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너와 함께 어두운 복도를 걸어 줄게. *

by clavecin

* 오늘 너와 함께 어두운 복도를 걸어 줄게. (2025.04.12.(토)) *


- 오늘 너와 함께 어두운 복도를 걸어 줄게.


A 지역에 살던 B가 말했다.


- 제가 살던 A 지역에서는 저녁 7시 이후에는 온 동네에 불이 다 꺼졌어요. 제가 서울에 올라와서 밤 10시 넘어서도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신세계이던데요?

- 저녁 7시 이후에 불을 다 끈다고요? 정말요??


우리는 신기한 구석기 시대 사람을 보는 듯, B를 바라보았었다. B는 나보다 몇 살 아래의 요즘 사람이다. 하하.

C 학급 시간이었다. 한쪽에 앉은 D가 계속 졸고 있어서 질문했다.


- D! 잠을 못 잤나요??

- 네.

- 몇 시에 일어났는데요?

- 새벽 5시에요.

- (아이들) 와아~

- 집이 어디인데요?

- E 지역입니다.

- E 지역인데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났나요?

- 전철을 타고 1시간 30분이 걸려서요.

- 네??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요?


뒤에 앉은 F가 놀란 얼굴로 D에게 말한다.


- 나도 E 지역인데, 나는 6시에 일어나는데?

- 엥?

- G에서 버스를 타고 H에서 내려서 I에서 전철을 타면 금방인데?

-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래??


같은 지역에 사는 두 사람의 기상 시간과 노선이 너무나 달라서 우리도 놀랐고 D는 더 놀란 듯했다. 내가 마무리해 주었다.


- D! F에게 정확하게 물어보아서, 잠을 더 자고 오도록 해요. 그렇게 일찍 일어나니까 피곤하죠.


그런데 D는 그 이후로도 계속 원래 다니던 노선으로 다니는 것 같았다. 늘 피곤해하는 모습이었으니까.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생활이 익숙해지면 피곤하지 않을 텐데 아마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깜깜한 새벽녘에 거리로 나오면서 무섭지는 않을까 모르겠다.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물어보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아이부터 새벽 1시에 자는 아이까지 있었다. 물론 기숙사생은 더 늦게 자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겠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30분에 카풀을 타고 오전 6시 50분에 학교에 도착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학교에서 밤 11시까지 공부하고 카풀을 타고 가서 새벽 12시에 집에 도착하는 아이들도 꽤 많았다. 별을 보고 등교하고 별을 보며 하교하는 생활인 것이다. 애처롭게 보일 수도 있고 어떻게 생각하면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이 저녁 7시에 교실 불을 다 끄고 5층 도서관이나 2층 교실로 가면 교무실만 불이 켜져 있다. 교무실을 나와서 계단 쪽으로 가면 센서에 의해서 불이 자동으로 켜지는 시스템이지만, 교실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복도에 불을 켜야 한다. 벽에 스위치가 있지만, 손으로 더듬어서 찾아야 하니 웬만하면 핸드폰 라이트를 켜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어둠 속을 달려가기도 한다.

퇴근할 때 외부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계단도 자동 센서 시스템이 아니라 직접 불을 켜야 하는 곳인데 계단 입구에 스위치가 있지 않고 한 층을 내려간 다음에 스위치가 있어서 어두움에 익숙해진 내 눈을 탓하며 불을 켜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문제는 불을 켜지 않는 처음 입구 부근인데, 계단 높이도 낮지 않아서 발끝으로 바닥을 더듬으며 내려가야 하는 어려움과 불편함이 있다. 왜 중앙계단 입구에 자동 센서를 하지 않았을까. 잘못하면 앞으로 고꾸라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매일 조심스럽게 퇴근한다.

J와 같이 퇴근하던 오래전 어느 날, 나보다 먼저 한 층을 뛰어 내려가서 계단 불을 밝혀주던 J 때문에 안전하게 계단을 내려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얼마나 고맙던지! 이곳은 처음에 불을 켰다면 마지막 층에 있는 스위치로는 끌 수 있었고 그 반대도 가능했다. 즉, 계단을 내려가면서 불을 켜고 마지막 층에 있는 현관으로 나가면서 불을 끌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다. 또 밖에서 들어오면서 불을 켜고 계단을 다 통과하면서는 불을 끄고 나갈 수 있다. 그런데도 역시 이쪽 계단은 혼자 다니기 무섭다. 늘 불이 켜져 있으면 좋을 듯싶다.

사람이 없는 학교 교실이나 복도는 낮에도 음산하고 무서워서 공포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쓰인다. 일명 <여고괴담> 시리즈를 보면 알 수 있다. 학교라는 곳은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은 아닌가 보다. 그래서 그런가, K가 아이들에게 강의하던 중 이렇게 물었다.


- 불이 다 꺼진 어두운 복도를 걸어 본 적 있나요??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이 손을 번쩍번쩍 든다.


- 저요!

- 저요!!


뒤에서 듣고 있던 나도 손을 번쩍 들었다.


- 저요!!!


이어서 K가 말한다.


- 어두운 복도를 혼자 걸을 때 아주 무섭잖아요. 그때 누군가가 함께 있으면 좋겠죠. 어둡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면 두렵지 않을 거예요.

- 우리가 어두운 복도를 혼자 걷는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 함께 걷고 계십니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마세요.

-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해볼게요. 오늘 너와 함께 어두운 복도를 걸어 줄게.


뒤에서 듣고 있던 나는 그 마지막 말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오늘 너와 함께 어두운 복도를 걸어 줄게.’라니! 아이들은 이 말을 서로에게 다정하게 하고 있다.


- 오늘 너와 함께 어두운 복도를 걸어 줄게.


아이들이 어두운 복도, 어두운 길, 어두운 인생 터널, 그 어딘가를 헤매며 걸어갈 때 그 떨리는 손을 함께 잡아줄 그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나는 그 언젠가 어두운 밤거리를 같이 걷던 L을 생각하고 있을 테니. 그때 그 밤거리는 어두웠지만, L과 함께했던 그 길이 나에게는 햇빛 찬란한 꽃길이었는데….

L! 어디에 있는 거야?


********************


*** 아침에 등교하면 등교 시간을 적는, 일명 <아침 출발>일지가 있다.

오전 8시 30분까지 등교하면 되지만, 오전 6시 50분경부터 오전 8시 20분까지 등교를 하고 있다.

오전 7시 이전에 오는 녀석들도 꽤 있는데, 아침은 먹고 오는 걸까?

집도 먼데, 새벽같이 학교에 도착해서 공부하는 것 같다.

오전 7시니까 어둡지는 않겠지?

대단한 녀석들이 많다.

어느 녀석의 등교 시간.

7. 어두운 복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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