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이제, 마스크 벗자! *

by clavecin

* 우리 이제, 마스크 벗자! (2025.05.03.(토)) *


- 마스크 벗은 네 얼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따위는 좋아할 필요 없어!


A가 B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 코로나가 끝나가는데도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기 싫어하더라고요. 밥 먹을 때도 마스크를 쓰고 먹어서 서로의 얼굴을 모른대요.

- 진짜요?

- C 학생에게 물었죠. ‘왜 마스크를 안 벗는 거야?’ 그랬더니 C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D가 마스크 벗은 제 얼굴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 아, 정말요?

- 그래서 이렇게 말해 줬어요. ‘마스크 벗은 네 얼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따위는 좋아할 필요 없어!’

- 와! 멋진 말이네요!


A의 말을 들은 C는 마스크를 벗었을까? 여전히 D를 좋아했을까? C가 좋아했다는 D의 감정보다, C가 어떤 ‘용기’를 내었을지가 궁금하다. 마스크를 벗고 자기를 드러내는 용기? 아님, D를 바라보며 온전한 자기의 모습을 받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괴로움을 계속 감내하는 용기? A가 던진 말, ‘그따위 놈은 좋아할 필요 없어!’라는 말에 경탄한 나머지, 그 말을 들은 C가 어떻게 했는지 질문하는 것을 놓쳐버렸다. 하지만, C가 끝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은 C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만약 C가 과감하게 마스크를 벗는 용기를 보였다면 D 또한 C의 모습 그대로를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는 것도.

몇 년 전 E 학급 담임을 하던 학기 초였다. 늘 제시간에 오던 F가 도착하지 않아서 로비에서 기다렸다가 뒤늦게 오는 F를 맞이했다. F에게 물었다.


- 무슨 일이야?

- 몸이 아파서 늦게 일어났어요.

- 애들이 전화했지?

- 아뇨.

- 응??


이 말에 화들짝 놀란 마음을 가지고 조회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게 되었다.


- 늘 제시간에 오던 친구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전화 한 통화를 하지 않다니요!

- 무슨 일이 있는지 연락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 저는 우리 반이 그런 반이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날따라 화장도 잘 되고 나름 상태가 괜찮았기에 나도 적잖이 당황했고, 이런 나를 보는 아이들도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


- 아, 왜 이러지??

- 아! 선생님! 휴지~


엄격하게 학급을 이끌어가던 학기 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르던 아이들이 내가 눈물을 터트리니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날 오후에 장난꾸러기 G가 나에게 말했다.


- 선생님 우셔서 깜짝 놀랐어요.

- 그러니깐, 왜 그랬지?

- 선생님, 뭔가 힘드신 일 있는 것 아니에요?

- 그런가?

- 눈물이 난다는 것은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있어요.

- 푸하하! 그래?

- 번 아웃이 아닌가 싶어요.

- 하하하~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닌, 장난꾸러기 G가 말해서 더 재미있었다. 아직 나를 잘 모르던 아이들 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눈물이 한번 터졌을 뿐인데, 오히려 이 일 때문에 아이들과의 사이가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내가 생각보다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들켜버린 것이 마음 편하고 속 시원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 모습을 온전하게 보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모습을 다 보이기보다는 그냥 오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훨씬 낫기도 하다.

입학하기 전 신 학급 발표가 있었을 때 30기 녀석들이 31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3반 파이팅!

- 3반 힘내!


이 말을 전해주는 H가 나에게 말했다.


- 그래서 제가 말해 주었어요. I(내 이름) 선생님은 츤데레야.


그래서 내가 말했다.


- 아냐. 나 츤데레 아니던데. 하하하!


새 학기가 시작되어 언제 끝날까 싶었던 온갖 바쁜 일들이 지나고, 어제 1차 지필고사까지 끝났다. 서로가 나름의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서로를 제대로 알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마스크를 벗어볼까?’하고 생각해 보거나 몇 명은 아예 마스크를 벗었거나 원래 쓰고 있지 않았다가 주춤하며 다시 쓰거나 하기도 한다. 또 아예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없는 아이도 있어 보인다. 마스크를 쓰고서 예쁘게 봐 주기를 바라는 사람, 마스크를 벗었음에도 예쁘게 보이는 사람, 마스크를 벗으니 더 예쁜 사람도 있다. 물론 마스크를 쓰는 것이 더 나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어떤 모습이든, 처음의 모습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 그리고 나.


- 마스크 벗은 네 얼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따위는 좋아할 필요 없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주고 이해하며 좋아할 수 있는 마음, 여유, 성숙, 성장이 있는 5월이 되기를 바라며.


************


*** 올해 아이들과 <컬처 페스타 (Culture Fiesta)> 라는 것을 하고 있다. 직역하면 <문화 축제>인데,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시험이 끝난 뒤 갖는 학급 단합 시간’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번 1학기 1차 지필고사가 끝난 뒤, 떡볶이를 먹고 볼링을 치기로 하여서 3월 초부터 계획하고 준비해 왔다. 하지만, 교무실에서는 드러내놓고 이야기한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내가 출근하자마자 선생님들이 질문 공세를 퍼부어서 깜짝 놀랐다.


- 선생님! 3반 볼링 치러 가요?

- 선생님! 우리 반 아이들이 난리잖아요!

- 선생님! 언제 준비한 거예요??


나는 정말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 어떻게 아셨어요?? 교무실에서 단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데?

- 우리 반 아이들이 그러던데요??

- 3반은 볼링 치러 가는데 우리는 뭐하냐고?

- 아, 죄송해요.


코로나 이전에도 시험이 끝나는 날, 버스를 전세해서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갔었기에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앞으로 미술관, 음악회, 영화 관람을 예정하고 있다. 아이들은 연극도 보러 가자고 하고 놀이공원도 같이 가자고 한다. 말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붕 뜨는 느낌이다. 시험을 보기 전부터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 시험은 어떻게 보든지 상관없으니, 볼링 생각만 하면서 기운을 내자!

- 네!!!

- 사실 선생님, 규칙도 몰라!

- 진짜요??


늘 버스를 타고 영화관에 갔었는데, 학교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사실 나도 들떠 있었다. 마치 기차 타고 여행 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역시나 두 줄로 맞춰서 지하철까지 가는 내내 또 J 역까지 가는 내내 우리 반 아이들에 섞여 있는 나를 본 우리 학교 아이들이 놀라고 놀라고 놀라서 나를 민망하게 했다. 왜 놀라는 거야. 하하하!

예약한 K 떡볶이집 사장님이 다른 손님들을 받아놓은 바람에 근처에 있는 L 패스트푸드점을 점령하여 먹었던 너겟과 치즈볼은 정말 맛있었다. 참고로 나는 L 패스트푸드점을 생애 처음 가보았는데, 처음 간 티를 내지 않으려고 메뉴를 찾아보는 척하던 나를 옆에서 도와준 M에게 말했다.


- 역시, 딸이 있어야 해!


며칠 전에 N과 O와 P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아! 전에 볼링장 갔을 때, I (나) 선생님 꽈당 넘어졌었잖아요!

- 아! 나도 기억해요!

- 아, 맞아! 나도 기억해!


아! 어쩌면 사람들은 그런 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정말 깜짝 놀라서 말했다.


- 맞아요. 그걸 기억하고 계셔요??

- 그럼요! 기억하죠!

- 그때 치마 입었었잖아요!

- 그걸 어떻게 잊어요!

- 잊으세요!!!


볼링에 대한 규칙도 모르고 언제나 ‘도랑파’였던 나의 목표는 오로지, 넘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몰랐겠지만. 하하하! 그런데 오늘따라 얼마나 잘 되던지! 그래서 소리를 꽥꽥 지르고 방방 뛰면서 볼링했다. 물론 몇 번 하지 못하고 아이들 사진만 찍었지만.

역시 교육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지하철로 가는 길, 승차권을 끊으면서,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을 나와서 이동하면서, 식당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디서 식사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했을 때, 패스트푸드점에 자리가 없어서 헤맬 때, 버거를 먹으면서, 또 쓰레기를 버리고 나오면서, 볼링장에 들어가서, 볼링공을 굴리면서, 계속 도랑에 빠지는 친구를 보면서, 본인들의 경기가 끝나고 한참 동안 다른 사람 경기를 기다리면서, 모든 것이 끝나고 헤어지면서 등등 아이들의 모든 모습이 놀랍고 새롭고 신기하며 나에게는 아주아주 중요했다.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의 생 모습 그대로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특히 상가 화장실을 처음 간 나를 기다리던 Q, R, S와 경기가 많이 남은 팀에 와서 몸 던져서 경기를 진행해 준 T를 비롯한 6명과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었지만 불평하지 않고 잘 따라준 우리 반 녀석들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해 본다.

우리 이제, 마스크 벗자!!!

마스크 벗은 네 얼굴을 좋아하고 사랑해!


* (2025.05.02.(금)) 볼링장에서 U와 V와 W가 이루어낸 스트라이크(Strike)!


10. 마스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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