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없습니까? (2025.04.19.(토)) *
- 질문 없습니까?
다음 달에 있을 가창 수행평가를 위하여 학기 초부터 <할렐루야>를 부르고 있다. 대부분은 이제 제법 음악이 되지만, 여전히 형언할 수 없는 (불협) 화음을 이루고 있는 학급도 있다. 이제는 이론 수업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기에 이렇게 말하게 한다.
-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하세요. 수업 시간에 졸지 마!
- (수업 시간에 졸지 마!)
- 수업 시간에 졸고서
- (수업 시간에 졸고서)
- 나에게 질문하면
- (나에게 질문하면)
- 죽는다!
- (죽는다! 하하하!)
- 다시 말하지만
- (다시 말하지만)
- 나에게 질문하지 마!
- (나에게 질문하지 마!)
- 나도 모르니깐!
- (나도 모르니깐! 하하하!)
웃고 떠드는 아이들에게 뒤이어서 이렇게 말하게 한다.
- 수업 다 듣고
- (수업 다 듣고)
- 나에게 설명해 봐.
- (나에게 설명해 봐.)
- 나에게 설명할 줄 모르면,
- (나에게 설명할 줄 모르면)
- 제대로 아는 게 아니야.
- (제대로 아는 게 아니야.)
- 그러니까,
- (그러니까)
- 눈을 떠!
- (눈을 떠! 하하하!)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요즘, 수업이 시작되면 저번 주에 배운 내용을 옆에 앉은 친구에게 서로 설명해 보게 한다. 이렇게 주문한다.
- 옆 친구가 듣든지 듣지 않든지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을 그냥 쭉 설명해 보세요.
그럼, 서로 바라보고 배운 내용을 막 설명한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면서. 서로에게 설명이 끝난 것 같으면 다시 질문해 본다.
- 옆 친구가 제대로 이해한 것 같은 사람?
손을 든 아이들을 보면서 또 질문한다.
- 옆 친구 설명을 들으니, 얘도 잘 모르는 것 같은 사람?
더 많은 아이가 (장난스럽게) 손을 드는 것을 보면서 즐겁게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 시간에 졸지 않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수행평가 시즌이기에 여기저기에서 피곤해하고 조느라 몸이 구겨져 있는 아이들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다. 처음 맞이하는(?) 1차 지필고사 때문에 온갖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서 작년에 예뻐했던 A에게 특별 부탁을 했다.
-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 줄 수 있을까요?
예상했던 대로 A는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서 우리 반 교실 앞으로 왔고, 말할 내용을 미리 준비해서 작성해 왔으며, 본인의 공부 방법을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조곤조곤 설명했다. A는 이렇게 말했다.
- 자습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한다.
- 주 7일 중 6일은 열심히 공부하고 하루는 꼭 쉬어 준다. (최소 6시간)
- 잠은 7시간을 자려고 노력한다. (자정에 자서 오전 6시에 기상한다.)
아이들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A가 이야기하니 새로운 것을 듣는 것처럼 조목조목 기록하면서 주의 깊게 들었다. 그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 모르는 것은 질문 형식으로 쓴 다음에 스스로 찾아보고 정리한다.
나는 ‘질문’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쏙 들어왔다.
- ~~은 무엇인가?
‘~~하다.’라는, 이미 결정되고 닫혀버린 주입식의 강의를 통해 얻는 지식보다 ‘~~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학습활동을 끌어내며 그로 인해 얻어지는 지식이 훨씬 더 오래 남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질문하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쉽게 취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는 하다. 질문하는 사람은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지 하고 그것을 알고 싶다는 의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궁금한 점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힘과 지혜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다.’라는 명제는 그냥 머릿속에 넣으면 되지만, ‘~~?’의 질문으로 시작하면, 이에 대한 결말과 대답을 얻기 위해서 일련의 과정과 노력이 있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가르치는 사람의 경우, 주입식은 준비한 강의 내용을 그냥 쭉 가르치면 되는데, 질문으로 시작하게 되면, 어떤 내용의 질문이든지 대답할 수 있어야 하고 그와 관련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니, 쉽지 않다. 헉헉.
어리석은 질문에 지혜로운 대답을 할 수도 있고, 좋은 질문이었는데, 엉뚱한 대답을 할 수도 있다. 좋은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과했던 것이었던지, 지난 2010년 11월 G20 회의가 끝난 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요청했을 때 단 한 명도 질문하지 않았던 (부끄러운) 역사를 남겨놓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기자를 막고 한국 기자들에게 2번이나 기회를 주면서 기다렸으나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 질문 없습니까?
그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 기자들은 왜 질문하지 않았을까? 궁금한 점이 없었을까? 질문이 곧 그 사람의 수준이 되기에 질문하기가 어려웠을까? 질문하는 법을 교육받지 못했던 것일까?
A가 사용하는 공부 방법의 하나인 질문법도 중요하고, 기자 회견장에서 쓰이는 질문법도 중요하지만, 사람 사이에서도 질문은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궁금한 점이 있는데 그걸 알고 싶으면 질문하게 되는 것이고, 궁금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으면 질문하지 않는다. 또 아예 이것도 저것도 알고 싶지 않아서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기도 한다.
출근길에 지하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상태가 좋으면 엉뚱한 질문을 하면서 깔깔거리기도 하지만, 모두 피곤한 요즘,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적도 많고, 1층까지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멀뚱멀뚱 있는 적도 많으며, 함께 지내지만 먼저 말하지 않는 것을 굳이 질문하지 않고 모른 척 지내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 이 문제로 B와 티격태격했었다.
- 나에게 질문 없니?
- 내가 그때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지 않아?
- 누구랑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아?
- C를 보면서 나에게 이렇게 질문해야 했고, D를 보면서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무슨 고민이 있었는지, 나에게 질문해야 했어.
- 관심이 있다면 질문하지 않았을까.
알고 싶은 것이 없는 눈,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눈, 아니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 질문하지 않는 사람, 질문 없는 사람이 되지 말자.
질문한다는 건,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있다는 것이고 그걸 알고 싶다는 거니까. 알고 싶은 것이 많아서 초롱초롱한 눈, 살아있는 눈을 보고 싶다.
질문을 해 보자. 서로에게.
질문이란, 관심이니까.
그러니, 이렇게 질문해야겠다.
- 질문 없습니까? 아니, 관심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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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에 연주회를 가기가 어려워서 금요일 공연을 선택했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서 예술의전당 잔디밭에 주차했다. 깜짝 놀랐다.
- 교향악 축제에 이렇게들 관심이 많았나?
음악의 홍수 속에 나를 몰아넣어 놓는 또 하나의 경험이 나를 충만하게 하고 만족하게 한다. 하지만, 피곤해서인지 내내 졸다가 왔다. 하하.
검은 정장을 입은 단원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기 전의 무대, 비어 있는 무대가 시선을 끈다.
무언가 채워져 있지 않으니, 어떤 곡을 연주할지, 궁금증이 생겼다. 프로그램도 확인하지 않고 갔던, 하지만 그래서 더 궁금했던 연주.
- 어느 작곡가의 곡을 연주할까?
슈만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곡으로 가득 찼던 공연.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던 (2025.04.18.(금)) 2025 교향악 축제 중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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