교시 수업까지 한 아이들은 기다리던 점심을 무사히 잘 먹었다. 갑자기 10분이 줄어든 점심시간 때문에 굉장히 걱정을 했는데, 아이들은 점심이 맛있었다며 좋아했다. 오후 내내 담임 선생님들은 학급 구성을 위해 진땀을 흘리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었고 청소 종례까지 무사히 끝내며 첫날을 보냈다.


정신없이 날아오는 학교 메신저 내용들을 일일이 확인도 못한채 첫날 자율학습 감독까지 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도 11월에 며칠 하다가 말았던 자율학습인데 올해는 입학 전부터 학부모들이 자율학습을 하게 해 달라는 요구가 계속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교생이 안전하게 등교하게 될 때까지 자율학습을 하지 않도록 학교의 전체 방침은 정해져 있었다. 기숙사생들을 위한 교실은 열어두었기 때문에 그 아이들을 지도하는 감독이었는데, 학교 야간 당직 집사님께서 그날 저녁 계속 나에게 말씀하셨다.


- 이번 27기 아이들은 선(善)한 것 같아요. 딱 보면 알죠. 이번 아이들은 많이 착하고 좋으네요.

- 그런가요?? (웃음)


사실, 나도 아이들이 좀 착하고 순종적인 것 같다고 생각을 하던 차였다. 첫날이어서 그러겠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금요일까지 아이들을 만나보니 확실히 약간 더 어리고 순한 느낌이다. 작년에는 아이들을 6월에 만나서 ‘신입생’같은 느낌이 조금 적었었다면 이번 아이들은 왠지 더 파릇파릇한 느낌이랄까?


3학년에 계시다가 오랜만에 1학년을 맡게 되신 S선생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 선생님, 고마워요~~


남학생 학급을 맡겠다는 선생님에게, 여학생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여학생 학급을 권했고 선생님께서는 계속 사양하시다가 맡았었는데, 이번 아이들이 선생님과 잘 맞았나보다. 선생님의 얼굴에 그동안 잘 보지 못하던 화색이 돌았고 일주일 내내 교무실에 찾아오는 학급 학생들의 재잘거림 속에서 즐겁게 보내시는 모습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모른다.


사실 학교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은 학급 아이들, 아이들과의 관계다. 동료선생님들과의 관계나 맡은 업무나,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이 나쁘더라도 아이들과의 관계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를 웃게 하며 내 삶을 의미있게 한다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좋다면 모든 일을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과 능력과 창의력이 샘솟는다. 그리고 내가 이 곳에 있는 의미와 가치를 매길 수 있다.


교직 생활을 오래 하게 되면 수업도 식상할 수 있고 학교 업무는 더 하기 싫어진다. 그러니 아이들도 대하기 싫어질 수 있다. 특히 요즘의 아이들의 행동은 약간은 틀에 박혀있는 ‘모범 학생상’을 가지고 있는 경력자 선생님들에게는 많이 버겁고 이해하기 힘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인류’일 수 있다. 그래서 오랜 경력의 1학년 담임선생님들께서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고 재미있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늘 해왔는데, 우선 이번 일주일은 대략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 학급 아이들이 예쁘고 관계가 잘 형성되면, 모든 일이 재미있고 즐겁고 힘이 들지 않다. 우리 1학년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모두들 그런 재미있는 1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학급 담임을 맡았을 때, 학급 카페와 학부모 카페를 1월에 만들어 놓고, 학교 소식과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탑재하여서 학부모들이 아주 만족하셨기에, 올해는 그것을 확대해서 1학년 전체 학생과 학부모 카페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다. 담임일 때도, 매일매일 사진을 찍어서 일주일마다 우리반 아이들 사진을 탑재하며 나 스스로 행복해 하고 즐거워했는데, 이번에는 각 반 담임선생님들께 단체 사진을 부탁드려서 선생님들이 찍은 사진을 학년 카페와 학부모 카페에 탑재하면서 역시 너무도 행복했다. 얼굴의 2/3를 마스크로 가렸는데도 이렇게들 예쁘고 멋있다니!!! 사진을 본 학부모들도 굉장히 뿌듯했을 것이고 답글을 적어주기도 하셨다. 무척 기쁘다.


힘들 것 같았던 3월 첫 주를 이렇게 마감하며 올해는 특별히 <주말 편지>라는 것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내기로 했다. 가정통신문을 풀어서 쓴 것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작년에 6월까지 학교에 못나오던 26기 우리 반 아이들과 25기, 24기 내가 담임했던 학생들에게 매일 조회, 종례로 편지를 썼던 것이 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학부모들에게도 좋았었기에, 27기에는 이렇게 <주말 편지>로 해 보려고 한다. 1학년 349명이 마치 내가 맡은 우리 반 아이들 같은 느낌이다.


모두들 힘들었을 이번 주, 잘 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2021학년도 27기 학생들과 학부모들과 1학년 담임선생님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서 건강하게 잘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니 다른 무엇보다, 서로를 바라보며 많이많이 웃고 행복한 한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 (2021.03.02.화) 입학식 플랭카드


플랭카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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