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틴 (Routine) (2022.08.13.토)*

by clavecin

* 루틴 (Routine) (2022.08.13.토) - 2 *

- (3편 중 두 번째 이야기) *

- (이번 주는 글이 계속 쏟아져 나와서 3편의 글을 썼습니다) -


2월까지 학교에 다녔던 아이들이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찾아와서 늘 하는 말이 있다.


- 수업이 몇 시에 끝나요??

- 너희 2월까지 학교에 다녔잖아..

- 기억이 나지 않아요..

- 3년이나 똑같았는데???


수능을 보기 전까지 오전 8시30분 이전에 오던 아이들이, 수능이 끝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오전 9시가 다 되어서 오는 것을 보고 우리반 아이들에게 말했었다.


- 3년 동안 익혔던 습관을 하루 만에 너무 쉽게 무너뜨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비슷한 시간대에 출근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 심지어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까지 늘 비슷한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 시간대에 그 사람을 만나느냐 만나지 못하느냐에 따라 오늘 내가 늦었는지 늦지 않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생각보다 성실하신 분들이 굉장히 많이 계신다.


일단 내 차가 아파트 현관을 돌자마자 만나게 되는, 출근하는 경비원 아저씨.. 얼마나 정확하신지 모른다.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를 지나고 계신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분은 그 시간에 화단 앞을 쓸고 계신다. 차 안에서 두 번 인사를 한다.


아.. 또 있다. 출근하기 전 아침밥을 먹고 그릇을 설거지통에 담으면서 부엌에서 보게 되는, 저 건너편 동에서 늘 새벽 6시30분이면 나와서 화단을 정리하거나 물을 주시는 아저씨... 진짜 대단하다. 변함이 없다.


또 큰 도로로 나오기 전에 늘 내 차 앞을 가로질러서 걸어가는 긴 생머리의 아가씨도... 옷 색상과 마스크 색상을 잘 맞추는 멋쟁이다.



내 차가 지나가면 늘 내 차 앞에 끼어드는 하얀색 아반떼 차량과 갈색 미니쿠페 차량도 늘 일정하다. 내 차 앞에 끼어들어서 비켜주었더니 한참 안보이다가 차선이 겹치는 부분에서 만났다. 피식 웃으면서 생각한다.


- 짜식.. 끼어들었으면 쩌만큼은 갔어야지 여기서 나랑 만나면 어떻게 해....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면서 접하게 되는 나의 평범한 일상 중 몇 장면...



어느 드라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 힘든 A는 멀고 긴 출퇴근길이 전부인듯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감정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읊조린다.


- 내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A의 말이 너무도 공감되었었는데 그러면서도 A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 매일의 일과가 비슷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의 주말 일정도 큰 변화 없이 아무 일도 없이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아야 해...



- routine(루틴)

1. 일상, 틀에 박힌 일

2. 특정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된 명령


‘일상’이라는 말 대신, ‘루틴’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쓰이는 것 같다. 기상, 아침식사, 출근, 수업, 회의 그리고 퇴근의 일상, 루틴이 매일 비슷하게 진행되었었다. 매일의 루틴도 그랬고 매주의 루틴도 비슷했다. 토요일의 글쓰기와 교회에서 보내는 일요일도...


5개월 동안 매일 비슷한 일정으로 생활하던 루틴이 방학을 맞아 조금씩 흐트러진다. 방학을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2가지는 기상과 취침시간을 지키자는 것이었고, 아이들에게도 강.조.했었건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히려 기상시간은 지킬 수 있었다.


작년까지는 학기 중에만 학년 조회종례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방학 때도 하기로 했다. 별말은 아니지만, 방학 때의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서 같은 말이라도 자꾸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과보충을 시작하는 오전 9시 이전에는 해 주어야 했기에 기상 시간은 오전 8시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내 방학 기상 시간 중 가장 빠른 시간이다....


오전 8시40분경에 학년 조회로 시작하여 오후 5시40분 경의 학년 종례까지 하면 방학 중 일정한 루틴이 마무리된다. 물론 그 이후 시간은 여분의 활동을 하지만..



- 이 시간에는 무얼 하고 있겠구나


함께 지내다 보면 누군가의 일상, 루틴을 조금 알게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주어서 알게 되기도 하고 어렴풋하게 짐작을 해서 알게 되기도 한다.


오래전 B가 일정한 시간대에 어디를 지나는 것을 몇 번의 부딪힘으로 알게 된 뒤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려고 애썼던 적도 있었다. 물론 나의 게으름으로 부딪힌 적은 없었지만....바보...


‘매일의 같은 루틴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A와 같은 사람들에게 말해 본다.


-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지루해하지 않아 보기

- (무심한 듯) 매일 같은 일상을 성실하게 수행해 보기

- 나의 일상에 지친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일상을 생각해 보기

- 그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겠지라고 (굳이) 생각해 보기

- 때론, 가끔, 이 시간에 그는 어떻게 보낼까...하고 생각해 보기

- 그리곤... (흔들림 없이) 나의 루틴을 반복하기..바보같겠지만...

- 그럼... 지루한 그 시간들은 어느 순간, 우리의 삶이 되어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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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날의 루틴은, (성가연습 – 예배 – 점심식사 – 성가연습) 이다. 이 중 점심식사는 항상 김밥 한 줄과 작은 사발면이었는데 (물론 나는, 김밥 두 줄과 큰 사발면이지만..), 이번 주에는 어느 권사님께서 도시락을 제공해 주셨다. 메뉴판을 몇 번이나 살펴보았지만 역시 이만한 것이 없었다.


3번이나 샅샅이 찾아본 메뉴판에서 단번에 골라낸 메뉴...



이름이 재미있다.


- 대왕김치볶음밥


대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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