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로운 직장생활
(2021.07.31.토) *

by clavecin

* 슬기로운 직장생활 (2021.07.31.토) *


가장 의미 있는 직업은 의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사람을 직접 다루는 일이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왜 의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가난한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요’가 거의 정해진 대답이었고, 실제로 이러한 ‘간절한’ 소명의식을 지닌 존경받는 의료인들이 많다는 것도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중세에는 이발사가 외과 의사 일도 같이 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중인(中人)으로 기술을 다루는 사람과 동급이었던, 약간은 하대받는 직업이었는데 지금은 너나 저나 ‘우선은 의대’를 외치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에는 왜 의사가 되고 싶냐고 질문하면 ‘돈 벌고 싶어서요’라고 쉽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무엇보다도 ‘돈’이 최상의 가치로 급부상한 지금 시대에 사실, 어떤 소명의식은 빛이 바래진지 오래이며 지속되기도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다.


한 달에 평균 삼백만원 정도를 받는 일반 직장인들과 몇천만원을 받는 의사들의 삶은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2백만원을 받는다는 변호사와 더불어 옛날과 상황이 달라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일반 직장인들은 공무원 시험 열기와 더불어서 변호사, 의사, 약사, 회계사와 같은, 일명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퇴근 후나 주말에도 시간을 내어 열심히 공부한다고 한다. 돈 1억이 예전의 천만원처럼 생각이 되는 시대이니, 일단 지금보다는 더 벌어야겠다고들 생각하는 시대다.


의사들의 인간적인 삶을 다루는 드라마가 화제다. 사실, 법조인이나 의사 등은 본인들의 직업생활을 다룬 드라마들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삶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미화되거나 과장되어서 표현되니까... 사실 시즌 1을 보고서는, ‘뭐야..저런 의사들이 어디 있어’ 하면서 시즌 2는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찬양 일색이다. 의사들을 ‘영웅’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과 일종의 ‘교육 드라마’라는 기사까지 있었다.


의사 4명 중 내가 지금까지 접하고 알고 있던 일반적인 의사형은 아마도 흉부외과의 K 와 산부인과의 Y 일 듯 하다. 약간은 딱딱하고 무뚝뚝하며 건조하고 신경질적인 스타일..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소아외과 A와 유쾌하고 익살맞은 간담췌외과의 L은 그 어디에 살고 있을까 싶다. 사실... 또 좋은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경외과의 C도 그렇고... 어디서 본 적 있어요???


사실 이번 시즌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랜 시간의 중노동같은 수술 뒤 조그만 연구실에서 김밥으로 한끼를 떼우는 녹초가 된 모습이었고, 주말에도 수술과 병원 일정 때문에 아들과 함께 할 수 없는 바쁨이었고, 일주일에 한번씩 밴드연습을 한다는, 어쩌면 불가능한 드라마틱적 요소였고...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저렇게 힘들게 직장생활 하는데, 월급 많이 받는 거 인정~ 이었다.


개인적으로 직업적인 소명의식과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실제 생활은 너무 힘들고 고달프고 격렬한 삶이다. ‘저런 인간적인 의사들을 만나고 싶다’에 대한 기사의 댓글에는, ‘드라마에는, 의사를 이해하는 좋은 환자들만 나왔네요’라는 내용들이 많았다. 똑똑해진 환자들에게 어려움을 당하는 의사들에 대한 기사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모두가 선망하고 열광하는 것에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고하는, 상상할 수 없는 땀과 엄청난 노력이 있고 또 그에 따른 엄격한 책임감과 감내해야 하는 희생과 고통이 있는데, 보기에 좋은 것만 좇아가는 어리석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요즘은 사수까지도 한다고 하고, 아님 이것저것 다 하다가 40대에 다시 수능을 보거나 의학전문대학원에 간다고도 하니, 꿈꾸는 사람들, 모두들 그 꿈을 꼭 이루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어려운 꿈을 기어코 이룬 사람들은, 다시금 그 직업의 의미를 가능하면 ‘자주자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고...



2021년 시급 8,720원이 2022년에는 5% 인상되어 9,160원이 되었다고 한다. 1시간 방과후수업은 5만원이다. 반면 폐휴지를 줍는 어르신들의 하루 수입은 5천원이라고 한다. 유명 가수 L을 초빙해서 노래 한번 하는데 3천만원이 든다고 하고, 외고와 Y대를 나와 도배사가 된 20대 여성의 하루 일당은 20만원이라고 한다. 옛날 내 대입 때 1시간 피아노 레슨비는 3만원이었고 1시간 작곡 레슨비는 10만원이었다. 그 옛날에도 말이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모두에게 주어져 있지만, 1시간에 행해지는 노동에 대한 댓가는 무척 다르다.


요즘 MZ 세대(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에 대한 다양한 특징 중 하나는, 현재와 개인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돈을 많이 주어도 개인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는 일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다고 한다. 돈을 뛰어넘는 가치를 알고 있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었다면 사용할 줄도 알아야 하고 사용할 시간도 있어야 하는데 그걸 알아버린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것이 있는 것이다.

학교가 자사고로 재지정되었다. 오랜 법정 공방 뒤에 결정이 난 사항이라 명예가 회복되었다고 모두들 기뻐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되물었다.


- 자사로로 재지정된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


물론, 당연히, 재지정되었으니 하나님의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또 이 학교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어떤 의미를 두고 오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결정이다.


내 아이가 좀더 다른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학비가 무료인 일반 고등학교를 두고 몇 배의 등록금을 내고 지원하는 학교라면, 좀더 다른 의미와 가치를 두고 교육해야 할 듯 하다. 과연 학교의 지향점이 무엇이어야 할까..


- SKY 합격률

- 아니, S대 합격률

- 아니 이제는, 의대, 치대, 한의대, 교대 진학률


졸업식 식순 프로그램에 있는, 입학홍보 브로셔에 있는 이 숫자들과는 좀더 다른, 어떤 의미와 가치를 찾는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왔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는 가치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과 신념과 믿음을 가르치고 심어주는, 정말 명문인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왜 SKY를 가야 하는가, 왜 의대를 가야 하는가에, 제발 좀더 다른 의미와 가치를 넣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키우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행여 그것이 말뿐이더라도 말이다.


바라기는, 1시간에 몇 백, 몇 천을 버는 직업을 가질 수도 있지만, 하루 내내 땀 흘려도 5천원 밖에 못 버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으로 키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알아보고 그 사람들을 위해 내가 가진 작은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이 세상이 SKY 생이 없어서, 실력있는 의사가 없어서 이 지경이 된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나와 너와 우리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감히 매길 수 없으니....


모두들 슬기로운 방학생활이 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 후원하고 있는 요셉의원 홈페이지 첫 화면 문구


http://www.josephclinic.org


요셉.JPG


keyword
이전 09화* I Will Try Fix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