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괄량이 길들이기 (2021.06.19.토) *
그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린 경우도 많고, 그때는 틀렸는데 지금은 맞는 경우도 많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하고 평가되고 있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옛날에는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내 마음이 가는 것이라면 내 시간을 다 쏟아부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땡하면 곧바로 퇴근하는 시대다. 며칠 전 누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 시간이 되면 퇴근해야지, 늦게까지 남아있는 건, 다른 사람에게 민폐예요.
다른 사람이 일찍 가면 그 사람을 생각해서 일찍 가야, 배려가 있는 사람이죠..
- 아니, 할 일이 남아 있으면 남아 있고 없으면 가면 되는거죠..
옆 사람에게 민폐가 된다는 것은 좀...
거기서 배려는 또 뭔..??
- 아니예요... 그걸 살펴보아야 제대로 된 리더죠..
각자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일텐데, 이제는 이런 것도 살펴보아야 한다니 쪼금 아쉽고, 무서운 시대라고 생각된다. 분초를 돈으로 계산하고 조금 더 시간을 쓰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랑에 대한 생각이나 관계도 많이 달라지고 있고 그런 것들이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 작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내가 보았던 두 작품의 이야기를 해 본다.
지난 5월에는 <춘향 탈옥>이라는 오페라를 감상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을 요즘 시대에 맞게 각색한, 일명 로맨틱 오페라인데, 작곡가가 우리 학교 1기 졸업생인 N이었다.
개교 첫 해 1학기 중간에 서울에서 전학 온 학생이었는데 작곡에 워낙 관심과 재능이 많았고 고등학생 때도 왕성하게 음악활동을 했었다. 처음 개교한 우리 학교에서 S대 작곡과에 진학하며 학교에 큰 기쁨을 주었던 학생이다. 그 당시에는 교사가 방과후에 작곡을 가르칠 수 있어서 처음에 내가 가르쳤었고 좋은 선생님을 소개했었다. 그 당시 S대 합격자 발표는 1월 구정 전날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때 집에서 만두를 빚고 있었다.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고 내가 방방 뛰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
- 와~~~~진짜???? 정말 잘됐다!!!
말하면서 내 속으로는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놀랐다. 내 후배가 되는 것인데 뭐가 부럽지? 라고 생각해 보니, 지금 대학교에 들어간다는 그 사실이 부러웠던 듯.... 아마도 내가 지금 대학교에 다시 입학한다면, 진짜 더 열심히 할텐데...아마 이런 생각이 있었던 듯 하다.
예매 티켓을 받으면서 우연히 N과 마주쳤다. 서로 반가워하면서 인사를 했는데, 그동안 음악극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의 이력을 알고 있던 나는 그의 작품을 들으면서 ‘음악을 아름답게 잘 만들었네’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꾸준하고 활발한 활동으로 좋은 작품을 통해 만났으면 한다.
오페라 <춘향 탈옥>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들과 조금 달랐는데, 춘향은 역시 자기 주관이 있는 똑똑한 여성으로, 성공한 변사또는 춘향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정남으로, 장수 취준생인 이몽룡은 꿈도 없고 실력도 없는 약간은 맹한 고시생으로 나온다.
인간적인 눈으로 본다면 변사또가 훨씬 괜찮은 인물로 보였는데, 춘향은 변사또의 사랑을 거부하고, 아무런 희망도 없는 이몽룡을 찾아가기 위해 탈옥하여 결국 실력도 없던 이몽룡을 공부시켜서 고시에 성공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이몽룡보다 변사또가 훨씬 더 잘생겼고 노래도 잘 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의 춘향은 그런 모든 것에 흔들리지 않고 뭔가 부족하고 실패한 모습의 이몽룡을 사랑한다는 것이 신선했다. 춘향이의 직선적이고 명쾌한 캐릭터가 아주 좋았다.
어제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내용을 각색하여 만든 발레 공연을 보았다. 여름에 하는 발레 공연이라 내심 걱정했는데 웬걸, 굉장히 실력있는 무용가들의 완벽한 실력과 고상하고 고급스러운 의상과 세련된 무대 세팅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발레의 내용은, 말괄량이 여자 주인공 카타리나가 마초 기질의 남자 주인공 페트루키오를 만나 ‘얌전하게 길들여지는’ 내용이었는데, 지금 시대에 보면 사실,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그 중의 하나가 남편이 아내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아서 얌전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는데 요즘 같으면 가정 학대로 일컬어질 수 있는,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처음에는 이 부분을 이해 못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밥을 안주어서 조용하게 시킨다고???’.. 소설에서도 난폭한 여자 주인공을 순종적으로 만드는 것은 남편의 더 난폭하고 가혹한 방법으로 표현된다.
그럼에도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바탕으로 한 아주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발레리나 강수진이 예술감독이었던, 완성도 있는 아주 뛰어난 공연이었다. 특히 우리 나라에 실력있는 발레리노(남자 무용수)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다는 것에 진짜 깜짝 놀랐다. 노래나 말, 대사 하나 없이 오로지 몸짓과 연기만으로 공연하는 발레 공연에 관심을 가져 보기를 권해 본다.
열심히 일한, 하지만 피곤했던 일주일이었는데, 모든 일을 내려 놓고 온 몸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느낌을 모두들 꼭 갖기를..
아...아이들은 2차 지필고사 준비를 해야 하는구나..
메롱...*^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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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 끝나는 시간에 학년 종례를 하며, ‘샘은 오늘 예술의 전당~~’ 이라고 했더니, 이런 질문들을 한다...
- 선생님 공연하세요????? (그럴리가요...)
- 저도 뮤지컬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발레라니깐요...)
귀여운 놈들...
어제 보았던 발레공연 <말괄량이 길들이기> 플랭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