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 Are What You Eat (2021.09.18.토) *
* You Are What You Eat (2021.09.18.토) *
속이 좋지 않아서 영양사 선생님께 죽을 신청했다. 식당에 내려와 보니 뚜껑을 덮은 밥그릇이 식판에 2개 담겨 있었다. 조리 실무사님께 여쭈어 보았다.
- 저 말고, 또 누가 신청했나 봐요..
- 아니예요.. 선생님만 신청하셨어요...
- 아??? 그럼 제가 두 그릇을 모두 먹는 건가요??
- 영양사님께서 모두 선생님 거라고 하던데요..
- 그럼... 다들 두 그릇을 먹는 건가요??
- (웃으시면) 아뇨.. 보통 한 그릇을 드세요..
- (나는 폭소를 하며) 네???.... 그럼 저도 한 그릇 먹을게요..
가지고 와서 간장에 먹는데 왠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뭐 어쩔 것인가... 보통 다들 1개를 먹는다는데.. 그런데 영양사 선생님께서 나에게 찾아 오셨다.
- 선생님.. 왜 한 그릇을 드시고 계세요??
- 아니.. 보통 한 그릇을 드신다고 하셔서요...*^_^*..
- 아니, 선생님께서 평상시에 밥을 많이 드셔서..(이 지점에서 모두 폭소..) 죽을 두 그릇 해 놓은 건데요...
- (같이 있던 C 선생님과 폭소를 하며) ...네???
- 모자랄 것 같으니 두 그릇 다 드세요.. 갖다 드릴까요?
- 아....좀 모자란 느낌은 있지만, 그냥 한 그릇만 먹을게요...*^_^*...
학급 아이들 죽신청을 할 때도, “많이 주세요~~”라는 멘트를 항상 보내는데, 영양사님께서 이 멘트도 기억하셔서 말씀해 주신다.
- 보통 학생들은 속이 안좋아서 많이 못먹는데, 선생님은 많이 달라고 하셔서 많이 주기는 해요... 그래서 이번에 선생님 것도 많이 준비했어요....*^_^*..
사실은, 준비해 주신 두 그릇의 죽을 다 먹고 싶었지만 애써 얌전하게 한 그릇을 깨끗이 먹으면서, 기억해 주시고 챙겨주시고 찾아와 돌아봐 주시는 정성에 감사를 드렸다....그리고 생각했다.
- 다음에는 두 그릇 다 먹어야겠어..
뭔가 부족해..........................(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운 감정)
평상시에 사발면이나 라면도 1개는 부족해서 2개를 먹어야 하고, 피자도 4쪽은 먹을 수 있는 대식가이기에, 밥과 반찬을 많이 담아 와서 천천히 먹느라 제일 마지막으로 식당을 나오는 나는 먹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의 의미는, ‘질’의 의미가 아니라 ‘때’의 의미다. 특히 아침을 밥으로 꼭 먹어야 하는 나에게, 아침을 ‘안’먹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혹 아침을 먹으면 지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라도 밥을 안먹기보다는 차라리 지각을 해 버리고 만다.
담임교사를 할 때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질문하는 것이 있다.
- 아침 먹었니?
특히 기숙사나 자취하는 아이들에게는 몇 번씩 물어본다.
- 아침 먹었니? 지각해도 되니까 꼭 아침 먹고 다녀야 해!
지각을 한 아이에게도 질문한다.
- 밥은 먹었니??
- 아뇨..
- 밥은 먹고 지각을 해야지!
오래전에 A와 상담하다가 정말 속상하고 안타까웠던 말을 들었다.
- 아침 먹었니?
- 네..
- 밥??
- 아뇨..라면이요..
- 라면이라니??? 아침에??
- 네...
- 아니...김치에라도 밥을 먹어야지..
- 김치 먹기 싫어서요..
- 그래도 밥을 먹어야지..
그런데 이 녀석과 오후에 상담을 하고 집에 보내는데 이런 이야기를 한다.
- 가서 저녁 꼭 먹어야 해..
- 먹기 싫은데..
- 아니 왜..
- 라면 먹어야 해서요..
- ....?? 아침에도 라면 먹었잖아..
- 저녁에도 라면 먹어야 해요...
나는 이 상담을 하고 너무 깜짝 놀랐다. 아침과 저녁을 라면으로 먹다니! 어려운 가정 형편이어서가 아니라, 아이에 대해 무관심한 가정의 이야기였다. 어머님과 다른 내용의 전화를 하면서, 아이의 먹는 것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를 애써 에둘러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다. 그 녀석이 학교의 점심시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잘 살고 있는지....
‘You Are What You Eat’ 이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건강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내가 먹는 보잘 것 없는 음식이 곧 나의 보잘 것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입맛이 까다로우면 성격도 까탈스러운 것이어서 밥먹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요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입맛이 필수이고 요리하는 일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거칠고 힘든 일이어서,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실력있는 남자 요리사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요즘 남학생들도 요리에 관심이 많고 잘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까다로운 입맛으로 맛을 평가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음식타령’하는 사람은 극도로 싫어하기에 ‘식도락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즉 음식맛에 까다로운 것을 ‘티’를 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래 전 맛있는 음식점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에 내가 속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교 때 각 단과대 식당마다 불려지는 이름과 식단이 조금씩 달랐던 것 같다. 음대 식당은 ‘물랑루즈’로 불리면서 일명 ‘고급식당’ 이미지를 주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다른 과 학생들이 자주 몰려오기도 했었다. 학생 식당은 1,500원(맞는지?)의 밥이었고, 그 밑에 교수식당은 아마도 2,5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본관 학생회관은 1,000원으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아주 많은 학생이 몰렸었고, 공대에 있는 식당, 일명 ‘깡통식당’에서는 짜장면과 짬뽕을 1,000원(700원?)에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깡통식당에서의 음식은 별미였다....그 곳에 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내 성격처럼 역시나 입맛이 까다로운 나는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 요리학원에도 오랜 시간 다녔다.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까지 따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서 멈추었었는데 그 때는 얼마나 열정이 넘쳤었는지... 이 이야기를 이번 주에 어떤 선생님들게 했더니 그야말로 깜.짝. 놀라신다. 나와 요리가 어울려지는 조합은 아닌가보다....중요한 것은, 레시피에 있는 그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중에 재료가 하나라도 없다면 나는 멈추어 버린다는 것... 융통성이 없는 나의 모습 중 하나다.
모든 음식은 직접 만들어야 하고, 배달해서 먹거나 식당에서 먹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집의 분위기가 있기도 하지만, 부엌에서의 시간이 나에게 왠지 잘 맞았었다. 그래서 부엌에 관계된 제품들에도 아주아주 관심이 많다. 접시, 스푼, 포크, 수세미까지... 오죽하면 일본에 가서도 ‘Made in Japan’이 있는 포크와 코스터를 사기 위해 수십 곳의 가게를 돌아다녀서 벚꽃 모양의 스푼과 포크,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있는 코스터를 건졌던 일은 내가 일본에서 한 일 중 가장 뿌듯한 일이라는 것....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도 월마트를 비롯한 온갖 상점에서 내가 찾았던 것은 포크, 스푼, 코스터, 앞치마 등등 이었다. 유럽 곳곳에서 중세 시대의 느낌이 나는 포크와 스푼을 샀던 것, 미국 월마트를 몇 바퀴 돌아서 러플 달린 빨간색 앞치마와 연두색 앞치마를 샀던 것... 지금도 나의 애장품이다. 우스운 것은, 집에 와서 보니, 미국에서 샀던 앞치마에 ‘Made in China’가 쓰여져 있었다는 것..
저번 주 기사에서 센터에서 가져온 반찬 몇가지로 일주일 내내 같은 식단의 식사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다. 줄일 수 있는 생활비가 식비밖에 없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 하나로 하루에 한끼를 먹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작년에는 달걀 18개를 훔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 받은 사람의 이야기도 있었다.
명절에 많은 음식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그래도 평상시보다 좀더 색다른 것들을 하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몇 가지 음식을 만들다가 진이 빠질 것이며, 2번은 먹겠지만 곧 질릴 것이며, 연휴 중 한번은 아마도 라면을 먹게 될 것이고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마도 배가 불러서 한끼는 패스하기도 할 것이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을 엄청 좋아했던 시절은 이미 나에게 지나갔지만 먹을 때마다 음식을 바라볼 때마다, 겸허하고 감사한 마음은 늘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누군가에게는 넘쳐서 버려지기도 하는 그 무엇이 또 누군가에게는 늘 부족해서 없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어 무뎌지기도 하는 지금의 시대가 안타깝고 슬프다........
- 예쁜 앞치마를 하고 설거지를 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두들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예쁜 앞치마를 사기 위해 뛰어다니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셨던 L선생님께서, 몇 주 전 내 생일에 예쁜 앞치마를 선물해 주셨다. 동네 상점에서 이 앞치마를 보고 내 생각이 났다며....
바라만 보아도 예쁜 앞치마....를 이번 명절 내내 하고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