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탄생 D-63
일단 배가 일찍부터 불러왔다. 병원에 물어보니 한번 늘어났던? 배라 당연하단다.. 첫째보다 +3개월은 앞서가는 압도적인 외형이다. 태동도 조금 더 빨리 느껴진다. 아 오랜만이다. 딱 2년 반만인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태동. 그런데 어라? 이 녀석.. 엄청나게 힘이 세네. 첫째보다 더 일찍, 더 자주, 더 세게 느껴진다.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평화롭고 좋을 때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다. 나 역시도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점점 만삭이 되어가고 뻐팅기는 첫째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 가끔은 어휴 그냥 나와라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아니지 절대 아니지.. 지금이 훨씬 낫지...
아침저녁 시도 때도 없이 꿈틀대는 둘째 람보.
글을 쓸 때도 나와 함께다. 주로 내가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또는 첫째 소쿠리가 잠든 후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라 그런가. 오롯이 글을 쓰는 지금 람보의 태동이 가장 잘 느껴진다. 평소엔 맨날 언니한테 눌려 꿈틀대도 어찌해줄 수가 없기에 이 시간만큼은 한마디 말을 건네본다.
‘너 참 사랑스러운 아이구나..’
배 속에 있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걸지도 모르겠다. 하하. 아직 실체를 모를 때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더 기대가 크기도 하고 미화시키기도 하는 게 인간의 본능 아닐까..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훨씬 더 사랑스럽지만 힘든 고통도 함께 수반되기에 행복함만 느끼기란 불가능하다. 행복한데 행복한지 모르겠는 알 수 없는 얘기로 가득한 게 육아인 것 같다. 어찌 됐든 배 속에 있는 지금의 넌 참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손짓 한 번, 발짓 한 번 꿈틀거림으로 나에게 큰 행복을 준다.
친한 동생이 임신 19주임을 알게 되었다. 정말 큰 축복이자 선물이며 기쁨이다. 스스로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똑 부러지는 동생이라 크게 걱정되진 않지만 그래도 또 스펙타클한게 출산과 육아인 만큼 내가 무슨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첫째가 밖으로 나온 후 언제가 가장 사랑스러웠더라..
갑자기 긴 필름이 되어 지난 2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돌이켜보니 신생아 시절 울고 먹기만 했지만 사랑스럽지 않은 때는 없었다. 다만 내가 그 사랑스러움을 알아차리는 여유로움이 없었을 뿐.. 그러니 나는 모성애가 없는 사람인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등의 자책은 좀 줄일걸 그랬다.. 그 시간에 숨 한번 더 크게 들이마시고 음악 한번 더 듣고 글이라도 한 줄 더 쓸 것을..
중요한 건 모성애가 있고 없고의 여부도 아니고 크고 작고의 차이도 아니다. 나라는 사람을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고 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오히려 나에게 더 집중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함을 느낀다. 그리고 아이는 관찰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게에 얼마큼 해주고 못해주는 걸 따져보는 게 아니라 아이 그 자체로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부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를 관찰하는 것 말이다.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건 평생의 숙명일 것 같다. 뭘 해서 미안하고 뭘 못해서 미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시간에 감사하고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남에 감사하며 함께 커가는 부모로서의 나의 모습에 감사한다면 좀 더 행복한 순간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배 속에 있는 열 달이라는 한정된 시간. 하지만 인생은 무한하지 않기에 유한함 속에 있는 지금을 아껴주자고 다짐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배 속에 있는 둘째 람보야~
천천히 나오렴...^^