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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별이다 *

by clavecin

* 우리는 별이다 (2025.12.20.(토)) *


- 우리는 별이다.


매 지필고사가 끝난 뒤 아이들과 상담했었다. 그래서 2학기 1차 지필고사가 끝났을 때의 상담은 3번째 상담이었다. 2학기 2차 지필고사가 끝난 뒤에도 상담해야 했었는데,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겨울방학이 빨라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밤낮으로 생활기록부 일명 생기부를 작성해야 해서 저녁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겨울방학을 하기 전에 또 2학년에 올려보내기 전에 상담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중, 주말에 ZOOM으로 상담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ZOOM으로 연수를 받다가 들었던 생각이었고 아이들에게 ‘살며시’ 물어보았다.


- 선생님이 마지막 상담을 하려고 하는데, ZOOM으로 하면 어떨까요??


늘 그렇듯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나의 열정에 아이들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던진 질문이었다.


- ZOOM으로요??

- (다 끝나가는데) 무슨 ZOOM으로까지 상담을?


‘이렇게 대답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으로 던진 나의 질문에 아이들은 이렇게 답했다.


- 꺄아악!!!

- 네!!!

- 완전 좋아요!!!


손뼉 치며 환호하는 아이들 때문에 내가 더 놀랐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렇게 되물었다.


- 아, 좋아하네요??

- 네!!!

- 와!!!

- ZOOM으로 상담을!!!


놀라서 다시 질문했다.


- 코로나가 언제쯤이었죠??

-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였어요!

- ZOOM으로 상담한 적 없나요??


이 지점에서 아이들이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 없어요!!!

- ZOOM으로 상담해요!!!

- 네!!!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열화같은 아이들의 반응에 기쁘게 일정을 짜 보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내가 가능한 시간을 정해서 신청받았는데, 한 사람당 20분씩 토요일에 7명, 일요일에 3명, 한 번의 주말에 총 10명의 학생을 상담하기로 하였고, 11월 말부터 저번 주말까지 총 3번의 주말, 총 6일 동안 30명의 아이와 ZOOM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코로나 시즌의 수업 시간에 자유롭게 사용하던 ZOOM을 이제는 주말 가족예배나 가끔 있는 교사 연수 때만 사용하다가 오랜만에 아이들과의 상담에 사용하려니 약간 어색했다. 전체 화면의 조명 색상을 설정하고 입술 색상도 불그레하게 넣어보았으며 내 뒤에 있는 (엉망진창인) 침대도 평평하게 정리했다. 어쩔 수 없이 안경을 썼고, 옷도 편하게 입었으며 가지고 있는 안경 2개를 번갈아 가며 쓰기도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 안경 쓴 거 보고 놀라면 어떻게 하지??

- 나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고 놀라면 어떻게 하지??


하나의 계정으로는 40분만 사용할 수 있어서 2개의 계정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상담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20분이 금방 지나갔고, 2시간 20분 동안, 또 1시간 동안 계속 앉아 있기가 쉽지는 않았다. 계속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이야기하는 녀석도 있었고 머리를 채 말리지 않은 채 앉은 아이도 있었으며, 낮잠을 자다가 비몽사몽이며 덜 깬 얼굴로 상담을 한 아이도 있었다. 또 외부에 나가서 야외에서 걸어가면서 ZOOM을 하거나, 백화점 엘리베이터 앞에서, 또는 스터디 카페, 가족여행 중 숙소에서, 상담이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튀어가려는 자세로’ 하는 녀석 등등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특히 A는 방학하는 날 밤 9시 30분밖에 시간이 되지 않아서, 학교에서 음악실 정리를 한 뒤 교무실에서 ZOOM 상담을 하기도 했다.

물론, 모두 알겠지만, 상담이라고 해서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성적 이야기는 1/100 정도만 했고, 나머지는 ‘정말 고생했어! 방학은 이렇게 보내야 해~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잘 지내~~ 그리고 놀러 와야 해~’ 이런 이야기였다.

아이들과 마지막 상담까지 끝내니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른다. 무언가 정리를 해 준 듯한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었던 일인데, 오히려 나에게 도움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 여러분은 아직 자기의 가치를 잘 몰라요. 지금 보이는 모습보다 훨씬 더 놀라운 존재라는 것을 알기를요. 지금의 성적이 여러분의 가치가 아닙니다. 성적은 여러분의 가치를 말해 주지 않아요. 성적은 계속 바뀔 것이고, 여러분은 계속 성장할 거예요. 그러니, 오늘 하루를,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기를요. 여러분은 훨씬 더 대단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깨닫기를요!


달리고 있을 때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지만, 달리는 것을 잠깐 멈추게 되면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쉬지 않고 달리던 것을 잠깐 멈추고 조금 천천히 뛰어가면서 또는 조금 천천히 걸어가게 되는 방학. 앞만 보고 달리던 것을 조금 천천히 멈추어 보니, 주변으로 고개가 돌려지고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그런 멈춤과 생각이 필요한 시간이 방학이겠지. 방학이 시작된 일주일 동안 아이들은 무얼 했을까. 생각을 좀 했을까? 자신에 관한 생각을? 아니, 자신에 대해 발견했을까?

근래 이 광고 문구가 마음에 들어왔다.


- 너는 별이다.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네 가슴에 별 하나 숨기고서 살아라.

끝내 그 별 놓치지 말아라.

네가 별이 되어라.


마지막에 이렇게 마무리한다.


- 나는 별이다.

- 나는 별이다.

- 나는 별이다.


시인 나태주의 시 <너는 별이다>의 마지막 부분을 조금 편집한 것인데, 이 짧은 구절구절이 굉장한 울림을 준다. 네가, 내가, 우리가 별이라니!!! 그러니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하나하나,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 반짝이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아야 한다!

내가 주말에, 꼼짝없이 앉아서, ZOOM으로나마 상담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와 격려를 해 주어서 ‘너의 독특한 가치’를 인지하고 발견하고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으니까. 이렇게 한번 되뇌어 보자.


- 너는 별이다.

- 나는 별이다.

- 우리는 별이다.


그러니까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가만히 있어도 빛나는 존재다. 즉 우리는,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우리는 별이니까!


**********************


*** 아주 오래전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학생의 날 – 이후 학생의 날로 서술)’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속으로 생각했다.


- 흠, 스승의 날이 있어서, 학생의 날도 있는 걸까?


찾아보니, 1929년 11월 3일에 광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항일 운동을 기리기 위해 1953년에 11월 3일을 ‘학생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고 한다.

‘스승의 날’은 학생들이 챙겨주는(?) 날이라면, ‘학생의 날’은 선생님이 챙겨주는(?) 날일 텐데, 그다음 주에 있는 ‘빼빼로 데이’만 생각하다가 휘리릭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늘 그날이 되어서야 무릎을 '탁' 치며 생각한다.


- 앗! 학생의 날이잖아.


이번에 1학년 수업을 하시는 B 선생님께서 학생의 날에 우리 반 아이들에게 달걀과 편지를 전해주셨다고 한다. 아마도 아이들은 ‘학생의 날’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지 않았을까. 즉, 생전 처음 받아보는 ‘학생의 날’ 선물이 아니었을까.

게시판에 있는 편지의 모든 글귀가 의미가 있지만, 나는 이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 처음 만난 그날부터 여러분들의 삶을 가볍게 여기거나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을 지금까지 말해 왔고, 그 길을 바위처럼 우직하게 걸어주기를 기도했습니다.


우리 반 아가들이 이 편지의 내용을 잘 이해했겠지??


* (2025.11.03.(월)) 학생의 날 기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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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ZOOM_상담 #너는_별이다 #나는_별이다 #우리는_별이다 #학생_독립운동_기념일 #학생의_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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