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共感, Sympathy) (2021.10.02.토) *
* 공감(共感, Sympathy) (2021.10.02.토) *
- 명절에 어머님 뵈러 가시죠??
- 어느 어머님 말씀이죠..??
- 네..???
- 아... 제 원래 어머님은 이혼하셨고, 지금은 새 어머님이라...
몇 년 전, 명절을 앞두고 별 뜻 없이 인사말을 했다가 상대방의 이런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A에게 들었다. 그러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술술 하셨다고 한다.
- 우리 새 어머님은... 우리 남동생은... 우리 올케는....
특히 올케를 ‘그년’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며, 남동생이 이혼을 하고 새로 결혼한 것을 이번에 알았다는 이야기며... 이런 놀라운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본인에게 하는 것에 많이 당황했다고 했다. 물론 상대방처럼 아무 감정 없는 듯이 듣고 있기는 했지만..
B는 모임에서 처음 뵙는 분과 차를 타고 가다가 별 의미 없이 자녀 이야기를 묻던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 자녀는 어떻게 되세요?
- 네.. 20살인 딸 아이가 하나 있는데..
- 좋으시겠어요..
- 네.. 몇 년 전에 학교를 자퇴하고 지금 혼자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 아이가 고등학교 다니다가 손목을 몇 번이나 그었다는 것,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 등을 들으며 놀라고 있었는데, 그 분은 이렇게 마무리하셨다고 했다.
-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예요..
단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가 일본어를 잘해요...
그 날 처음 보는 분에게서 평범하지 않은 자녀 이야기를 들은 B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출퇴근하면서 듣는 음악방송에서 사람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들으면 신기할 때가 많다.
- 결혼하고 처음 맞는 아내 생일인데, 한 달 전에 좋지 않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 아들이 집을 나갔는데....
- 아침에 남편과 싸우고 나왔는데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이번 명절에는 시댁까지 총 3곳에 인사드리러 가야 하는데...
- 갑작스럽게 직장을 그만 두게 되어서 내일부터는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듣는 방송은 클래식 FM 방송으로 사실 사람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소개할 시간이 별로 없는, 음악이 주로 나오는 방송이다. 그런데 진행자가 간간이 들려주는 저런 메시지를 들으면 때로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때가 더 많다.
- 사람들은 왜 ‘저런 이야기’를 ‘방송’에 보내는걸까...
여기서 ‘저런 이야기’란, 비밀스러운, 중요한, 사적인, 아픈, 숨기고 싶은 등등의 의미를 포함한다. 또 ‘방송’이란, 불특정 다수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 이런 기도를 했었다.
-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중간에 기도가 바뀌었다.
-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줄 뿐만 아니라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한동안 겪었던 어떤 어려움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에 ‘토’를 다는 사람들을 만난 다음에 바뀐 기도 내용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어 줄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에 ‘아...그랬구나..’라는 ‘공감(共感, sympathy)’을 찾는 것이 아닐지...
- sym : together , with : 함께, 같이..
- ...pathy : 고통, 슬픔, 감정..
사람들이 말하는 속내에는, 진짜 정답을 몰라서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 정답은 이미 알고 있으나, 나의 감정이 이렇다는 것을 알아줄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서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담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말하는 것만으로도 응어리가 풀어질 수가 있다고 한다.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던 시대가 작년 이후로 점점 어려워지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쓰는 글이나 짧은 메시지로, 쌓여진 감정을 풀어내는 것 같다.
특히 상담학 쪽에서는, 오히려 잘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좀더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나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지만, 그래서 그 객관적 사실만으로 편견 없이 정확하게 판단하여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익숙한 사람보다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듣는 말이 더 신뢰성 있게 들리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는 자기의 아픈 이야기나, 방송에 하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왜 그렇게 안쓰럽고 안타깝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그 어떤 ‘따뜻한 온기가 있는 사람’에게서 들어야 하는 ‘다정한, 공감되는, 다독거리는, 때로는 날카로운’ 말들을, 아무도 없는 공허한 광야에서 이리저리 헤매며 갈구하고 있는 것 같아 그 몸짓과 목소리들이 슬프게 느껴진다.
-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
- 내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
- 내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는 그 무언가가 있는지 두 눈을 씻고 찾아보기
- 굳이...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놓치지 말기
- 왜냐하면... 사람은 불완전하고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불완전함과 변화무쌍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나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아프더라도 두 눈 꼭 감고 품에 확 안아 보기
***********************
* 학교폭력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는데 아이들이 체크한 내용 중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 (질문) 나는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학교 선생님이 있다.
이 질문에 62% 정도는 있다고 대답했지만, 38% 정도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조금 속상했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몇 번 등교하지도 않은 학교에서, 선생님을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선생님을 때때로 잘 찾고 잘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