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2024.12.21.(토)) *
-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언젠가 A가 말했다.
-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살다가 죽기 며칠 전에 예수님을 믿고 회개하는 부자라고 생각해요.
- 아, 죽기 며칠 전에요?
- 젊을 때부터 믿으면 이것저것 불편하니까, 실컷 놀다가 나이 들어서 죽기 며칠 전에 믿으면 되죠.
- 아, 그런데 부자여야 하나요?
- 일단, 돈은 많으면 좋으니까요.
유명한 강사 B가 말했다.
- 예수님을 믿는다고, 부자가 되거나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 교회에 다닌다고 모두 다 건강한 것도 아닙니다!
- 예수님을 믿으면 만사에 형통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 하나님의 복은, 세상에서 잘 되는 것 이상의 것입니다.
- 세상에서 잘되지 않더라도 흔들림 없이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 것, 이것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입니다.
정형외과 의사로, 성가대 총무로 바쁘게 살아가는 C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C는 신학대학교까지 나와서 전도사님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아버지가 명문대학교 교수라는 말까지 나오자,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 의사에, 성가대에, 전도사님에, 거기에 교수 아버지에, 강남 출신이겠죠?
- 네, 심지어 온 가족이 다 교회에 다니고.
- 아, 그냥 태생이 금수저네요.
- 전혀 티를 내지 않아서 몰랐어요.
- 역시,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요.
- 한번 알아보세요. 어디 남모르는 아픔이 있을지도 몰라요.
- 남모르는 아픔…. 누구나 다 있지 않나요?
- 맞아요.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 아무런 아픔이나 어려움이 없는 사람도 있던데요.
이번 주 어느 날, 유럽 지도를 펼쳐 놓고 수업하던 중이었다. 수업 시간에 늘 사용하던 지도인데, 며칠 전 수업 시간에 지도를 보던 내 눈이 멈칫하며 잠시 흔들렸다. 한 1분 정도 지도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왜 그랬을까?? 왜 갑자기 마음이 뭉클했을까?? 그 날따라 지도가 지도로만 보이지 않고, 그 지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이 겹쳐서 보였던 것. 이리저리 치이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이 지금은 이해되지 않지만,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마치 나와 같이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연약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때로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하시는데, 이게 그의 사랑인가.
- 왜 내가 원하는 사랑과 다른가.
- 하나님은 나를, 우리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닐까.
- 힘들다는 것을 모르는 거, 아닐까.
- 이게 무슨 사랑이야….
나이 들어서 예수님을 믿게 된 사람도 아니고, 예수님을 수단으로 삼아서 돈이나 명예를 구하는 사람도 아니며, 가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 그분의 진심에 대해서 오해하면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제대로 이해해 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한발 한발 성실하게 내 앞의 길을 걸어가더라도 똑바로 걸은 것 같은 그 길이 삐뚤빼뚤할 수도 있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길인 줄 알았던 그 길이 내 눈앞에서 확 사라져서 광야 같은 곳에 나 혼자 남아 있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걸어가야 하는 걸까. 멈춰야 하는 걸까.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을 찾아다녀야 할까. 아니면, 아무도 몰래 골방으로 골방으로, 깊숙한 골방으로 들어가야 하는 걸까. 이번 주 채플 시간에 내 귀에 확 꽂힌 말씀이 있었다.
- 진정한 행복이란,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한 삶이다.
이런 놀라운 말씀이라니! 메마른 땅을 하루 내내 걸어가는 건, 당연히 싫은 일이고 원하지 않는 일이니, 일단은 이 메마른 땅이 신속하게 없어지기를, 또 무엇보다 그 메마른 땅을 종일 걷지 않아도 되기를, 걷는 시간이 아주 짧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걸어가게 되더라도 피곤하지 않고 더 생생하고 힘이 나며 때론 즐겁고 재미있기를, 또 혼자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와 걸으면 좀 더 낫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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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18.(수))에 진행된 스태미너풀 (Stamina-ful)과 (2024.12.19.(목))에 진행된 뮤직풀 (Misic-ful) 공연.
이 시간 자체를 즐기는 17살의 아이들의 모습.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듯한 표정들.
메마른 땅 위를 걸어간다는 것조차 까먹게 했던 멋진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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