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음을 넘어 위대함으로 (2021.10.09.토)

by clavecin

* 좋음을 넘어 위대함으로 (2021.10.09.토) *



- 나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일신우일신' 매일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매일 새롭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 새로운 걸 만든다고 하고 있어요.


며칠 전 뉴스에 소개된 도장 전문 장인 어르신의 말씀 중 일부다. 17살부터 73살인 지금까지 56년 동안 도장 파는 일을 해왔고 아직도 청춘이기 때문에 30년은 더 할 수 있다고 하시는데, 인터뷰하는 자세도 무척 당당하고 그 범상치 않은 내용들이 내 귀에 확 들어왔다.


- 일요일도 나와서 하루종일 공부를 해요.

그 공부가, 나는 내 스스로 자신에게 말하지만, 행복합니다.

내 행복지수는 다른 게 없습니다.

천직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합니다.

그러니 재밌어요.


거의 허물어질 것 같은 건물 외양에 한 사람 겨우 들어가서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이 분의 작업실이다. 이 곳에서 56년 동안 도장을 파는 일을 해 오셨다는 것도 대단하고, 지금도 하고 계시며 앞으로 30년은 더 하겠다는 그 자신감과 포부가 경외심을 갖게 한다.


기계로 도장을 손쉽게 만드는 시대에 3~4시간을 들이는 수제 도장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떤 도움은 되지 못했겠지만 자기 직업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과 매일 새로워지려는 고집이 이 분의 삶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 나날이 더욱 새로워짐


어떻게 이런 직업관을 가지고 평생 동안 일할 수 있는 걸까...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삶..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을 가지는 삶..

휴일에도 나와서 하루 내내 공부하는 삶..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이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

그러니 일이 재미있다는 것...



이번 주 1차 지필고사 기간에는 주로 3학년을 감독하게 되었는데, 17살의 푸릇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19살의 다 커버린 (아주 약간은 어린) 어른으로 앉아있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답안지를 걷으신 선생님께서, 확인하기 전까지 조용히 앉아서 기다려달라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는데, 아이들은 듣는둥 마는둥 일어나서 돌아다니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부감독이었던 내가 목소리를 한번 내볼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안타깝게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왜 아이들이 듣고 있지 않지....

- 내가 이 19살의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는 한건가...

- 내가 이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한 적이 있는가...


모범적인 학생에게 주는 장학생 규정에 대해 선생님들과 논의하다가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게 되었다.


- 학급에 모범적인 아이가 없으면 어떻게 하죠...

- 그럴리가요...

- 아뇨...줄 만한 아이가 없을 수 있어요..

- 아니, 학급에 1명이 없다는 건가요..

- 그럴 수 있어요 선생님....


담임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간혹 생긴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자기 반 아이들을 챙기고 경쟁자가 많으면 담임 선생님들끼리 가위바위보로 우리 반에 유익한 것을 가져오려고 서로 소리 없이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치열하지는 않다. 실제로 줄 만한 학생이 없기도 하고, 또 선생님들과 감정이 조금 상하면서까지 힘들게 챙겨서 주더라도 실상 아이들이 고맙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리고 이 지점이 가장 힘빠지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요즘 선생님들과 자주 나누는 내용...


- 어느 기수나 1학년 때는 아이들이 다 예뻤는데....

-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좋아져야 제대로 된 교육 아닌가....

- 무엇이 잘못된 거지...



학교를 직장으로 삼은 사람에게 가장 기쁘고 의미있는 일은 아이들과의 교감이다. 동료교사와 교육관이 서로 다를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일에 치이면서 힘이 빠질 때도 있지만 사실, 내가 맡은 담임 학급, 수업하는 학급에서 만나는 아이들과의 ‘합(合)’이 맞는다면, 왠만한 일은 별것이 아닌 것이 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래서 자주 생각한다.


- 아이들에게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아이들이 필요한거야....


혼자 있는 공간에서 도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56년을 살아오신 분이, 지금도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늘 공부하면서, 천직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재미있게 하고 있는 일을, 다른 사람은 다 쉬고 삶의 여유를 누릴만한 때에, 앞으로 30년은 더 하겠다는 소망을 품고 계신 분의 직업관을 보면서, 앞으로 나는 어떤 마음으로 학교로 출근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내가 공부하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들어주는 아이들이 아직 내 앞에 있을 때, 더 많이 공부하고 느끼고 깨닫고 들려주어서 더 많이 부대끼기를, 그래서 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면서 그 빛이 나의 눈동자에 더 큰 빛을 주기를, 그래서 아이들이 성장해 가듯이 나도 더 성장하고 성숙해 가기를 바라며....


내가 계속 생각하는 한 가지..


- 좋은 교사를 넘어서, 위대한 교사가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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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제과에서 우리 학교에 보내준 과자..


매달 한번씩 보내준다고 한다.


이런 멋진 아이디어로 마케팅을 하다니..


아이들에게 과자를 먹은 소감을 물었더니 이런 말을 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 달아서 맛있다. 그런데 입안이 다 헐었다. 아..너무 아프다...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너~~무 좋다~


맛동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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