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ise and Eat (2021.10.16.토) *
샐러드와 닭가슴살로 점심을 드시는 (내 입장에서는 매우 놀라운) 선생님들이 계신다.
일명 체중 조절..
하루에 3번의 밥을 먹는 것도 모자라서 간식과 야식까지 챙겨 먹는 요즘 시대에 ‘풀떼기’ (어떤 선생님께서는 ‘소여물’이라고 표현하셨다)로 식사를 하시다니..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며칠 전 교무실의 A선생님께서도 (갑자기) 일주일에 3번 샐러드를 드시겠다고 하시며 전격적으로 샐러드를 주문하셨다.
내가 질문했다.
- 그럼 점심을 드시지 않는건가요..
- 아뇨..
- 그럼...저녁을 드시지 않는건가요..??
- 아뇨..
- ....(놀라며) 그럼..??
- 점심과 저녁 사이에 먹을건데요..
- (모두 폭소) 아니..그럼 점심도 드시고 저녁도 드시면....간식??
- 밥을 어떻게 안먹어요..
- 샐러드도 드시고 저녁도 드시면 살찔 수 있어요..
- 저녁을 적게 먹어야 되는데..
- 샐러드를 댁에 가져가서 드시면 되겠네요..
- 학교에서 먹으려구요....
- (모두 폭소)
- 하긴.. 그 샐러드를 집에 가져가서 드시면 사모님에게 혼나실 수도 있겠어요.. 많지도 않은 야채를 비싸게 샀다고.....
다음 날, (생각보다 양이 많은) 그 샐러드를 가져다 주시는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 이 샐러드는 식사 대용이어서 밥 먹으면 안되는데...*^_^*..
그런데, A선생님께서는 그 다음 날 아침에 새롭게 받은 샐러드를 보고서야, 그 전 날 받은 샐러드를 안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 날 2개의 샐러드를 다 드셨는지, 그리고 또 저녁식사도 하셨는지 모르겠다..*^_^*...
우리 학교의 식판은 반찬 3가지, 밥과 국을 담게 되어 있다. 종종 반찬 가짓수가 많이 나올 때도 있는데 그때는 이것저것 반찬이 섞여져서 놓아지기도 한다. 반찬 위치를 잘못 설정해서 달콤한 파인애플을 밥 위에 얹어 놓을 때도 있고, 샐러드와 김치가 섞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반찬을 쭉 보고는 배분할 반찬 위치를 미리 생각해 놓는다. 섞여서는 안되는 반찬들이 서로 섞여서 고유의 모습과 맛이 흐트러지는 것은 너무 속상한 일이다.
일명 ‘식탐’이 있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반찬을 더 갖다줄 수는 있어도, 내 식판 위에 있는 것을 나누어 주는 일은 즐겨하지 않는다. 내 식판 위에 담겨져 있는 풍성한 음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뿌듯해지고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랄까...
손이 크고 무언가 풍성한 것이 좋아서, 혹시 음식을 주문하거나 준비해야 할 때도 양을 딱 맞추거나 모자란 듯 한 것은 질색이며, 넉넉하고 넘치게 준비해야 하는 성격이다. 그래서...안타깝게도 항상 남는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도 일단은 많이 가져오는데, 하물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더 많이 담는다. 샐러드, 과일, 부침개, 잡채, 스파게티, 튀김류, 김치 관련을 좋아하고, 고기나 생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다.
최근 들어 주문형 도시락을 2번 먹게 되었는데, 저번 주의 도시락과 이번 주의 도시락은 맛과 질이 너무 차이가 났다. 만원이 안되던 저번 주의 도시락 음식은 양은 많았지만 맛이 없었고, 이번 주에 먹었던 꽤 비싼 도시락은 양도 많았고 질도 훌륭했다. 다 먹지 못하고 남긴 것이 지금도 후회스럽다.
아침은 꼭 먹고 점심도 꼭 먹지만, 저녁은 소량을 먹는데, 학교에서 나의 저녁은 삶은 달걀 2개와 두유와 식빵 3쪽이다. 달걀을 꼭 먹어야 한다는 말씀을 따르기 위해 달걀을 먹고는 있지만 닭고기나 달걀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다. 신기한 것은 식빵 2쪽이 왠지 부족해서 3쪽을 먹으니, 양이 많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식빵 1쪽이 이렇게 큰 느낌이라니...
4교시 수업이 없을 때 12시에 먹는 점심과, 4교시 후 1시에 먹는 점심은 큰 차이가 있다. 12시에 먹을 때는 같이 먹는 멤버가 거의 정해져 있지만, 1시에 먹을 때는 ‘오늘은 과연 누구와 먹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될 정도로 멤버가 매번 바뀐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늦게 내려가면 혼자 앉아서 먹게 될 때도 있다.
항상 같은 사람이거나 매번 멤버가 바뀌거나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나는, (심정적으로) 같은 사람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왠지 마음에 안정이 된다고나 할까...
‘침묵’ ‘이야기 없음’을 좀 힘들어 하는 나로서는, 밥을 먹으면서 무언가 대화하기를 원하는데, 상대방과 같은 관심사의 대화 소재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새로운 멤버와 앉게 되면 머리 속이 빙빙 돌아간다.
- 어떤 소재로 이야기 물꼬를 트지..
대화하면서 밥을 먹다가 내가 늦은 것 같으면 말하는 것을 멈추고 밥먹기에 몰입하고 완전히 늦었다고 생각이 되면 국에 밥을 말아서 먹는다.
예전에는 6명이 마주 보고 앉아서 먹던 교사식당에서 한 방향을 보고 3명이 앉아서 먹는데, 요즘에는 2명씩 앉아서 먹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다. 2년 동안 이렇게 앉아서 먹다 보니 혼자 앉아서 먹는 것도 이상하지 않고 예전에 어떻게 6명이 둘러앉아서 먹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로나가 끝나도 6명이 마주 보고 앉아서 먹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밥 한번 먹자’ ‘언제 차 한잔 하자’ 라는 말을 ‘의미 없이’ 던지던 예전이 그리워질 정도로 요즘에는 누구와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행여 누가 이런 말을 해도 ‘같이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우리 집 주변에 4곳이나 있는 별다방 카드가 3장이나 있는데도 그 곳에 실제로 가서 커피를 마시는 일을 언제나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어쩌면 곧 ‘With Covid-19’가 되면 할 수 있게 될까...
하루에 2~3끼를 먹고 밥보다 비싼 고급 커피를 마시고 밥 한끼와 비슷한 가격의 샐러드와 소여물을 먹으며 또 새벽이라도 온갖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는 음식의 가치가 다양해진 요즘 시대처럼, ‘먹는 것’의 의미를 하나님께서도 아셨던 것 같다.
하나님의 대단한 역사를 끝낸 다음에 전혀 뜻하지 않게 밀려오는 공허함 속에 로뎀나무 아래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이제 삶을 끝내달라고, 죽음을 자청하는 엘리야에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 Arise and Eat(일어나 먹으라) (열왕기상 19:5 / 19:7)
아마도 이 말 앞에는 이 의미가 더 있었을 것 같다.
- (멍청한 소리,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Arise and Eat(일어나 먹으라)
혹 지치고 힘들거나 모두 다 포기하고 싶거나 생각지 못한 공허함이 밀려와서 그냥 주저앉아 있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 (멍청한 소리, 쓸데없는 생각 이제 그만 하고)
Arise and Eat(일어나 먹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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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왕창) 먹고 교무실에 와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내가 하는 말은 항상 이것인데..
- 무언가 부족해...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 K선생님이 주셨던 달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