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너를 살펴보아 줄게 *

by clavecin

* 내가 너를 살펴보아 줄게 (2025.05.31.(토)) *


- 힘들지? 내가 너를 살펴보아 줄게.


언젠가 A와 B 연예인이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A는 말도 재미있게 하고 요리도 잘하고 텐트도 잘 치고 그야말로 못 하는 것이 없는 캐릭터였고, B는 옆에서 ‘허허’ 웃기만 하는 조용한 캐릭터였다. 프로그램의 80%를 A 혼자서 다 채웠는데 함께 있는 다른 선배 연예인들도 놀라워하며 A를 칭찬했다.

- A! 너는 어쩌면 이렇게 만능 재주꾼이니!


그때 A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 온갖 재주를 제가 다 부리지만, 결국 여자들은 B를 선택할걸요?


참석자들이 모두 다 웃으며 말했다.


-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하하 *^_^*


나는 A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데, 그렇게 회중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재주꾼이 자기에 대해 자신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데 사실 나라고 하더라도, B를 선택했을 것 같다. A와 함께 있으면 부족함 없는 즐거운 인생이 될 듯하지만, 차분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B와 함께 걸으며 조용히 이야기하는 삶이 나와 더 어울릴 것 같았으니까.

아이들과 두 번째 상담하고 있다. 3월에 했던 ‘호구조사’를 넘어서, ‘친구’와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 성적표를 던질 수 있습니다. 이게 뭐야 하면서.


그래서 그런가, 아이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2차 상담에 임했는데, 사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친구 문제였다. 조금씩 자기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서로가 불편해질 수도 있는, 익숙함의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들 말해 주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을 하던 C가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 선생님, 우리 학교에 위 클래스가 있나요?

- 네, 3층에 있어요. 무슨 일이 있나요?

- 제 친구가 다른 학교 다니는데요, 그 친구에 대해서 상담하고 싶어서요.

- 무슨 말일까요?

- 그 친구 집이 좀 복잡한데, 도와주고 싶어서요.


이 말을 하는 C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되물었다.


- 힘들어하는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담하고 싶다는 말인가요?

- 네.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서 눈물짓던 C를 생각하며 학급 경건회를 위한 성경 구절로 이 말씀을 골랐다.


-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 (마태복음 9:36)

- When he saw the crowds, he had compassion on them,

because they were harassed and helpless, like sheep without a shepherd.


누군가를 보고 ‘불쌍히 여긴다’라는 마음처럼 귀한 마음이 있을까. ‘Compassion’에는 이런 뜻이 있었다.

- Compassion : 누군가의 고통을 알아차리고, 그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

- 깊은 연민, 불쌍히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내가 무언가 힘들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의 힘듦을 알아차리고 그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나에게 찾아와서, 손을 내밀며 ‘힘들지?’라고 말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로 안고서 서로의 등을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해보세요. ‘힘들지? 내가 너를 살펴보아 줄게.’


퇴근길에 어떤 음악에 마음이 꽂혔다. 잔잔하고 애잔한 멜로디와 슬픈 가사가 나를 너무도 강하게 사로잡았는데 운전 중이어서 제목을 기억해 놓았다가 잠깐 정차할 때 제목을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다. 다음 날 어제 일을 기억하고 노래를 찾아서 듣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히 어디선가 들었던 노래였고, 어제처럼 음악을 들으면서 뭉클하고 슬픈 감정을 느꼈었던 기억이 났다. 화들짝 놀라서 자료를 뒤적여보니, 3년 전 6월 무렵 퇴근길에 이 음악을 들으며 울었던 기억을 글로 풀어놓은 것을 발견했다.


-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 제17화 – 함께 시간 보내기 (p.111)>

- https://m.site.naver.com/1JlTP


2022년에 글을 쓸 때와 3년이 지난 지금, 같은 노래를 들으며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나를 무척 당황스럽게 했다. 마치 길을 걷다가 무심코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를 보던 중 짧지만, 강한 인상을 받았던 어떤 사람을, 3년이 지난 뒤 우연히 다시 스쳐 지나가게 되었는데 역시 똑같은 충격을 받은 느낌이랄까. 또는 누군가를 너무도 좋아했다가 기억을 잃었던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사람을 다시 좋아하게 된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일이 실제로도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능 재주꾼인 A보다 말 없는 B에게 더 마음이 가는 나는, 나에게는 없는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살펴보는 C를 부러워하면서, 또다시 나에게 찾아온 노래 한 곡을 들으며, 그 옛날 나의 마음을 살펴보아 주고 보듬어주던 D를 기억해 본다. 잊었던 노래를 다시 만나고 알아보아 다시금 옛 감정이 되살아 난 것처럼,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살펴보아 주는 만남이 언젠가 또 있지 않을까. 아마도 이런 마음이겠지.


- 힘들지? 내가 너를 살펴보아 줄게.


***<그리움 녹아내려 – 김미주 노래>

- https://m.site.naver.com/1Jm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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