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형태를 넘어, 과정에 머무르다
도자기를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완성된 작품’을 떠올린다.
잘 빚어진 형태, 아름다운 선, 반듯한 비율, 불 속에서 맑게 살아남은 유약의 색감들.
그런데 나는 그 ‘완성’이 늘 아쉬웠다.
어쩌면 ‘완성’에 닿지 못해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흙을 만지고, 모양을 만들고, 마르기를 기다리고, 불에 넣고 꺼내기까지.
그 긴 흐름이 사라진 채, 오직 작품이라는 하나의 순간만 남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그 속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은 사라지고, 결과물로만 평가되는 현실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손을 움직였는지는 전달되지 않으니까.
나는 도자기를 단지 결과물로만 보고 싶지 않다.
도자기는 ‘흙’이라는 존재를 통해,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무엇을 느꼈고, 어떻게 머물렀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물레 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흙은 중심에서 밀려난다. 감정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그 흔들림은 그대로 형태에 드러난다.
흙은 정직하다. 형태보다 마음이 먼저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완성된 형태보다, 그 안에 담긴 시간과 태도에 더 마음이 간다.
불 앞에서 어떤 마음으로 기다렸는지, 그릇을 빚으며 감정이 어떤 흐름을 따라갔는지, 완성된 그릇을 보며 어떤 생각이 다시 떠올랐는지.
그 모든 것이 ‘흙이 기억한 나’로 남는다.
나에게 흙은 결과보다 흐름을 남기는 재료다.
그래서일까. 나는 작품을 바라볼 때, 단순히 그 형태만이 아니라, 그 속에 스며든 기억들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그 흐름을 남기기 위해 흙을 만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만든 손바닥 접시에 유독 애착이 가고, 삐뚤빼뚤한 그릇 하나에도 순간의 감정과 감촉을 읽어내려 한다.
나는 도자기를 만든다기보다, 도자기를 통해 내 삶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마음이 느껴졌을 때, 도예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고, 막연히 흙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흙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시작이자,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도자기를 바라보는 나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