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지마을이 있네요?? (2024.12.14.(토)) *
- 음지마을이 있네요??
지난 11월 하순 무렵 2025학년도 신입생들을 위한 주제별 체험학습 장소 답사를 다녀왔다. 올해 다녀왔던 곳도 좋았으나,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강원도 영월지역을 살펴보게 되었다. 올해 다녀왔던 춘천 지역보다 50km 정도 멀어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걸렸다. 도착하는 것보다 함께 가는 그 여정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차 안에서 더 오래 머무는 이 루트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날씨도 좋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선생님들과 즐겁게 다녀왔다. 그런데 창밖으로 주변 경관을 보다 보니, 특이한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 음지마을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 음지마을이 있네요?? 그럼, 양지마을도 있는 건가?? 그런데 이름이 음지마을이면 좀 그러네요. 양지마을이면 좋을 텐데.
혹시나 해서 두리번거렸지만, 양지마을이라는 표지는 보지 못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영월에 있는 음지마을은 강원도 영월군 산솔면 녹전리 양지마을 건너편에 있는 마을로, 말 그대로 항상 햇볕이 비치지 않아서 음지(陰地)마을이라고 했고, 양지마을은 음지마을과 같은 곳, 즉 강원도 영월군 산솔면 녹전리 음지마을 건너편에 있는 마을로, 항상 햇볕이 잘 비치는 곳이어서 양지(陽地)마을이라고 한다고 한다. 항상 햇볕이 비치지 않는다니, 또 항상 햇볕이 잘 비치는 곳이라니, 신기할 뿐이다. 놀라운 것은, 음지마을과 양지마을은 영월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양지마을과 음지마을 중 어느 곳이 더 좋을까. 이런 글을 읽었다.
- 양지마을과 음지마을에 눈이 내리면
양지마을 나무꾼은 음지마을 눈을 보고 산에 눈 녹기를 기다리며 마냥 게으름을 피우고
음지마을 나무꾼은 건너 양지마을 눈이 다 녹은 걸 보면서 부지런히 지게를 챙긴다네
음지마을의 어둡고 그늘진 대숲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양지마을에 삶을 다행인 줄 몰랐었지
음지에도 살아보고 양지에도 살아봐야 음습함과 따사로움을 제대로 알 것인데
나는 아직도 양지마을 나무꾼 마음인가.
따뜻한 양지마을에 살면 늘 좋을 것 같지만, 건너편 음지마을을 보면서 게으름을 피우게 되고, 추운 음지마을에 살면 불행할 것 같지만 건너편 양지마을을 보면서 부지런함을 배우게 된다는 말일까. 이런 글도 읽었다.
- 눈 온 산의 양달 토끼는 굶어 죽어도 응달 토끼는 산다.
마찬가지 이야기로, 눈이 녹지 않은 응달을 바라보는 양달 토끼는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기에 굶어 죽게 되고, 눈이 다 녹은 양달을 바라보는 응달 토끼는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 ‘어디에 사는지’보다 ‘무엇을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일까. 양지마을에 살면서 양지마을을 바라보면 살 수 있는 걸까. 음지마을에 살면서 음지마을만 바라보면 결국은 죽게 되는 걸까. 이렇게 삶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보이는 것은, 음지마을에 살고 있다가 어찌어찌하여 양지마을로 영광스럽게 이사한 사람들이, 아주 짧은 인생의 봄날을 맞이했다가 다시금 음지마을로 돌아가는 것들이다. 음지마을에 살았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양지마을 시즌에 훤하게 드러나며 결국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음지마을보다 더 안 좋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을 본다.
일반인이었던 A가 유명인이 되었다가 소란스러움과 함께 사라지는 것들을 보며 속상했었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던 B가 더 유명해지면서 온갖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 힘들어하는 것들을 보며 안타까워했었다.
요점은, 무언가 드러나게 될 때, 유명하게 될 때, 리더가 되었을 때, 본인에게 관심이 집중될 때, 자기 인생에 화창한 봄날이 온 것 같을 때, 양지마을에 정착하게 된 듯할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을 낮추고 입을 닫고 행동을 진중하게 해야 한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영원히 양지에 있게 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더 실망스럽게 음지로 가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의 봄날일 때, 인생이 꽃피기 시작할 때, 정신을 차리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누군가가 집중되기 시작할 때는 이런 생각이 든다.
- 음…. 너무 좋아하면 안 돼. 조심해야 해. 올라가면 곧 내려가게 되거든. 차라리 드러나지 않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 그걸 알고 있어야 해. 영원한 것은 없다는걸. 그래야 덜 속상할 수 있어.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출판사 대표 C에게 말했다.
- 유명해지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C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유명해지게 된다면, 그다음이 어떻게 되는지 너무나도 많이 보아 왔으니까. 차라리 조용히 밑에 가라앉아서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소중한 일이니까. 물론, 알고 있는 대로 살게 되지 않아서 더 힘든 것이 인생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문득문득 다가오는 2025년을 잠시 밀쳐놓고, 몸을 낮추고 입을 닫고 행동도 진중해지려 했던 2024년을, 추운 음지마을에 사는 것 같이 쉽지 않았던 2024년을 다시금 돌아본다. 항상 양지마을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살아왔지만, 바라보아야 할 곳을 좀 더 명확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양지마을을 바라보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항상 햇볕이 비치는 양지마을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항상 햇볕이 비치면, 좋은 걸까? 궁금한 것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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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지일수록, 밤일수록 더 빛이 나는 크리스마스트리.
매년 같은 장소에 만들어지는 크리스마스트리인데, 올해는 나무 밑이 한층 더 밝아졌다.
아이들은 불을 다 끄고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에 모여서 사진을 찍는다.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아이들의 미소.
양지마을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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