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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지 Aug 25. 2021

육아휴직 중 글을 씁니다

태교 글쓰기를 하는 이유


 속엔 항상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목마름이 있었다. 학창시절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현재에 만족 또는 불만족이 아닌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도대체  해야 부족함을 채울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스스로를 게으르다 여겼다. 겉은 평온해 보였지만 속은 끊임없이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답답한 미로 속에서 종종  자신을 몰아붙이곤 했다. 몸을 움직여 뭐라도 채워보라고.


이런! 질문부터가 틀렸다. '도대체 뭘 해야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까?' 이전에 '나는 왜 부족함을 느끼는가?'가 먼저여야 했다. 뭔가가 부족해, 부족해...라고 외치면서도 그 부족함이 무엇인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일상이 바쁠 땐 바쁘다는 핑계로, 여유로울 땐 여유롭다는 핑계로 나의 행동은 극과 극이었다. 바쁜 일에 몰두하거나 가만히 누워만 있거나. 0 아니면 100 밖에 모르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모' 아니면 '도'였다. 이는 곧 결과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는데 문제는 0에서 100 사이에 있는 수많은 숫자들을 보지 못하고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른 사람도 아닌 나 자신이 무시한다는 데 있었다. 1~99까지의 과정이 텅 비어버리니 항상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나의 태교도 마찬가지였다. 휴직 전에는 회사에서 주는 임산부 베네핏인 2시간 단축근무도 하지 않고 그저 일, 일, 일만 했다. 퇴근 후 태교라고 뭐 하는 것도 없었다. 그리곤 출산 직전까지 일을 했냐고? 아니다. 나는 모든 연차를 총동원해 출산 전 휴가를 2달로 만들어냈다. 휴직이 시작되자마자 태교 스케줄로 나의 하루를 꽉 채웠다. 참 극단적이었다. 못 만났던 사람들 만나기, 태교 요가, 필라테스, 인형 만들기, 베이킹 등... 일할 때 근무시간이 평균 10시간이었다면 내가 만들어내는 스케줄은 고작해야 3시간이었다. 나머지는 육아용품을 서칭 하거나 마트를 기웃대거나 거리를 걷는 엄청난 여유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여유시간마저 나는 즐기지 못하고 남아도는 시간을 어쩔 줄 몰라하며 공허해했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답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더 나를 빈 껍데기로 만들었고 결국 나에게 돌아온 건 갓난아기와 산후우울증이었다. 그 공허함이 무엇이었는지 둘째를 임신하고 글쓰기를 시작한 이제야 알겠다.




결국 답은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바깥이 아닌 나 자신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내면의 깊은 곳에 있는 작은 문이 쬐끔 열린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나올 것이고 그렇게 나는 나를 만나야 하는데 그냥이 아니라 '잘'만나야 한다. 잘못 만나면 오해가 쌓이고 나를 미워하고 자책하게 된다. 유리구슬 만지듯 아주 잘, 소중히 다뤄주면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나에게 다가가는 최적의 방법이 바로 글쓰기이다. 그리고 최적의 상태는 임신 중이다. 왜 여자만? 왜 여자는?라고 볼멘소리를 했던 바로 그 임신이 다르게 생각해보면 임산부만이 느낄 수 있는 최적의 묘~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 내 심장인지, 태아의 심장인지, 내 마음속의 발길질인지, 태아의 발짓인지 아리까리한 묘~한 느낌 말이다. 오늘도 콩콩 느껴지는 태동과 함께 글을 쓰는데 이미 열렬한 독자 한 명을 쟁여놓은 느낌이다.


나는 왜 부족함을 느꼈는가? 에 대한 답으로 나는 글을 쓰면서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답을 찾게 되었다.

뭘 해도 채워지지 않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은 후회와 공허함이 몰려오는 반복되는 굴레 속에 빠져있는 게으른 완벽주의자. 완벽에 대한 강박으로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중시했고 결과는 내가 정한 나만의 기대치와 틀로 측정했다. 결국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단 한 개도 없었던 것이다. 절대로 내가 세운 기준대로 맞출 수 없는 노릇이다.


수많은 질문 중 하나에 답했을 뿐인데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갈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

인생의 퀘스트를 하나씩 깨어가는 기분이다.

이런 게 작은 희열일까? 나도 모르게 슬며시 입 꼬리가 올라간다.

내가 그동안 고민해왔던 거 말야,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과 함께..


자, 그럼 나의 다음 질문은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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